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잇값 하기 쉽지 않다
나잇값 하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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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종 국
한때 권투경기에 매료되었다. 정신적으로 피폐했던 때였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런데 돌연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시켜준 게 바로 권투경기였다. 사각의 링 위에서 사투를 벌이는 선수와 나를 동일시하여 피를 튀겨가며 싸웠다. 그만큼 대리만족은 삶의 활력에너지를 새롭게 진작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그렇게 사투를 벌이는 경기도 때론 낭패감을 맛보아야했다. 어느 날 나와 동일시했던 선수가 매 라운드마다 허느적거리며 패기 없이 경기를 했다. 그러더니 종료 벨이 울렸는데도 마치 자기가 이겼다는 듯이 링 위를 펄쩍펄쩍 뛰어다녔다. 순간, 그렇게 화가 날 수가 없었다. 이만저만 졸전이 아니었는데, 그는 아직도 힘이 펄펄 남았다는 듯이 알량대었다. 그렇게 펄쩍대며 최종 라운드까지 힘이 남았다면 왜 빌빌대나?
우리 사는 형편도 비슷하다. 마땅한 일이 주어졌는데도 그에 충실하지 않고 헐렁대다가 결국 낭패를 본다. 지금까지 허두로 살아온 나의 생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스스로 나잇값을 못하고 살았던 거다. 해맞이를 하면서 찬찬하게 계획했던 일들 무엇하나 탄실하게 마무리하지 못했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 그 이치는 일본 교토에 위치한 MK택시 유봉식 회장의 경영비법으로 따져보면 확연해진다. 그의 경영철학은 ‘친절택시’ 벤치마킹으로 집약된다. 그는, 신용과 친절을 앞세워 일본 택시업계의 성공신화를 창조했다. 결국 그에게도 ‘최선’이 최고의 ‘비책’이었다.
지금 우리 사회의 도덕적 정의가 온전치 못하다. 정치는 물론, 경제정의도 심각한 상태다. 교육이 그렇고, 종교 또한 오십보백보다. 사회정의가 공황 상태에 빠졌다. 설령 경우에 어긋나는 짓을 저질렀다고 해도 자신의 편익을 위해서 덮어주고 묻어주는 데 ‘너그러운 아량(?)’을 지녔다. 얼이 빠진 채로 한통속이 되어 버렸다. 모두가 자기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결과로 마땅히 치러야할 대가인 셈이다. 오류를 범해도 너무나 치유 불가능한 난수표다.
한해 반환점에 섰다. 다시금 내 생활언저리부터 야무지게 추스르고, 온전한 생각머리로 못다 한 일들에 최선을 다해야겠다. 곁가지도 줄여야겠다. 나잇값 제대로 하고 살기 어려운 시대다. 그만큼 변화무쌍한 시대에 산다. 그렇지만 어쩌랴. 지금껏 그래왔듯이 묵묵히 제 길을 갈 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좋은 나무는 가지치기를 할 때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나무마다 열매 맺는 버릇이 다 다르듯이 쓸데없는 곁가지를 탄실한 상품의 과실을 기대할 수 없다.
나잇값 잘 하고 살려면 더는 후회를 남기지 않아야겠다.
|박종국에세이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