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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반장으로 쓸데없이 시간 뺏기지 말래요"

한국작가회의/오마이뉴스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10. 1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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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반장으로 쓸데없이 시간 뺏기지 말래요"
[박종국의 교육이야기 6] 반장은 학급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다
08.09.06 16:35 ㅣ최종 업데이트 08.09.06 16:35 박종국 (jongkuk600)

  
▲ 부곡초, 2학기 첫 학급회의 모습 지난 금요일, 부곡초 6학년 1반 교실에서 2학기 첫 학급회의가 개최됐다.
ⓒ 박종국
학급회의

9월, 학교마다 학급 어린이회를 조직하는 시기이다. 자연스레 전교어린이회, 반장 선거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런 까닭에 선거가 과열되고, 혼탁해지면서 시비가 일어 끝내는 선거관리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기성 정치를 닮아 가고 있다. 때문에 대개의 학교들은 아침에 선거 계획을 발표하고 그 날 중으로 후닥닥 선거를 끝낸다. 학부모들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선거 당일 한 아이가 시무룩한 표정을 하고 왔다. 어머니가 반장을 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단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반장이 되었을 때 학교에 드나들면서 이런저런 일(요즘도 그런 학교가 있을까마는 이것은 예전 일에서 비롯한 고정관념이 아닐까)을 챙겨야 하는 게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흔히들 생각하는 반장 어머니로서의 역할이 부담스러워서 둘러댄 말이었겠지만, 반 아이들이 모두 원하고 있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아이를 지켜볼 때면 참 속상하다.

 

  
▲ 아이들의 자치회의 "학급회의" 2학기 첫 학급회의라 의제 선정이나 생활계획 등을 미리 계획하지 못해 내주 계획수립부터 먼저 했다.
ⓒ 박종국
학급회의

반장을 두는 의미는 무얼까. 높은 자리를 만들어 아이들을 지배하려는 게 아니라, 반장은 학급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다. 지금까지 우리 교실이 흔들렸던 이유의 상당 부분은 그 의미를 뒤집어 생각했던 어른들의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반장을 비롯한 학급의 여러 부서는 아이들의 재능에 따라 나누어 맡는 역할이며, 봉사의 자리이다. 그 자리는 학급을 조화롭고 즐겁게 꾸리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반장 선거는 어머니가 간섭할 일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판단해 나가야 할 선택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장에 대한 자녀의 생각이 어떠한지를 분명히 묻고, 그 이유가 타당하다면 아이의 판단을 지켜보아 주어야 한다. 자녀의 생각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자신의 생각이 인정받고 존중되고 있다고 자신할 때,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밝힐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

 

  
▲ 좋은 의견이 제안되었을 때 환호하는 아이들 아이들에게 마땅한 생각이 있다. 그들도 좋은 의견이 제안되었을 때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 박종국
학급회의

일반적으로 학교교육과정에서 필요치 않은 계획이란 없다. 반장 부반장을 뽑거나 학급운영위원을 선출하는 선거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만 초등학교 선거가 기성 정치를 닮아가고 있다는 것은 비단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학교에서 선거는 아이들의 다 다른 생각을 나눈 후에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서 나는 매번 학급임원 선거 때면 아이들이 서로 충분히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배려한다. 이번 선거 때도 그 준거를 따랐다.

 

반장은 학급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다.

 

그러면 선거에 입후보하는 아이나 투표권을 행사하는 아이들의 태도가 달라진다. 내 친구니까, 같은 동네에 산다고, 나한테 잘해 주니까 그냥 표를 찍어준다는 헛된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반장이 되고 부반장이 된 아이가 앞장서서 우리 반 일을 도맡아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 보게 된다. 그러면 정말 책임성 있는 참한 아이가 뽑혀 반을 이끌게 된다. 한 학기 동안의 학급경영이 걸출하게 시작된다.

 

또한 학급 임원 선거를 통하여 민주적인 의사결정 방식을 배우고, 자치활동을 통해 자율적인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을 쌓게 된다. 그래서 민주주의를 배워가는 아이들에게 반장, 회장 등 임원선거 과정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민주주의의 '꽃'은 다른 데 있지 않다. 자라는 아이들이 학급자치 또는 학생자치가 잘 꾸려지면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다.

 

  
▲ 각부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생활부장(김나라) 부곡초 6학년 1반 김나라 생활부장이 부서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박종국
학급회의

전교학생회나 학급어린이회는 학급이나 친구들의 의견을 듣고 그것을 학교생활에 반영하는 역할을 한다. 아이들이 올바른 자치활동을 위해서는 교장이나 교사, 학부모들의 인식변화가 시급하다. 어른들의 이해와 협조, 제도적 장치 없이는 회장, 반장 등 학생 자치선거의 교육적 가치는 그만큼 설자리가 비좁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토론하며 실천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겠다. 또 전교어린이회 회의에 학교장, 지도교사, 학교운영위원등이 함께 참석해 아이들에게 이해를 구하기도 하고, 문제를 공유하며, 대안을 찾는 자세도 필요하다. 초등학교의 자치회는 어린이들이 스스로 할 일들을 의논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 학급 서기가 회의록을 낭독하는 모습 기타토의가 끝나고, 학급 서기(구나영)가 회의록을 낭독하고 있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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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미디어 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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