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세일
반짝세일
박종국
고만고만했을 때 엄마 손잡고 나섰던 시골오일장. 지지리도 벽촌에 살았던 나는, 면내만 나가도 모든 게 신기했다. 그곳에서 만나는 세상은 달랐다. 사람도, 집도, 가게도, 갖가지 물건도 나와는 너무나 다른 세상이었다. 특히, 명절대목장은 맛배기도 후했고, 덤으로 쥐어주는 군입거리도 솔솔 찮았다. 아마 그때부터 나의 장돌뱅이 이력이 시작되었지 싶다. 숫제 육십줄에 들어선 나잇살에도 나는 시장에 가거나, 슈퍼마켓에 들리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단골 슈퍼는 문지방이 닳는다.
요즘 들어 시장이나 슈퍼가면 신나는 일이 많다. 그야말로 신제품을 광고하러 마련한 맛보기 코너때문이다. 재래시장보다 대형슈퍼에서 행사가 잦다. 코로나19 여파가 다소 누그러졌다고 그럴까. 아무튼 퇴근 무렵 배가 출출할 때면 체면 불구하고 달려가서 능청을 떤다.
"오늘 맛보기 순대는 어떻게 맛이 좀 다릅니까? 하나 먹어봐도 됩니까?"
"아예. 이번 순대는 야채를 듬뿍 넣어 다이어트에 좋아요."
"다이너마이트에 좋다 말입니까? 그러면 내 뱃살빼기 좋겠네요?"
그러고도 나는 서너 번 더 가져다 먹어야 자리를 뜬다. 그 덕분에 멀찍이 떨어져 섰던 아줌마도 자리를 비집고 들어선다. 맛배기 준 덕분에 판매효과를 톡톡히 본다.
그보다 나는 슈퍼 '반짝세일'을 좋아한다. 으레 대형마트가 개점할 때면 단골메뉴다. 연초에 읍내에 대형마트가 문을 열었다. 해서 퇴근무렵이면 장돌뱅이 마냥 들린다. 지난 금요일에는 삼치와 라면, 햇굴을 반짝세일했다. 삼치는 마리당 3,5000원, 라면은 열 봉지가 천원, 생굴은 1kg한봉지가 오천원이었다.
"오늘은 얼마나 세일합니까?"
"십분 후 과일 번개세일합니다."
별로 반가운 귀띔이 아니다. 오늘은 생선을 몇 마리 살까 들렸던 참이니까.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신발 사러 가는 날은 거리에 온통 신발가게만 보인다고 하더니 계란 오늘 사러 들렀는데, 계란이 그야말로 폭탄세일이었다. 너무나 쌌다. 30구 한 판에 2,950원. 아무리 싼 게 비지떡이라고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알이 굵었다.계란은 근 한달을 두고 먹어도 좋은 먹거리다. 선뜻 두 판을 샀다. 충분하게 샀으니 한주일 동안은 반찬과 행자 간식으로 걱정 없겠다. 단돈 얼마 차이도 아닌데 마치 거저 얻은 듯 기분이 좋았다.
근데도 반짝세일은 충동구매로 이끈다. 온당치 않은 판매전략이라는 걸 빤히 알면서도 오늘도 코가 뀌었다.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물건을 싸다는 이유로 물건을 산다. 마트의 반짝세일 물품으로는 제철먹거리인 딸기, 수박, 참외, 토마토가 메뉴이고, 육고기나 해산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함부로 내놓아도 상하거나 변색이 없는 가공식품은 연일 증정 물품을 엎고 얼굴을 내민다.
경험으로 볼 때, 반짝세일은 덤이라는 퍼주기보다 그로 인하여 또다른 물건을 구매하는 습성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미끼다. 낚시 입갑처럼 생각없이 물었다가는 낭패를 당한다. 싼 가격에 현혹되어 당장에 필요불급한 물건을 마구잡이로 산다. 일종의 중독이다. 한데도 미끼물품을 물고도 전혀 파닥거리지 않는 나는, 청상 못말리는 장돌뱅이다. 어디 육십줄에 전혀 꺼리지 않고 장바구니 들고다니는 남정내 봤나?
|박종국 다원장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