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여름나기
강아지 여름나기
강아지 여름나기
박종국
요즘 여름 가뭄이 심해요. 그래서 그런지 무척 더워요. 행자, 여름에 별로 더위를 타지 않았는데, 올여름은 그저 헤헤거릴 만큼 더워요. 아파트 거실에서 내려다보면 찌는 더위에 풀나무 이파리가 어깨를 축 늘어뜨렸어요. 그 모습을 보기만 해도 숨이 꽉꽉 막혀요. 이럴 때 사람은 짧은 옷으로 갈아입거나, 시원한 산이나 강, 바다로 더위를 팔러가요, 하지만, 행자같은 강아지는 그럴 순 없어요.
반려동물이 더위를 피하는 방법은 오로지 보호자의 관심과 배려뿐이에요. 행자, 얼마전 털북숭이 죄다 깎았어요.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할 때면 더워서 혀를 길게 내놓는 게 안쓰러워보였든지 보호자가 애견미용실에 데리고 가 털을 짧게 깎아주었어요. 근데 너무 짧게 바짝 깎아 당황스러웠어요.
왜냐고요? 물론 행자를 배려해서 그렇게 깎아주셨어요. 그러나 강아지의 털은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해주는 기능을 선천적으로 가졌어요. 그래서 강아지의 털을 깎아주는 건 되레 선천적으로 가진 자동온도조절 능력을 방해하는 행위가 돼요. 특히, 고양이의 경우 체온조절능력이 탁월하기에 여름철에 털을 깎아주는 건 무의미해요. 고양이는 강아지에 비해 민첩하고 활동적이어서 불볕더위에 체온이 오르게 되면 곧바로 그늘진 장소로 이동하여 스스로 체온을 내려요.
사람이 수세기에 걸쳐 애완동물을 키워오면서 두텁게 자라는 강아지 털을 깎아주었어요. 그래서 그것이 여름철 더위로부터 강아지의 체온을 내려주는데 도움이 되었던 건 분명해요. 애견전문가는 털이 길고 두텁게 자라는 강아지의 경우, 여름철 무더위로부터 강아지를 보호하기 위해 털을 깎아주는 게 좋다고 추천해요. 그러나 털이 짧은 강아지의 경우 털 깎기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며, 오히려 일사병에 걸릴 위험에 노출된다고 경고하기도 해요.
실제로 강아지는 일사병에 걸리기 쉬우므로 뜨거운 태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적어도 2cm 정도 털을 남겨두고 깎아주는 게 좋아요. 그런 점에서 보면 행자는 너무 바짝 깎아버렸어요. 근데 어쩌겠어요. 당분간 털이 자랄 때까지 바깥에 나다니지 않아야겠어요. 다만 항상 집밖에서 생활하는 강아지의 경우, 털이 뭉치고 떡이 지거나 자주 물기에 젖는데, 이를 때는 털을 깎아주는 게 좋아요. 이런 환경에서 사는 강아지는 지저분한 털 속에 구더기가 번식하는 ‘구데기증(myiasis)’걸릴 위험성을 가졌어요.
그리고 강아지의 털을 깎을 때는 직접 깎기보다 애견미용실이나 애완동물 미용실을 이용하는 게 좋아요. 자칫했다가는 강아지가 놀라거나 겁을 먹고, 고통스런 사고가 일어나요. 자신이 없다면 애견전문미용실을 찾는 게 사고로 다친 강아지를 치료하는 수고 보다 경제적이에요. 그렇다고 무조건 미용실에 맡기는 게 최선은 아녜요.
직접 미용을 해주면 미용비를 아끼기보다 귀중한 시간이 덤이에요. 그렇지만 어느 경우에도 털을 바싹 깎아서는 안돼요. 적어도 2cm 정도는 남기고 깎아야 해요. 그래야 강아지가 낮 동안 뜨거운 태양에 타지 않으며, 밤에도 서늘함을 느끼지 않아요.
대개 보호자는 말쑥하게 깎는 걸 좋아해요. 제 보호자도 매번 그럴 걸요. 그러면 강아지에게 일사병이나 화상을 불러올 뿐만 아니라, 강아지 피부 밑에 박혀 보호역할을 하는 밑털까지 제거가 되어요. 중요한 건 이 밑털의 뿌리가 잘려나가면 다시는 털이 나지 않고 피부 질환을 일으켜요.
또 하나, 여름철에는 잠깐 동안이라도 강아지를 자동차에 홀로 남겨두지 마세요. 잘 알면서도 쉽게 생각해서 자동차 안에 아기나 강아지를 두고 자리를 뜨는 데, 금방 일을 보고 돌아온다는 생각이지만, 차 안의 온도는 금세 뜨거워지고, 뜨거운 공기에 질식할 우려가 생겨요.
여름철일수록 강아지에게 항상 넉넉하게 물을 주어야 해요. 강아지나 고양이에게 신선하고 차가운 물은 여름철 보약이에요. 얼음을 넣어 주어도 좋아요. 아이도 차가운 물을 무척 좋아하잖아요. 강아지가 혀를 내밀고 헐떡거리는 건 숨을 통하여 자신의 체온을 낮추려는 행동이에요. 강아지의 정상 체온은 37.7°∼39.4°이에요. 한여름 온도가 높은 날에는 강아지 스스로 호흡을 통해 체온을 내리기엔 역부족이에요. 이때 강아지를 시원하게 도와주어야 해요.
|박종국에세이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