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방학답게 잘 보내려면
방학을 방학답게 잘 보내려면
방학이다. 아이들 살아서 톡톡 뛴다. 그만큼 방학을 기다리는 바람이 간절했다. 날마다 되풀이되었던 공부와 시험, 학원에서 풀러나 실컷 놀아보고 잠 푹 잤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컴퓨터인터넷, 오락도 자유롭고, 텔레비전만화책도 맘껏 보았으면 한다.
하지만 방학을 맞아 무엇 하며 보내랴 물었더니 그만 기가 죽었다. 방학은 말 그대로 놓여나야 함에도 아이들의 얘기는 그저 안타깝다. 한껏 방학을 기다렸던 아이들의 소망과는 달리 볼멘소리가 따갑다. 이야기인즉슨 아이들의 방학생활은 눈물겹다. 방학 동안 적게는 서너 군데, 많게는 예닐곱 군데의 학원을 다녀야 한단다.
방학을 빼앗긴 아이들, 어떻게 살려낼까? 아이들에게 즐거웠던 때가 언제였냐고 물으면 야영수련이나 견학, 현장체험학습, 실험․실습과 예․체능시간을 꼽는다. 판에 박은 교과서, 꿈이 말라버린 학교 울타리가 지겹다는 뜻이다. 아이들은 잘 놀아야 창의성이 발달하고 신체적으로도 잘 큰다.
방학 동안만이라도 아이들을 짓누른 학원과 과외의 족쇄로부터 자유롭게 놀 시간을 충분히 늘여주어야 한다. 제각각 여유를 갖고 함께 하는 삶의 의미를 배워야 한다.
그럼 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무엇보다도 평소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일들을 직접 체험하고 탐구할 여유를 마련해 주어야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힘든 일을 견뎌내며, 진취적인 기상을 체득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아이들은 들풀처럼 꿋꿋하게 자라야한다. 그게 아이들의 참모습이다. 자연과 친화 교감하는 게 먼저다. 논밭의 살진 흙을 밟아보는 농촌체험학습도 소중하다. 소외된 사람들과 더불어 하는 경험도 필요하다. 등산을 통하여 인내심과 호연지기를 기르고, 책 읽고, 여행과 고적답사 등을 통하여 견문을 넓히는 일도 장차 아이들의 성장에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일이다.
정말로 하고 싶은 일 10가지 찾아보기, 혼자 집 보기, 맨땅의 흙을 맨발로 밟아보기, 소나기를 그대로 맞아보기, 온 가족이 목물하기, 부모님의 어린 시절 얘기듣기, 시장 구경하기와 장보기, 친구와 함께 목욕하기, 친구 집에 가서 함께 자기,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소리 지르기, 숲에서 나무 안고 나무와 얘기하기, 하루 종일 아무 일도 안 하기, 버스 타고 종점까지 갔다가 돌아오기, 반딧불이 찾아보기, 계곡이나 개울에서 바위 들추기, 큰 책방에서 한나절 보내기, 혼자 밥해서 가족들 상차리기, 지렁이나 개구리 직접 만져보기, 밤하늘을 보며 별똥별 보고 소원 빌기, 기차 여행하기, 내가 만든 노래 녹음하기, 나의 하루 사진 찍기, 인터넷으로 채팅 친구 사귀기, 부모님 직장 견학하기, 옷 입은 채로 물속에 들어가기, 봉숭아 꽃물들이기, 욕실과 변기 청소하기, 하루 장애친구 되기, 해 지는 모습 바라보기, 10년 후의 나에게 편지 쓰기 등등.
자연의 소중함과 여러모로 느껴보게 하고, 노동의 가치와 고마움을 느끼는 과제들을 실제 삶 속에서 찾아보게 하는 건 어떨까? 방학을 통하여 아이들이 스스로 줏대를 세워 자신을 찾아보도록 배려해야 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방학을 방학답게 보내려면 우선 부모가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내 아이가 남보다 뒤진다는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 자연을 통해서 배우는 삶은 아이들의 평생을 안온하게 챙겨준다. 눈을 크게 떠야 한다. 당장 눈앞에 드러나는 데만 치우친다면 더 많은 걸 잃고 만다. 자식을 사랑할수록 스스로 생활하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그게 부모가 마땅히 해야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