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국에세이/박종국칼럼글
빙하착(放下着)하고 착득거(着得去)하라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1. 8. 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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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
병원치레 이후 몸 건강에 관심이 많다. 해서 아침 6시 반이면 일정시간 읍내를 걷는다. 더러 남지 낙동강변을 걷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은 힘에 부친다. 한번 접친 건강을 되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하루하루 꾸준하게 움직인다. 그 덕분인지 이젠 일상전반이 원만하다.
그저께 아침. 아파트 단지를 막 벗어나려는 즈음 꽝하고 차량 사고가 났다. 멀찍이에서 보았지만 뒤따르던 차가 앞차를 들이 받았다. 물론 앞서든 차의 급정거가 사고의 원인이기도 했다. 한데 잠시 후의 상황은 급변했다. 목덜미를 움켜잡은 운전자, 가슴을 쓸어앉은 운전자, 누가 먼저였는지 거칠게 입을 열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데, 저래도 되나?'
'잘잘못이 빤한데, 저렇게 목소리만 높이나?'
스스로 내려놓기가 안 되는 하품인간의 전형이었다! 더는 손사레나 불협화음을 듣고 싶지 않아 자리를 벗어났다. 두 사람 다 통성명은 하지 않았으나 안면은 트고 지내는 사이였다. 그 장면을 지켜봤다는 내가 머쓱했다. 누구나 운전대만 잡으면 두 얼굴의 헐크가 되는 세상이다. 평생 다시는 안 보고 살겠다는 듯 치떠드는 사람들, 조화의 의미를 몰랐다. 심쿵했다.
조화로운 인간 관계란 주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받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면 상대는 문을 열지 않는다. 받기만 하려는 마음이 많다보면 상대방은 문을 열기는 커녕 경계하는 마음이 된다. 주는 마음은 열린 마음이다. 나를 고집하지 않고 남을 받아 들이는 마음이다.
나를 낮추는 건 열린 마음의 시작이다. 나를 낮추고 또 낮춰 저 평지와 같은 마음이 되면 거기엔 더 이상 울타리가 없다. 벽도 없고 담장도 없다. 거기엔 아무런 시비도 없다. 갈등도 없다. 장애도 없다. 거칠 게 없기 때문이다. 해서 주는 마음은 열린 마음이요, 열린 마음은 자유로운 마음이다.
울타리가 좁으면 들어 설 자리도 좁다. 더 많이 쌓고 싶으면 아예 울타리를 허물어야 한다. 열린 마음은 강하다. 무엇하나도 지킬 게 없으니 누구와도 맞설 일이 없다. 진정 강해지려면 어디에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인이 되어야한다. 그러자면 마음을 열고 끝없이 자신을 낮추어야 한다.
손은 두 사람을 묶기도 하지만 서로를 밀어내기도 한다. 손가락은 두 사람을 연결시키기도 하지만 접으면 주먹으로 변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어색하게 두 손을 내린 채로 서서 서로를 붙잡지 못한다.
지혜와 어리석음이 모두 마음의 손에 달렸다.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이 세상을 바로볼 줄 알고, 노래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인생의 참맛을 아는 사람이다. 딴짓을 하고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고래고래 고함 질러봤자 제 얼굴에 침뱉기다.
매사 방하착(放下着)하고 착득거(着得去)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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