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얘기

순댓국 두 그릇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9. 3. 3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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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댓국 두 그릇 
 

  여덟살쯤 되어보이는 여자 아이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식당으로 들어왔다. 아버지는 앞을 못보는 맹인이었다. 차림새도 꾀죄죄하고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두 사람을 보고 음식점 주인은 냅다소리쳤다.

  “아직 개시도 못 했으니까 다음에 와요!”

  아이는 아무 말 없이 아빠의 손을 이끌고 음식점 중간에 자리를 잡았다.

  주인은 그제야 음식을 먹으러 왔다는 걸 알았다.
  계산대에 앉았던 주인은 반갑잖은 듯 말했다.

  “얘야, 미안하지만 거기는 예약 손님들이 앉을 자리라서 말이야.”
  그렇지 않아도 주눅이 든 아이는 주인의 말에 금방 시무룩해졌다.

  “아저씨 빨리 먹고 갈게요. 오늘 저희 아빠 생신이거든요.”
  아이는 비에 젖어 눅눅해진 천 원짜리 몇 장과 한 주먹의 동전을 보여주었다.

  할 수 없이 주인은

  “그럼 빨리 먹고 나가야 한다.”

라고 말한 후, 순댓국 두 그릇을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계산대에 앉아서 물끄러미 그들의 모습을 바라봤다.
  "아빠, 제가 소금 넣어 드릴게요."
  아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소금통 대신 자신의 국밥 그릇으로 수저를 가져갔다. 그리고는 국밥 속에 들었던 순대며 고기들을 떠서 앞 못 보는 아빠의 그릇에 담아 주었다.

  “아빠, 어서 드세요. 근데 주인아저씨가 빨리 먹고 가라고 하셨으니까 어서 밥 뜨세요. 제가 김치 올려 드릴게요.“

  숟가락을 들었는 아빠의 두 눈 가득 눈물이 고였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주인은 조금 전 자기가 했던 말에 대한 뉘우침으로 그들의 얼굴을 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