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교감교육일기-8
박교감교육일기-8
아침마다 7시 10분이면 집을 나섭니다.
전에 근무했던 학교보다 출퇴근길이 멀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학기초 여러 일들로 손 가는 데가 많습니다.
사오십분 느긋하게 차를 몹니다.
빨리 내달아가는 고속도로, 훤히 뚫린 4차선국도를 마다하고, 꼬불꼬불 좁다란 간선도로를 타고 갑니다.
칠원읍내를 벗어나면 곧바로 알곡 찰랑찰랑 익어가는 들판을 가로지릅니다.
조금만 바삐 서둘러도 아침찬거리 마련에 열심인 참새떼 화들짝 놀라 일제히 군무를 이룹니다.
애써 농사지은 결과를 넘겨보지 마라.
논 가운데 저벅저벅 허수아비 몸짓 정겹습니다.
이윽고 산모퉁이 감아듭니다.
산비탈마다 주먹만한 단감 말갛게 씻긴 아침햇살에 반짝 빛납니다.
산 속에 둥지 튼 조그만 마을, 그 중 한 집은 아침마다 굴뚝 한줄기 연기를 뿜어댑니다.
아마 팔구순의 노모님이 아침 지으시는 건강함일 겁니다.
차는 어느새 주남저수지를 지납니다.
희끔한 안개에 휩싸인 저수지의 조망, 그 아름다운 풍광을 유유히 스쳐지납니다.
곧바로 공장지대가 나타납니다.
유독 고만고만한 공장이 난립한 뎁니다.
이맘때 알곡 가득 들어찼어야 할 논배미. 흉물스러운 건물들만 우두커니 섰습니다.
참 안따까운 일입니다. 나 몰라라 비워둔 공장이 한둘 아닙니다.
이어서 거대한 아파트 숲에 들어섭니다.
예전에는 논밭뻘밭이었던 곳, 이제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습니다.
진영신개발지, 그곳이 제가 근무하는 뎁니다.
즐비한 아파트촌, 차도 많고, 사람들 움직임도 분주합니다.
아침 애상을 읊조렸지만, 이곳 또한 오늘을 사는 터전입니다.
벌써 해가 손 한뼘 떴습니다.
교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 등굣길로 갑니다. 학교지킴이 선생님, 시니어자원봉사, 학부모도우미님께서 1200여명의 아이들 등교를 도우고 섰습니다.
반갑게 눈인사를 나누고 함께 아이들을 맞습니다.
건강한 아침 기운이 모두에게서 흠뻑 배어납니다.
이러니 학교생활이 즐겁지 않겠습니까.
덕분에 참 좋은 하루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