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3. 8. 1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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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향기

박종국

요즘, 부쩍 나이 듦을 의식한다.
20대에는 시도때도없이 운동해도, 산행을 해도 별탈이 없었는데, 이제는 단한번만 무리해도 몸이 삐걱거린다. 연사흘 나들이 후유증이 크다.그러면서 나이 드는 데 씁쓸한 생각마저 든다.

탈무드에 늙음을 재촉하는 걸 네 가지로 일컫는다. 그것은 바로 두려움, 노여움, 아이, 악처이다. 좀 더 젊게 살려면 이런 부정적인 일을
마음속에서 몰아내야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마음 순수를 읽어버리고,
고정관념에 휩싸여 남을 무시하려는 생각이 비집고 든다. 자신도 모르게 왠지 뻔뻔스러워지고, 우연한 행운이나 바라고, 누군가에게 기대한다.

남을 섬기기보다 도움을 받으려는 마음이 앞선다. 대접 받으려고 헛물 켠다. 나도 이렇게 나약해져가는 건 아닌지 어쭙잖은 생각이 많아진다.

누군가의 말에 쉽게 상처를 받고, 이해하려는 노력보다 심통을 부리지는 않는지,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고 짜증내며 훈계하고, 누가 자리를 양보해주기를 바라는 건 아닌지 스스로 되짚어본다.

마음이 늙으면 몸도 늙는다. 남자는 마음으로 늙고, 여자는 얼굴부터 늙어간다. 이를 부정하거나 두려워해서도 안 되겠지만, 젊음을 아쉬워해서도 안 된다.

젊은이가 누리는 기쁨을 나는 이미 누렸다. 그런 시절을 모두 겪었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당당함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인생은 결국 혼자 가는 길이므로 독립적인 존재라는 인식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그만큼 경륜이 쌓이므로 더 많이 이해하고, 배려하고, 너그러워져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아집만 늘어나고 속이 좁아진다.

이루어놓은 일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 삶에서 성취감을 느끼며 감사하며 산다. 그런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통큰 마음을 갖는다. 반면 언제나 열등감에 사로잡혀 패배의식으로 세상에 대한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사람은 닫힌 마음으로 산다.

그러면 나보다 약자인 사람에게 대우를 받으려 하고 편협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더 대우받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갖는다. 서로가 대우를 받으려고 하면 매사가 부대낀다.

어떻게 살아왔든 지금의 이 삶을 기왕이면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만족하며 살아야 자기 주변에 평안함이 흐른다.

살아온 날이 남보다 많은 사람일수록, 더 오랜 경륜을 쌓아왔으므로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이 배려해야 한다. 넉넉한 마음으로 아랫사람을 포용함으로써 나이 듦이 얼마나 멋진 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게 아름다운 노년의 삶이다.

"주름살과 함께 품위가 갖추어지면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라는 빅톨 위고의 말은 혜안이자 명답이다. 이제부터 마음의 향기와 인품의 향기가 딱 좋게 우러나는 삶을 살아야겠다.

마음의 향기가 듬뿍 우러나게 좀 더 느긋해지고, 많이 베풀어야겠다.

|박종국에세이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