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덥다, 덥다!
덥다, 덥다, 덥다!
엊그제 초복이었다. 겨를 없어 복날 복땜을 건너뛰나 했는데, 퇴근 무렵 아내와 추어탕 한 그릇했다. 학교 옆 상가에 자리한 그곳, 너무나 토속적이어서 더위 먹은 입맛을 한층 반겼다. 왠만해서 밥이 나올 때까지 젓가락을 들지 않는 아내, 이날만큼은 먼저 젓가락을 집었다. 반찬으로 나온 취나물된장무침과 찐꽈리고추무침, 양파장아찌와 오이양파무침, 배추겉절이김치까지 시골어머니 손맛 그대로였다.
이어서 나온 밥은 강황을 섞어 노란밥알이 한층더 먹음직했다. 고슬고슬하게 잘 된 밥이어서 그런 게 아니라, 시장하던 차에 눈이 번쩍 띄게 하였다. 뚝배기에 가득 담긴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뼈째 갈아서 국물은 뻑뻑하게 끓인 남원식이어서 색다른 맛이었다. 으레 복날 음식이라면 닭백숙과 보양탕을 꼽는다. 하지만, 여름 보양식으로 으뜸은 추어탕이다. 그렇잖아도 반찬까지 덩달아 갖춰나오니 배 속은 연방 들어오라 아우성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밥 한 공기와 추어탕 한 그릇을 후딱 비우고 아내 몫까지 거덜었다.
가게 면면을 보니 한꺼번에 백여명은 능히 앉을 자리였다. 그만큼 소문난 맛집임에 틀림없었다. 채 삼십분 소요했는데도 그새 몇 자리가 채워졌다. 가만히 보니 주방장과 주문상을 나르는 사람들이 한가족이었다. 그렇잖아도 경기가 좋지 않아 매기가 좋지 않은데, 주방과 홀을 오가며 가족이 도맡아하니 번외로 나가는 경비도 줄이고, 손님들이 보기에도 식당 전체가 화기애애해서 좋았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나같은 손님을 보면 반찬 더 드릴까요,라는 물음보다 은근설쩍 국물 반 그릇 더 안기는 게 고마을 따름이다.
그나저나 포만감에 젖어 자리를 떨고 일어났을 때, 오랜만에 대접받는 음식이었다,는 아내였다. 항상 집밥이 좋다고 외식다운 외식을 잊어버렸는데, 바깥음식도 먹을만하다는 기분을 새롭게 하기에 충분했다. 역시, 복날, 덥다, 덥다 해도 이열치열하는 데는 추어탕만한 게 또 없다. 다음에도 외식하자면 아내, 이 집을 고집하지 않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