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멀미
연일 꽃 멀미다. 지금 남녘은 어딜 가든 개나리진달래 흐드러졌다. 꽃샘추위 살짝 비켜서자, 보드라운 햇살 양지뜸 차지했다. 그래도 뜨악한 지 겨울지킴이 물오리 쉬 떠나지 않고, 살 풀린 저수지 물결 사뿐 휘갑친다.
그랬었는데 며칠 새 날씨 돌변했다. 겨우 꽃눈 배꼼 드러냈던 벚꽃, 밤새 일제히 꽃 문을 열어 동네방네 꽃 대궐을 만들어놓았다. 이즈음의 꽃들 향기는 강하니 않으나, 따스한 햇살에 부시는 그 자태는 가히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행자(필자가 양육하는 강아지, ‘행복하게 자라라’ 약칭)도 몸이 달았다. 살랑바람에 묻어오는 꽃향기에 코끝이 발름발름하다. 해서 때늦은 점심 한술 뜨고, 종잡아 내달았다. 창원교육단지 벚꽃터널을 찾았다. 예년처럼 여린 가지 힘겨울 정도로 한가득 꽃잎을 매달았다. 이를 두고 요즘 젊은이들은 팝콘구경 간단다.
상춘대열에 한몫했다. 연방 스마트폰이 빵빵 터졌다. 전문가들은 커다란 사진기를 연신 눌러댔다. 하지만 왠지 낯설어 보였다. 첨단디지털시대에 덜떨어진 아날로그세대라고 할까? 암튼 봄 마중에도 첨단정보통신기기가 발 빠르다.
봄의 완상은 돈을 들지 않아도 좋다. 그저 발품만 팔아도 풀꽃 잔치 한창인데, 애써 돈 들여가며 좇아갈 까닭이 없다. 세찬 바람이 들이치는 언덕배기는 이제야 노란 개나리 꽃 사태를 맞았다. 남녘 같은 지역에 위치해도 안팎이 너무나 다르다. 이처럼 우리네 삶도 같은 궤를 하지 않을까.
서울에서 생활하는 딸내미, 언제쯤 그곳에 봄의 화신이 닿을까싶어 문자메시지 넣었다. 봄의 전령은 하루에도 2,30킬로미터는 족히 내달려간다. 야반도주하듯 칠십 리 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