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국에세이/단소리쓴소리

허튼 소리 그만하라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3. 2. 1. 20:38
728x90

허튼 소리 그만하라

박종국

우리는 종종 얼토당토하지 않거나 실없는 소리를 할 때,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개 풀뜯 먹는 소리'하지 말라고 지청구를 한다.

씻나락은 한해 농사가 끝나면 농사지은 벼 중에서 가장 잘 익고, 튼실한 알곡을 골라 내년에 쓸 종자로 남겨놓은 볍씨다. 그만큼 농가에서 씻나락(씨나락)은 소중하다.

씨나락은 농가의 보물이자 희망이다. 그런데 곳간에 고이 간직해 둔 씨나락이 밤만 되면  까먹는 소리가 났다. 그래서 '누가 씨나락을 까먹나?','귀신이 씨나락을 까먹나?' 농부는 밤마다 쉼없이 조곤조곤 댔다. 그 때문에 잠을 설친 아들이 냅다소리쳤다.
"아버지, 제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그만하세요"
이렇게해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는 얼토당토하지 않거나 쓸데없는 소리로 사용되었다.

즉,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는, 다른 사람이 잘 알아듣지 못하도록 혼자 우물우물 지껄여 대는 말을 하거나, 조용하게 몇 사람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비꼬아 이르는 말, 이치에 맞지 않는 엉뚱하고 쓸데없는 소리를 이르는 말이 되었다.

이를 우리네 정치판에 오롯이 대입하면 딱 들어맞는다. 허구헌날 하는 말이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민의를 대변하라고 뽑아놓았는데, 종복은커녕 오히려 상전이되어 길길이 날뛰며 나라살림을 쥐락펴락한다. 허튼 소리가 너무 잦다. 참 귀신 씻나락 까먹는 짓이다.

이는 정치행정뿐만 아니라 교육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장 먼저 개혁하고, 혁신해야할 교육현장이 탁상공론으로 미적대고, 제 살 불리기에만 급급하다. 그러니 아무리 변화를 주문해도 일선 학교현장에서는 미세한 파도조차 일지 않는다. 더더구나 교육혁신을 실패했던 당사자를 교육수장으로 재기용했으니 그 결과는 불 보듯 빤하다.

정치를 바로 잡는 건 시민의 힘이고, 교육을 바로 세우는 주체는 교사와 학생, 하부모다. 그래서 더는 귀신 씻나락 까먹는 허튼 소리는 그만두고, 정치는 시민에게, 교육은 교육주체들에게 권한을 위임해야한다.

그렇게 할 때 나라가 바로 서고, 교육이 제 길을 찾는다.

|박종국 다원장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