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국에세이/단소리쓴소리

걸핏하면 상호가 바뀐다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2. 12. 6. 20:09
728x90

걸핏하면 상호가 바뀐다


박종국

요즘 퇴근하면 곧바로 도서관을 향한다. 딱히 정해진 일은 아니다. 하루 종일 도서관에 붙박여 사는 젊은이의 피폐함을 조금이나마 나누고 싶어서이다. 그곳에는 처지가 비슷한 젊은이가 빼곡히 자리 지킨다. 맘이 짠하다. 시대를 잘못 만나 애꿎게 고생하는 청춘이다.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했건만 마땅한 직장을 얻지 못한 채 손때 묻은 책과 씨름한다. 벌써 수년째다.

이들을 보면 경기가 어렵다는 걸 단박에 실감한다. 소도시 도서관만해도 취업 준비생이 이렇게 많은데, 전국적인 상황을 가늠해보면 아득한 수치일 거다. 국가적으로 봐서도 이만저만한 손해가 아니다. 주변 또래의 경우도 비슷하다. 집집마다 귀향한 자녀가 한둘 아니다. 일하겠다고 숱하게 원서를 내고, 기회 닿을 때마다 응시를 했으나, 취업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기만큼 어렵다. 그나마 신규채용은 가뭄에 콩 나듯 어렵다.

또 하나 힘겨운 군상은 소위 자영업자다. 직장을 잃고 시작한 일이 음식점이다. 그러니 좁다란 골목에 엇비슷한 가게가 다닥다닥, 제살 제 베어먹기를 한다. 으레 치킨, 국밥, 분식가게를 낸다. 편의점도 그 대열에 선 지 오래다. 문 닫아봤자 크게 거덜날 게 없다고 얘기힌다. 하지만, 체인점의 경우는 여차하면 알거지로 전락한다. 당장에 이문이 남는다는 본사만 믿었다간 깡통신세 면치 못한 사람이 부지기수다.

오늘도 저녁을 먹으러 일면식을 터놓았던 가게에 들렸다. 그랬는데 그새 가게 간판을 새로 바꿨다. 주인장 말마따나 주방식구가 힘들다고 싸워대서 업종전환을 했다. 하지만, 실상은 장사가 안 되어 고육지책으로 먹거리를 다시 정한 거다. 그 덕분에 주방 식구도 줄이고, 부부가 단출하게 운영하는 해장국 집으로 얼굴을 드러냈다. 굳이 신문통계를 밝히지 않아도 요즘 새로 개업하는 가게가 서너 달 살아남는 사례가 드물다고 한다. 십중팔구는 도로 문을 닫는다는 얘기다.

상가 사정도 빠듯하다. 길가는 사람, 경기가 좋으면 주머니가 바쁘고, 덩달아 술술 지갑이 열린다. 그렇지만, 끝없이 추락하는 이즈음엔 열에 아홉은 가격만 물어보고 그냥 지나친다. 그러니 물건 하나 팔겠다고 손님 시늉 들다 보면 입이 쓰다. 오죽했으면 적게 받아도 월급쟁이가 최고라고 극찬을 할까? 남의 돈 벌기가 정녕 하늘에 별 따기보다 더 힘든다.

글쎄, 가게 간판은 그냥 바뀌지 않는다.

|박종국_에세이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