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1. 12. 15.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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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리더십

춘추전국시대 초나라의 장왕이 전쟁에서 돌아온 장수를 위해 잔치를 벌였다.
밤늦도록 연회를 즐기는데 갑자기 센바람이 불어와 촛불이 전부 꺼졌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장왕이 총애하던 여인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전하, 지금 어둠을 틈타 누군가가 저를 희롱하였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제가 그 자의 갓끈을 뜯어 손에 쥐었사오니 어서 불을 밝혀 범인을 잡아주시옵소서.”
그러나 장왕은 촛불을 켜지 못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지금 이 자리 모든 이는 갓끈을 끊으라. 그러지 않는 자는 연회를 즐기지 않는다고 간주하겠다.”
모두 끈을 끊은 뒤에야 촛불이 켜졌고, 결국 여인을 희롱한 범인을 찾아낼 수 없었다.

3년 후, 초나라는 진나라와 전쟁을 벌였다. 그런데 전황이 매우 불리했다.
그 순간 누군가가 죽음을 무릅쓰고 군대를 이끌고 적진 깊숙이 들어가 삽시간에 전세를 뒤집었다.
전투를 마치고 장왕은 그 장수를 찾았다.
장왕이 장수를 치하하자 장수는 왕 앞에 엎드려 고백했다.
“폐하, 사실 저는 몇 년 전 연회장에서 여인을 희롱했던 장수입니다. 제가 엄한 벌을 받아야 했던 상황에서 폐하의 아량으로 목숨을 건졌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이 한 목숨을 바쳐 폐하를 위해 싸우리라 다짐했습니다."

원수를 갚는 건 적을 이기는 게 최선이지만 용서는 친구를 얻는 일이다.
완벽한 선인도 없고, 완벽한 악인도 없다.
장왕과 같은 아량과 여유로운 관용이 때로 위대한 충신을 얻는다.
시대적 감각과 리더십은 느긋한 인간품성에서 만들어진다.
어떤 경우라도 사람을 잃지 말라고 했다.
내가 용서하고 배려한 그는, 능력보다 나를 더욱 빛내 줄 위대한 힘이 된다.

훌륭한 리더십은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박종국참살이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