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얘기

함께사는 세상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1. 6. 26.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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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사는 세상

 


세계 3대 빈민도시 필리핀의 톤도에서 한 아이가 내게 물었다.

"작가님은 햄버거 먹어봤어요?"

"응, 그럼."

"햄버거는 어떤 맛인가요?"

"궁금하니?"

"정말 궁금해요. 사람이 자기 전에 자꾸 상상하면 상상했던 일들이 꿈에 나온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생각날 때마다 자기 전에 햄버거를 상상해 보곤 하는데..., 꿈에 나오질 않아요. 사실 본 적도 없고, 먹어 본 적도 없으니 제대로 상상조차 할 수 없어요."

 

 

다음날 아침 일찍 시내로 나가 아이가 넉넉하게 먹도록 햄버거 3개를 사서 아이 가방에 몰래 넣어 두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이는 햄버거를 먹지 않았다.

공책과 필기도구를 꺼내기 위해 분명 가방 안을 들여다 봤을 테고, 햄버거의 존재를 알아차렸을 텐데 아니
냄새만 맡아도 눈치챘을 텐데..,

아이에게 물었다.

"혹시 가방 안에 햄버거 못봤니?"

"아니요, 알아요. 하지만 햄버거를 주신 분에게 고맙다고 인사도 못했는데 어떻게 그냥 먹어요? 혹시 작가님이
넣어 주신 건가요?"

"응 그래. 이제 알았으니 어서 먹어, 상하기 전에..."

"아, 감사합니다."

 

 

아이는 웃으며 대답을 하더니 주변을 살폈다.

순간. 혼자 먹고 싶은 마음에 친구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닐까 했지만, 아이의 행동에 나는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친구를 경계한 게 아니라 친구의 수를 헤아린 거였으니까.

식당에서 칼을 가져온 아이는 햄버거 3개를 15개로 잘라 모였던 친구와 함께 나눠 먹었다.

"왜 나누는 거니? 햄버거 먹는 게 소원이었잖아."

"혼자 먹으면 혼자 행복하잖아요. 친구가 많은데 나혼자 행복하면 그건 진짜 행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나눠 줄 수 있다는 건 행복이니까 저는 조금 먹어도 행복해요. 우리 모두 함께 먹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