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얘기

가장 아름다운 가위 바위 보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1. 7. 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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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가위 바위 보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아빠랑 가위바위보를 할까? 네가 이기면 부탁하는 건 뭐든지 다 들어줄 테니까.˝
˝그럼 아빠, 내가 갖고 싶은 거 다 사 줄 거야?˝
˝물론이지. 네가 갖고 싶은 건 아빠가 모두 다 살 줄게.˝

그래서 아버지와 아들은 가위바위보를 했습니다.
그런데 가위바위보를 할 때마다 아들은 단 한번도 진 적이 없습니다.

그것이 아들은 그렇게 신이 날 수가 없었고, 즐거움이기도 했습니다.

아들은 가지고 싶은 장난감, 먹고 싶은 모든 걸 다 사달라고 했고, 아버지는 즐거이 아들과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아버지는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겨 기뻐하는 아들을 보면서 자신도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버지가 가위바위보를 할 때마다 아들에게 일부러 져준 걸 아들은 아직 어려서 알지를 못합니다.

오직 주먹밖에 낼 줄 모르는 아들, 아버지의 아들은 태어날 때부터 손가락이 없이 조막손으로 태어나 주먹밖에 낼 수가 없습니다.

언제까지고 아버지는 이런 아들에게 계속 지고 싶어합니다.

자기가 주먹밖에 낼줄 모른다는 걸 아들이 스스로 알아차릴 때까지 아버지는 또 계속 져 줄 겁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이 주먹밖에 낼 줄 모르는 걸 알게 될 날이 오지 않기를 또 간절히 바랍니다.

 

유현민 《행복 수첩 속의 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