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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 님께, 남극에서 편지를 보냅니다.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2. 6. 2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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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 님께, 남극에서 편지를 보냅니다.

 

 

안녕하세요?

지구의 끝, 남극에서 편지를 보냅니다. 저는 올해 남극을 항해한 그린피스 선원, 류한범입니다.

2022년 첫 펭귄 생태계 연구를 위해, 저는 남극으로 왔습니다. 남극에서도 작은 섬을 찾아 펭귄의 서식지를 조사했죠.

뒤뚱뒤뚱 걷는 펭귄을 눈앞에서 보니, 다큐멘터리를 볼 때처럼 마냥 귀여워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조사를 마친 뒤, 과학자 리더 마이클의 조사 결과를 들었을 땐 마냥 웃을 수 없었습니다

극도로 추운 날씨 때문에 젠투펭귄은 이곳, 남극반도의 안데르손 섬에서는 새끼를 키우지 못하였습니다. 이전까지 이곳에서 발견된 젠투펭귄의 둥지는 단 한 개.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저희가 발견한 그들의 둥지는 무려 75개였습니다.

펭귄의 둥지가 많아진 것이 왜 위험신호인지 고개를 갸웃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남극의 온도가 1도, 2도 높아질 때마다 펭귄도 남쪽으로 이동합니다. 저는 펭귄의 서식지가 점점 남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들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피난처를 목도한 것이죠.
그러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을 때, 펭귄은 비로소 살아갈 곳을 잃게 될 것입니다.

 

 

우리 손에 있는 증거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2012년에서 2016년 사이에 남극에서는 2,190억 톤의 해빙이 사라졌습니다. 결국 펭귄과 수많은 해양 동물, 더 나아가 남극 생태계가 위협 받고 있습니다.

저는 그린피스 환경감시선에서 일을 시작하고 이처럼 머나먼 곳에서도 인류가 환경을 파괴한 흔적을 두 눈으로 보았습니다. 앞장서서 환경을 지켜야겠다는 확신을 준 계기이기도 하죠!

그린피스는 캠페인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의 후원을 일절 받지 않으며, 개인 후원자님들의 후원으로만 활동하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 캠페인을 진행하기 위해, 저희는 6월 30일 전까지 1만 원을 후원해 주실 후원자 200명을 모집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함께 해주신다면, 반드시 남극에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는 날이 올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린피스 아틱선라이즈호
일등항해사 류한범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