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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엽수 은행나무에 대한 학명이나 생물학적 갈래에 대해선 식물학자의 몫이다. 그렇더라도 암수 딴 그루의 단점을 딛고 오늘 우리 눈을 즐겁게 하는 은행나무의 생명력 그 비밀에 관심 한번 안주고 가기는 자연에 대한 방심이나 무관심이다. 혜택 받은 자로서 보답하지 않는 배은망덕한 자세다.
익룡(翼龍)은 새가 되어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여 닭, 타조가 되었다고 하니 공룡이 모두 멸종했다는 상식은 수정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땅에 발을 붙이고 지구 전역을 제 마당처럼 뛰놀던 공룡은 지구 대폭발과 연이은 빙하기에 어쩌지를 못하고 생명을 마감한다. 세상의 강자가 사라지기도 하루아침이다. 그렇다면 은행나무는 지구에서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불에 타지도 않았고 빙하기에도 얼지 않고 버텨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궁금해 할 수 있다. 그런데 막상 그 답을 명쾌하게 내리기는 쉽지 않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을 보면서 상념에 젖었다. 가을철 내내 붉은 단풍보다도 은행잎에 매료되어 헤어 나오기 힘들었다.
은행을 주워 씻는 걸 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손질하다보면 옻까지 오르기도 한다. 여기에 한 가지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알맹이에서 나는 그 지독한 냄새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열매를 맺는 식이식물(食餌植物)은 새의 먹이가 된다. 먹고 아무데나 마구 뿌리고 다니기 때문에 벚나무가 사람이 심지도 않았는데도 이곳저곳에 뿌리박고 살지 않은가. 하지만 은행(銀杏) 열매에서 풍기는 대변(大便) 같은 야릇한 냄새에 새들이 결코 달려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단은 여기에서 안도의 숨을 쉬자.
아 정말 이 가을에 이것 하나 깨쳤다는 사실에 며칠째 기분 좋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내친김에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도 한번 해볼까. 상상의 나래를 펼쳐 그 시대로 가보자.
딱딱한 나무가 아닌 고사리 등 양치식물은 겉이 타고, 얼어도 얼마간만 버티면 다음해에 살아난다. 땅강아지, 바퀴벌레는 굴을 파고 들어갔다. 하지만 울창했던 숲은 모두 타서 멸종하고 말았다. 소나무, 메타세콰이어, 은행나무도 죽었다. 이듬해 봄 바로 깨어날 법도 하지만 연이은 빙하시대로 모두 자취를 감췄다. 길고 긴 몇 번의 빙하기와 간빙기, 그 때 그 은행나무는 현존하지 않는다. 간빙기가 시작되어 날씨가 풀리자 얼음이 스르르 녹고 땅이 노출되었다. 대지에 따스한 바람이 불고 햇볕이 내리쬐자 안에 숨어 있던 몇 개의 은행나무 등 침엽수 씨앗이 발아했다. 신라 때 의상대사도 한몫 거들었다. 용문산을 지나면서 계곡물을 마시다가 지팡이 하나를 거꾸로 꽂았다. 노승의 건방증이 만들어낸 전설이다. 물가에 꽂힌 은행나무에서 뿌리가 돋고 싹이 나서 지금까지 우뚝 서 있는 것이다. 아마존 유역 밀림지대에 가면 1000년의 세월을 머금은 나무가 많다고 한다. 100년도 못 사는 사람들의 욕심만 조금 거둔다면 이 은행나무에 타임캡슐을 묻어도 좋겠다. 옆으로 뉘어놓아도 쉬 죽지 않는 은행나무 한 그루는 거목(巨木)으로 자라기에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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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4 오후 6:50 ⓒ 2004 Ohmynew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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