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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다 하여 낙담하지 말라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2. 4. 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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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다 하여 낙담하지 말라

 

貧家淨拂地 貧女淨梳頭 景色雖不艶麗 氣度自是風雅
빈가정불지 빈녀정소두 경색수불염려 기도자시풍아

士君子 一當窮愁寥落 奈何輒自廢弛哉
사군자 일당궁수요락 나하첩자폐이재

가난한 집안도 깨끗이 청소하고, 가난한 집 여인도 깨끗이 머리를 손질하면

비록 곱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기품은 저절로 우아해진다.

선비가 한때 곤궁하거나 영락(零落)하더라도 어찌 가볍게 스스로를 버릴까 보냐.

 

 

한평생을 살아가자면 때로는 궁지에 놓이기도 하고, 실의에 빠지기도 한다.

이것은 누구나 겪는 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그런 궁지에 처했을 때, 또는 실의에 빠졌을 때의 태도이다.

이런 때야말로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아야 한다.

자기 자신을 소홀히 다루고, 자신을 체념해 가지고는 열릴 운도 열리지 않는다.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건 다행스러운 일이나 자랑할 게 못된다.

가난은 자랑할 게 아니지만,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다.

조선 정조 때, 명재상이었던 채제공은 어려서 집안이 가난하였다.

과거를 보아야겠는데 준비를 할 수 없자 안면이 트인 재상 집으로 갔다.

"과거에 필요한 지필묵(紙筆墨)을 얻고자 합니다."

재상은 당돌한 젊은이의 기개를 높이 사 지필묵을 마련해 주었다.

'아니 이걸 저더러 손수 가져가라 하십니까? 이왕 주실 바에는 하인에게 들려 보내주십시오."

"내가 미쳐 생각하지 못했네."

재상은 젊은이를 너무 얕잡아본 걸 사과하였다.

이렇게 해서 하인까지 동반한 채제공이 문밖을 나서는데, 그의 등에서 개 가죽이 쑥 빠져 나와
땅에 떨어졌다.

개 가죽은 천민이 추위를 막기 위해 등에 넣는 도구였다.

채제공은 그것마져 남에게 빌어 입었다.

재상은 채제공이 이번에는 무안해 할 걸로 여겼다.

그런데 채제공은 태연자약하게 종을 꾸짖었다.

"무엇하느냐? 내 개 가죽이 떨어졌으니 어서 내 등에 다시 넣어라."

몇 해 전 방영되었던 드라마 '이산(李祘)'에서 채제공을 보았다.

얼마 전 '이산'이 일본 텔레비전에서 최고의 인기리에 방영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