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왜 읽나
인조 때 학자 조위한이 홍문관에서 숙직을 할 때였다.
한 학생이 책을 읽다가 갑자기 책을 내던지며 말했다.
"책을 덮기만 하면 방금 읽은 게 머릿속에서 달아나 버리니 이래 가지고서야 책을 읽어 무슨 소용이람."
이를 보고 조위한이 말했다.
"그것은 사람이 밥을 먹어도 그것이 항상 뱃속에 남는 게 아니라 삭아서 똥이 되어 빠져나가 버리고, 그 정기만 남아서 신체를 윤택하게 하는 이치와 마찬가지라네. 따라서 책을 읽고, 당장은 그 내용을 잊어버린다고 해도
무엇인가 저절로 진전되는 법이야. 그러니 잘 기억되지 않는다고 해서 스스로 책읽기를 포기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