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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한 책읽기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1. 9. 1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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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동포초등학교 교감)
지난 두 주간은 2학기 학부모상담주간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대면상담이 여의치 못하고, 주로 전화상담을 하였습니다. 그치만 1학기 상담때와는 판이하게 다른 관심을 보였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학년학급별로 학습에 관한 상담이 많았습니다.
어제 학교에서 세 분의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미리 예정하였던 건 아니었지만, 아이들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독서로 얘깃거리가 되었습니다. 저 역시도 평소에 관심 두는 일이라 대화에 더욱 솔깃했습니다. 공감하는 얘깃거리가 많았습니다.
" 코로나 여파로 시대가 시대인만큼 집안에서 머무는 시난이 많은데, 아이가 책을 가까이 하지 않아요."
하소연 하든 안타깝다는 어머니의 말씀이었습니다. 저싀 생각도 같습니다. 아이들, 책 많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까지 별다른 생각 없이 학원과외로 아이를 내몰았다면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단지 시험점수를 잘 받는다고 해서 아이의 성장에 보탬이 되지 않습니다.
"맘잡고 눌러앉혀 책을 읽히려해도 컴퓨터스마트폰이 먼저예요. 닦달하지 않고 그냥두면 아예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아요."
아이들 그냥 책 읽지 않습니다. 아이가 즐겨 읽게 하려면 다양하게 책과 만나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합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은 단순하게 재미를 주는 책입니다. 아이가 부담 없이 책을 읽게 하려면 딱딱하고 지루한 내용보다는 흥미 위주의 책을 골라 주어야합니다.
그저 좋은 책만 읽히겠다고 욕심을 가질수록 아이는 그만큼 책가 멀어집니다. 더욱이 무거운 내용은 아이의 마음만 답답하게 할 뿐입니다. 책꽂이에서 잠을 자는 책은 좋은 책이 아닙니다. 손에 닿는 책이라야 아이의 마음을 살려냅니다.
"근데, 아무리 책을 읽히려고 해도 아이는 텔레비전을 많이 보려고 하고, 컴퓨터 앞에 오래 앉으려고 고집합니다."
당연합니다. 어른도 머리 아파하며 책 읽기보다 마음 편하게 텔레비전 보고 컴퓨터 오락하는 게 더 즐겁지 않습니까. 아이 마음도 그러합니다. 애써 뜯어 말리려고 목청을 높일 까닭이 없습니다. 과유불급입니다. 지나치면 차라리 아니함만 못합니다. 책 읽으라고 닦달하면 할수록 아이는 책을 읽고픈 마음이 달아나 버립니다.
느긋하게 기다려 주어야합니다. 어른도 책 한 권을 다 읽으려면 갖가지 일과 맞서 이겨 내야하듯이 아이도 해야 할 자잘한 일이 많습니다. 더욱이 부모의 바람대로 선뜻 따라하지 않는다고 해서 얼굴을 붉힐 일이 아닙니다.
먼저, 아이 스스로 읽어야할 책 목록을 뽑아보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그러면 아이가 어떤 책을 읽고 싶어 하는가를 파악하게 되고, 관심 영역을 캐어보는 기회가 됩니다.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란 세상에 대한 편견이 없어야 합니다. 확실한 가치관을 지닌 책이며, 아이의 처지를 이해하는 책입니다. 엉뚱하고 기발한 생각을 일깨워주는 책, 글과 그림이 아름답게 그려진 책입니다. 내용이 새로워야 합니다. 성실하게 공들여 만들어진 책이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재밌고, 설득력과 감화를 주는 내용이어야 합니다.일관된 주제가 돋보이는 책이어야 합니다. 새로운 시도나 신선하고 의욕적인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좋은 책은 책꽂이에서 바쁜 책이어야 합니다.
명심할 일은 아이에게 책 읽히려는 데 욕심을 갖지 않아야 합니다. 더구나 책을 읽고 반드시 독후감을 써야한다는 일련의 강요를 하지 않아야합니다. 자유롭고 편안한 마음으로 책만 읽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느긋한 분위기에서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도록 하는 게 바람직한 책 읽기 방법입니다. 그러면 애써 책을 읽으라고 다그치지 않아도 아이 스스로가 책을 가까이 하게 되고, 책을 통하여 따뜻한 마음을 일깨우게 되고, 세상을 바라보는 부드러운 눈을 가지게 됩니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어울리고, 더불어 사는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그럼에도 아이가 느긋하게 책을 읽도록 습관들이는 게 쉽지 않지요? 독서이력이 30년인 저도 아직 마구잡이로 책읽으려면 수많은 유혹을 물리쳐야 한답니다. 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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