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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옛날시골보리밥 한 그릇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1. 6. 22.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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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옛날시골보리밥 한 그릇

퇴근무렵 순간소나기가 화들짝 내렸습니다.
근데 불과 십여분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치미 뚝 떼고 하늘 말짱하게 개었습니다. 마치 여우비처럼 사람을 홀겼습니다.
때문에 설핏 우산을 챙기지 않아 낭패를 당할 뻔했습니다.
운이 좋았던지 차량을 주차해 둔 곳까지는 차양이 설치되어 비를 맞지 않았습니다.
이후 소나기 그칠 때까지는 느긋하게 '정선희, 문천식의 지금은 라디오시대'를 경청해습니다.
제가 무척 좋아해서 중독된 라디오프로입니다. 두 진행자의 재치와 유머가 퇴근시간에 맞춰 하루 일상을 충분하게 힐링해줍니다.
오늘은 곧바로 귀가하지 않고 내일 '남지인문학읽기모임'에서 박현 시인이 준비하는 시편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하여 저녁을 챙겨먹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었습니다. 식당마다 붐벼 아예 강을 건너 함안으로 가 옛날시골보리밥 한 그릇하고 왔습니다. 청국장이 별미였습니다. 그렇지만 기대하고 들렀는데, 차린 반찬은 그다지 구미가 당기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렇게 입맛 까다로운 편은 아닌데 두 번 가기는 꺼려집니다.
다행스럽게 아들은 한 그릇 싹 다 비웠습니다.
요즘 젊은이답지 않게 향토음식, 옛날식 보리박정식을 곧잘 먹습니다.
태어나자마자 할머니할아버지와 함꺼 살아 어른 중심 식단에 익숙한 덕분입니다.
저는 입안이 깔깔해서 거친 야채는 거의다 남겼습니다.
특히, 탄실한 콩나물과 줄기열무나물은 씹지를 못했습니다.
주인장은 나잇살 든 사람을 전혀 배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러고보니 식당 안에는 나보다 연배인 분은 없었습니다.
언뜻 '옛날시골보리밥'이란 상호를 보고 들렀다가 혼쭐이 났었나봅니다.
애써 까탈을 부리지 않았지만, 비빔밥나물거리 좀 더 부드러웠으면 좋겠다, 말이 목젖까지 밀려나왔지만 별 말 않고 그냥 나왔습니디.
이제 다시는 그 집을 찾지 않겠다는 작심을 했습니다.
그렇잖아도 '먹거리 기행'이란 꼭지로 기행산문집을 낼 예정인데, 선정권에 탈락되어 아쉽습니다.
더군다나 경상도음식은 먹거리 기행으로 추천하고픈 게 가뭄에 콩나듯합니다.
동서간 음식 편차가 너무 큽니다.

어쨌거나 오늘 저녁은 옛날시골보리밥을 먹었지만 자랑삼을 게 없습니다. 경상도음식의 한계가 빤히 드러납니다.

|박종국참살이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