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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명절, 만나는 기쁨 나누는 기쁨 '가득'

한국작가회의/오마이뉴스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10. 1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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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명절, 만나는 기쁨 나누는 기쁨 '가득'
[현장]추석연휴 삼만릿길,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08.09.12 10:52 ㅣ최종 업데이트 08.09.12 10:52 박종국 (jongkuk600)

  
▲ 고향 들머리에 '추석맞이 환영 현수막'에 내걸렸다. 추석을 맞이하는 고향의 인심은 변함없이 훈훈하다. 고향 들머리마다 '만나는 기쁨'이 '가득' 걸렸다.
ⓒ 박종국
추석

추석, 우리의 가장 큰 명절 중 하나다. 그러나 이번 추석 연휴는 짧고 주머니 사정은 팍팍하다. 그래서 이런저런 사정으로 고향을 찾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이 예년에 비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짧은 기간이라도 귀성길에 오르는 사람들의 마음은 벌써 고향집이다. '만나는 기쁨'은 그만큼 큰 것이다.

 

요즘 열 아홉은 고향을 떠나 산다. 하여 10시간이 넘게 차를 타야하는 정체 길이어도 좋다. 새벽 같이 득달하여 집을 나서도 이미 도로는 주차장이다. 어딜 가나 마찬가지다. 차량의 꼬리가 상하행선 모두 꽉꽉 막혔다. 평소 같았으면 짜증나는 소리가 수십 번 나왔겠지만, 다들 명절만큼은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그게 우리네 귀소본능 아닌가.

 

초로의 고향 부모님은 가뭄에 콩 나듯 찾아오는 자식들과 손자, 손녀를 볼 마음에 벌써 몇날 며칠 밤잠을 설쳤다. '만남의 기대'로 당장에 조석을 건너뛰어도 흐뭇하다. 그뿐이랴. 조금이라도 싸고, 좋은 제수 장만을 위하여 오일장마다 발품을 팔았다. 생선과 어물은 이미 손질을 다 해놓았다. 며느리에게 부담지우기 아까운 것이다. 오랜만에 시골방앗간은 떡 찌는 김이 무럭무럭 난다. 떡이 계속 쏟아 나오고 있다. 집에서 맏형수는 부침개와 나물 볶는 냄새로 고소한데, 자꾸 대문을 바라보느라고 일이 더디다. 어머니는 그에 별로 관심이 없다.

 

경제가 나락으로 곤두박질 쳤더라도 그게 고향 가는 길에 걸림돌이 아니다. 고향 가면 '귀향환영 현수막'이 걸려있다. 피붙이를 좋게 맞이하려는 고향 사람들의 따뜻한 배려다. 아직도 인심은 야박하지 않다. 옛 추억이 새로우리라. 총각 시절 마음에 두고 짝사랑했었던 '그 여자네' 집 앞을 지나면 옛 시절 애틋한 향수를 느껴볼 수도 있으리라. 그런 설렘으로 누구나 마음은 고향을 향해 달려간다.

 

  
▲ 추석을 맞아, '고향에 오심을 환영합니다' 창녕군 영산면 '청년회'가 고향을 찾는 사람들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면내 곳곳에 내걸렸다. 그 마음이 따뜻하다.
ⓒ 박종국
고향

고향은 들머리부터 반갑다.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내 가족 같다. 서로 어깨를 다독이며 그간의 인사에 설핏 운전대를 잡지 못한다. 그만큼 식구들과의 만남은 더디다. 고향을 떠나기 전 그렇게 고왔던 이웃집 아저씨 아주머니에 하얀 눈이 내린 것을 보고 마음이 짠해진다. 세월이 화살 같다. 고향은 변함없는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은 이다지도 주름살이 깊은지. 그 동안 애써 찾지 못한 스스로를 다그치는 사람이 한둘 아니다. 그게 고향을 찾는 서정이다.

 

마침내 식구들과 만나면 지난 이야기로 밤을 지새운다. 추석 명절 전날 고향은 어느 집이든 불이 꺼지지 않는다. 새록새록 할 말이 많은 거다. 온갖 세상사는 이야기로 시끌벅적하다. 술상이 몇 번 바뀌는지 모른다. 출세한 녀석, 잘사는 녀석이 찬사를 받고, 사업에 망한 녀석은 격려를 받는다. 모두가 정치인이고, 대통령이다. 유망한 경제이고, 만물박사다. 그렇다고 아무데나 험담을 하지 않는다. 그게 고향 인심이다. 고향은 그 모든 사람들을 다 품어 안는다. 고향이니까 모든 게 가능한 밤이 된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에도 추석 귀향을 포기하는 이들이 있다. 올 추석 연휴가 3일로 짧은 데다 고물가에 따른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예년에 비해 '차표 구하기'가 부쩍 어려워진 것도 귀향 포기의 한 요인이다. 선물 매장에 가 보면 추석 선물 풍속도가 크게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굴비나 건강식품 등 고가의 선물보다 쌀·비누·샴푸 등 저렴한 상품이 인기다. 불경기 탓에 해마다 추석 때면 이어졌던 이웃돕기 등 온정의 손길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복지공동모금액도 크게 줄었다. 때문에 소외된 이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 한번쯤은 내 이웃을 챙겨볼 일이다.

 

  
▲ 부곡면 '신의회'가 고향을 찾는 출향인을 환영하는 현수막 부곡면 '신의회'도 고향을 찾는 출향인들의 고향방문을 환영하는 현수막을 면내 곳곳에 내걸었다.
ⓒ 박종국
부곡면

하지만 '추석이면 더 바빠서' 고향에 못 가는 사람들도 있다. 일 때문에 고향 못가는 사람들이다. 고속도 순찰대원, 소방대원, 수출물량을 제때에 맞춰야 하는 회사 제조팀, 의사, 간호사, 기관사, 역무원도 명절 때 시민들의 건강과 편안한 귀성 길을 챙기느라 고향을 뒷전으로 미뤄둬야만 한다. '안전 고향 길' 책임자들이다. 

 

"명절 때 오히려 환자가 많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건강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일 때문에 고향은 못 가지만 보람을 느낀다"고. "귀성, 귀성객들이 최대한 안전하고 빠르게 다닐 수 있도록 하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고향에 못가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추석 등 명절에 고속도로이용객들이 가장 많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근무한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아쉬움을 달랜다"고 그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신심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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