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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준 선물, 친구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2. 6. 1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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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준 선물, 친구

 

 

소년 시절에는 어서 커서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세월이 너무 빨리 가서 멀미가 날 지경입니다.

말이 좋아 익어가는 거지 날마다 늙어만 가는데, 그 맑았던 총기는
다 어디로 마실을 나갔는지.

눈앞에 뻔히 보이는 일도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꿀먹은 벙어리가 되고.

책장 앞에서, 냉장고 앞에서, 발코니에서
내가 왜 여길 왔지? 약봉지를 들고서 약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않아 집나간 총기를 기다리며
우두커니 섰을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다음 날까지 기억이 돌아오지 않아서 애태우는 때도 많았지요.

이렇게 세월따라 늙어가면서 나 자신이 많이도 변해갑니다.

 

 

젊은 날에 받은 선물은 그냥 고맙게 받았지만,
지금은 뜨거운 가슴으로 느껴지고,

젊은날에 친구의 푸념은 받아들이기가 부담스러웠지만,
지금은 가슴이 절절함을 함께 합니다.

젊은 날에 친구가 잘되는 걸 보면 부러웠지만,

지금은 친구가 행복해 하는 만큼 같이 행복하고,

젊은 날에 친구의 아픔은 그냥 지켜볼 수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나의 아픔처럼 생각이 깊어집니다.

젊은 날에는 지적인 친구를 좋아했지만,
지금의 친구는 마음을 읽어주는 편안한 친구가 더 좋습니다.

이게 다 세월이 가면서 익어가는
나이가 준 선물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