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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곡초, 2학기 첫 학급회의 모습 지난 금요일, 부곡초 6학년 1반 교실에서 2학기 첫 학급회의가 개최됐다. |
ⓒ 박종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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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학교마다 학급 어린이회를 조직하는 시기이다. 자연스레 전교어린이회, 반장 선거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런 까닭에 선거가 과열되고, 혼탁해지면서 시비가 일어 끝내는 선거관리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기성 정치를 닮아 가고 있다. 때문에 대개의 학교들은 아침에 선거 계획을 발표하고 그 날 중으로 후닥닥 선거를 끝낸다. 학부모들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선거 당일 한 아이가 시무룩한 표정을 하고 왔다. 어머니가 반장을 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단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반장이 되었을 때 학교에 드나들면서 이런저런 일(요즘도 그런 학교가 있을까마는 이것은 예전 일에서 비롯한 고정관념이 아닐까)을 챙겨야 하는 게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흔히들 생각하는 반장 어머니로서의 역할이 부담스러워서 둘러댄 말이었겠지만, 반 아이들이 모두 원하고 있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아이를 지켜볼 때면 참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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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의 자치회의 "학급회의" 2학기 첫 학급회의라 의제 선정이나 생활계획 등을 미리 계획하지 못해 내주 계획수립부터 먼저 했다. |
ⓒ 박종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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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장을 두는 의미는 무얼까. 높은 자리를 만들어 아이들을 지배하려는 게 아니라, 반장은 학급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다. 지금까지 우리 교실이 흔들렸던 이유의 상당 부분은 그 의미를 뒤집어 생각했던 어른들의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반장을 비롯한 학급의 여러 부서는 아이들의 재능에 따라 나누어 맡는 역할이며, 봉사의 자리이다. 그 자리는 학급을 조화롭고 즐겁게 꾸리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반장 선거는 어머니가 간섭할 일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판단해 나가야 할 선택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장에 대한 자녀의 생각이 어떠한지를 분명히 묻고, 그 이유가 타당하다면 아이의 판단을 지켜보아 주어야 한다. 자녀의 생각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자신의 생각이 인정받고 존중되고 있다고 자신할 때,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밝힐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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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의견이 제안되었을 때 환호하는 아이들 아이들에게 마땅한 생각이 있다. 그들도 좋은 의견이 제안되었을 때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
ⓒ 박종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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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학교교육과정에서 필요치 않은 계획이란 없다. 반장 부반장을 뽑거나 학급운영위원을 선출하는 선거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만 초등학교 선거가 기성 정치를 닮아가고 있다는 것은 비단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학교에서 선거는 아이들의 다 다른 생각을 나눈 후에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서 나는 매번 학급임원 선거 때면 아이들이 서로 충분히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배려한다. 이번 선거 때도 그 준거를 따랐다.
반장은 학급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다.
그러면 선거에 입후보하는 아이나 투표권을 행사하는 아이들의 태도가 달라진다. 내 친구니까, 같은 동네에 산다고, 나한테 잘해 주니까 그냥 표를 찍어준다는 헛된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반장이 되고 부반장이 된 아이가 앞장서서 우리 반 일을 도맡아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 보게 된다. 그러면 정말 책임성 있는 참한 아이가 뽑혀 반을 이끌게 된다. 한 학기 동안의 학급경영이 걸출하게 시작된다.
또한 학급 임원 선거를 통하여 민주적인 의사결정 방식을 배우고, 자치활동을 통해 자율적인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을 쌓게 된다. 그래서 민주주의를 배워가는 아이들에게 반장, 회장 등 임원선거 과정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민주주의의 '꽃'은 다른 데 있지 않다. 자라는 아이들이 학급자치 또는 학생자치가 잘 꾸려지면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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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부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생활부장(김나라) 부곡초 6학년 1반 김나라 생활부장이 부서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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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학생회나 학급어린이회는 학급이나 친구들의 의견을 듣고 그것을 학교생활에 반영하는 역할을 한다. 아이들이 올바른 자치활동을 위해서는 교장이나 교사, 학부모들의 인식변화가 시급하다. 어른들의 이해와 협조, 제도적 장치 없이는 회장, 반장 등 학생 자치선거의 교육적 가치는 그만큼 설자리가 비좁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토론하며 실천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겠다. 또 전교어린이회 회의에 학교장, 지도교사, 학교운영위원등이 함께 참석해 아이들에게 이해를 구하기도 하고, 문제를 공유하며, 대안을 찾는 자세도 필요하다. 초등학교의 자치회는 어린이들이 스스로 할 일들을 의논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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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급 서기가 회의록을 낭독하는 모습 기타토의가 끝나고, 학급 서기(구나영)가 회의록을 낭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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