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국에세이
생의 마지막 자리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8. 12. 1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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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 자리
3천여 명이 사는 작은 마을, 어느 날 할머니 한 분이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이 할머니의 장례식에 1,500명이 넘는 조문객이 모여들었다.
마을 사람 중 두 명 중 한 명은 할머니의 삶을 추모하고 슬퍼했다. 할머니는 살아생전 저명한 명사이거나, 지역 정치인이거나, 유명한 연예인도 아니었다.
젊은 시절, 할머니는 초등학교의 평범한 교사였다.
평생 할머니는 생활에 필요한 모두를 제자들의 상점에서 구매하며 살았다.
근처에 크고, 편하고, 값싼 대형 점포가 많았으나, 조금은 멀고, 비싸도, 제자들이 운영하는 옷가게, 잡화점, 식료품점을 일부러 들러 물건을 사며, 성장한 제자들을 칭찬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유명 브랜드의 물건보다는 제자의 손길이 닿은 소박한 물건을 더 아끼고, 이미 졸업한 제자들에게도 끊이지 않는 관심과 사랑을 베푼 할머니를 수많은 사람이 존경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들 생의 마지막 순간에 무엇이 남을까?
그 자리에 남은 건 다름이 아니라, 우리가 살면서 세상에 남긴 모든 게 다시 한 자리에 모인다.
한평생 세상에 남긴 할머니의 사랑이 다시 돌아와 장례식장을 따뜻하게 감쌌다.
사는 동안 나로 하여금 결코 헛되이 살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