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필살기
나의 필살기
박 종 국(에세이칼럼니스트)
항간에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신병 이상설로 세상이 들끓었다. 심지어 사망설까지 제기되어 남북은 물론, 국제관계도 긴박했다. 달포 정도 깜깜했던 그의 행방이 비료공장 준공식 참석으로 한낱 촌극을 끝났으나, 이번에도 영락없이 ‘카드라통신’이 위력을 발휘했다. 사실에 준거하지 않는 속단은 결국 정보력 부재의 볼썽사나운 꼴만 더했다. 그것도 온라인을 쥐락펴락하면서도 그의 거처를 일절 노출하지 않아 세상 모든 나라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형국을 면할 수 없었다.
한데도 나는, 그의 묘연한 행적보다 주체하지 못하는 그 비만함에 아연했다. 한 나라 지도자가 뒤뚱뒤뚱 걷는 모습은 그다지 좋게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방만하게 생활했으면 제 몸 하나 가리지 못하고 뒤룩뒤룩 살이 쪘을까? 몇 번을 다시 보아도 주체하지 못하는 그의 몸짓이 가당찮아 보였다. 그에 비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나 신체 날렵하고, 단아해 보이는가. 괜한 비교 잣대를 들이대기조차 용납이 안 된다. 어쨌거나 필요 이상의 ‘살찐 자’는 거북스럽다.
그제 일요일 사우나에 들렀다가 체중계에 올라섰다. 아뿔싸! 어건 또 무슨 조화냐? 그동안 7자 체중을 30년째 유지했는데, 8자가 눈에 띄었다. 81.125kg. 코로나 19사태로 바깥출입이 여의치 못해 ‘확찐자’가 신조어로 나돌 만큼 덤으로 살이 쪘다. 그런데 스스로 생각해도 이건 너무했다. 워낙 먹성이 좋아 체중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걸 염두에 두었는데도 예상치를 훨씬 벗어났다. 게다가 뱃살까지 더했으니 남들이 내 몸매를 보면 김정은 이상으로 꼴불견이었을 테다.
그래서 단박에 결심했다. 건강달리기 복장을 마련하고, 살 빼기 필살기에 도전했다. 오늘로써 12일째다. 오전 6시 30분부터 4km를 걷은 뒤 출근하고, 오후에도 6km를 걷는다. 아침은 건너뛰고, 점심도 탄수화물을 배제한 채 생두부 한 모와 요구르트 한 통으로 끝낸다. 그랬더니 어렵사리 7자 체중으로 회귀하였다. 여태껏 책 보고, 글 쓰느라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냈는데, 막상 과체중이 되고 보니 우선 챙겨야 할 게 몸매관리였다. 살찌우기는 쉬워도 빼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하는 요즘이다. 그래서 그럴까. 주변에 살찐 사람들이 좋게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 방송인 서경석 씨가 94kg의 체중을 얘기했다. 그도 운동은 하지 않고, 날마다 늦은 밤 아이스크림 한 통을 비운 결과란다. 그래서 일체 간식도 끊었다.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군입 거리도 손대지 않는다. 이 글을 쓰다 말고 뱃살을 쥐어보니 그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하루 10km 정도의 걷기의 효과를 충분히 발휘한다. 목표는 하나다. 3개월 이내로 6자 체중으로 진입하는 거다. 그러면 지금까지 나를 아는 사람들이 많이 놀랄 거다. 홀쭉해진 몸매, 쏙 들어가 뱃살이 어딜 갔을까.
이렇게 절절하게 결단하게 된 계기는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방만한 몸집 덕분이다. 신병 이상설이 날 만큼 부담스러운 몸매를 날씬하게 재단장할 의향은 없는지, 그에게 물어보고 싶다. 비만으로 비명횡사하는 게 단지 기우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