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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깔이', 그것이 어렸을 때 먹던 '까마중'이래요

한국작가회의/오마이뉴스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10. 2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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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깔이', 그것이 어렸을 때 먹던 '까마중'이래요
[우리가 잊고 지냈던 유년의 맛] 시큼한 땡깔이
08.09.20 11:34 ㅣ최종 업데이트 08.09.20 11:34 박종국 (jongkuk600)

  
▲ 까맣게 잘 익은 까마중 열매 "까마중" 까맣게 잘 익은 까마중은 어렸을 때 즐겨 먹었던 열매다.
ⓒ 박종국
까마중

요즘은 보기 힘든 게 많다. 잊고 지내는 것도 많다. 그 중 하나가 ‘땡깔이’다. 땡깔이는 ‘까마중’으로 까만 구슬 같은 열매다. 어렸을 때 장독대나 울타리 주변에 무성하게 어우러져 자랐던 땡깔이가 까맣게 익을 때면 한 옴큼씩 따다가 주린 배를 채웠다. 요즘처럼 군입거리가 흔치 않았던 그 시절 땡깔이는 맛 나는 간식 중의 하나였다.

 

근데 그것이 ‘까마중’이란 것을 안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까까머리 중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까마중이라고 한다는 얘기를 들은 것도. 더구나 그것이 가래가 있거나 설사, 치질이 있는 사람, 암 예방에 효험이 있다는 사실은 새롭게 안 민간처방전이었다.

 

  
▲ 아기자기한 까마중꽃 널찍한 이파리에 얹혀 있는 까마중꽃, 처연하고 깔끔하다.
ⓒ 박종국
이파리

 

  
▲ 까마중 풋열매 하얗고 샛노란 까마중 꽃잎이 지나나면 풋열매가 매달린다.
ⓒ 박종국
풋열매

그런 까마중을 오늘 학교 뒤란에서 만났다. 아이들과 여름 내 무성하게 자란 풀을 뽑다가 저만치 두 그루 까마중을 발견한 것이다. 먼저 다가간 아이들이 냅다 뽑으려고 했다. 순간, 크게 제지하고 다가들었다.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바랭이 풀숲에도 개의치 않고 웃자란 가지에 새까만 땡깔이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슬쩍 한 알을 따다가 입안에 넣고 툭 깨물어 보았다. 잘 익은 포도송이처럼 달착지근하고 시큼한 맛이 혀끝을 간질였다.

 

땡깔이, 한 동안 잊고 지냈던 유년의 맛

 

근데 문제가 생겼다. 바로 내 혓바닥을 쳐다보고는 아이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헤헤댔다. 아차, 뭔가 잘못되었구나 싶었지만 이미 때늦은 뒤였다. 선홍빛으로 잘 익은 뽕나무 오디를 먹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그 까닭을 잘 알 것이다.

 

  
▲ 잘 익은 까마중 열매 까마중 한살이의 절정, 시큼한 맛이 나는 땡깔이
ⓒ 박종국
땡깔이

화장실로 가 혓바닥을 쳐다보니 가관이었다. 마치 오징어 먹물을 씹은 듯한 모습이었다. 혓바닥은 물론, 입안과 입술 주위가 진한 보랏빛으로 까맸다. 어렸을 때는 전혀 그걸 의식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땡깔이를 족족 먹어댔는데…. 지금은 왜 그렇게 헛물 켜이는 일일까.

 

우리는 옛 맛을 잊고 산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동그랗고 까맣게 잘 익은 땡깔이 너무나 흔했다. 어렸을 적 까마중 열매를 따먹으며 자랐다. 지금도 시큼한 맛이 혀끝으로 느껴지는 듯하다. 다른 지방에서는 어떻게 부르는지 몰라도 경상도에서는 까마중을 ‘땡깔이’라고 불렸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봐도 어른 할 것 없이 누구나 까마중을 땡깔이라고 불렀지만 그 이유를 잘 모른다. 땡깔이, 내가 어렸을 때 즐겨먹던 열매다. 까맣게 익어가는 열매를 꼭 깨물면 입안에서 톡 터지면서 달면서도 시큼한 맛이 전해져온다.

 

  
▲ 학교 뒤란에 웃자란 까마중 오늘 잡초를 뽑다가 까마중을 만났다.
ⓒ 박종국
잡초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종국 기자는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현재 창녕부곡초등학교에서 6학년 아이들과 더불어 지내고 있으며, 다음 블로그 "배꾸마당 밟는 소리"에 알토란 같은 세상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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