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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녕오일장 풍경 창녕오일장은 인정스럽고 활기가 넘친다. 그렇지만 시장분위기는 그렇게 깨끔하지 않았다. 그 까닭은 경기가 침체한 탓도 크겠지만, 올 추석 매기가 좋지 않단다. 재래시장 풍경이 언제나 보아도 활기차게 살아났으면 좋겠다. |
ⓒ 박종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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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은 창녕장날, 추석 대목장, 그래서 역시 어물전은 북새통이다. 조기며 도미, 명태 등 제사상에 오르는 인물(?)들은 모두 싹둑 배가 갈리고 소금이 쳐진다. 오늘만큼은 어물전 상인들 칼끝이 바쁘다. 탕국을 맛나게 채울 문어, 오징어, 낙지도 그에 뒤지지 않는다. 씨알 굵은 조게, 홍합도 때깔대접을 받는다. 대목장날 어물전은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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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녕시장 어물전 풍경 추석대목장, 제수감을 장만하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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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서민들이 즐겨 찾는 재래시장은 명절 무렵이면 더욱 살아난다. 평소 바닷고기를 장만하는데 집안 대소사에 아니면 손놀림이 작았지만, 추석에는 자연 손이 켜진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장에는 유난히 초로의 할머니들이 눈에 띈다.
조상을 받들어 섬기는 정성 이상으로 객지에 나가 사는 아들며느리 손자손녀를 곱게 챙겨 먹이고픈 마음이 앞선 때문이다. 평소 마늘 한 접, 고추 한두 근을 내다팔아 고이 모아두었던 쌈지 돈이 아낌없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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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갖은 먹을거리를 내다팔고 있는 노인네들 농촌 노인들은 평소 곱게 말려 둔 마늘 한 접, 고추 한두 근을 내다팔아 손자손녀 추석차림을 마련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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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장터 분위기는 난전에서 찾아야 한다. 바삐 살면서 시장에 잦은 발걸음을 하지 않다가도 추석 설 명절이면 장마당으로 발길이 닿는다. 그곳에는 잊혀질 만하면 생각나는 먹을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장터국밥이다. 특별히 창녕장날 난전에서 수구레국밥('수구레'는 소 껍데기에 붙어있는 있는 기름 살인데, 돼지고기의 삼겹살부위다)에 탁주 한 사발이면 찾는 사람으로 하여금 장돌뱅이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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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전에서 구수레국밥을 말고 있는 이상선씨 창녕오시장 난전에서 구수레국밥을 팔고 있는 이상선(65, 현풍읍)씨는 ㅈ비이 현풍이고 가게도 그곳이다. 하지만 창녕장날만은 원정(?)을 온다. 그이의 가게는 현풍시장 먹거리 골목 맨끝집인데, 십이리 묵 할매 전문점주인이다. 주요차림으로는 선지국밥과 묵, 국수, 수구레국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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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동안 창녕장에서 수구레국밥을 팔고 있다는 이상선(65, 대구시 현풍읍) 아주머니의 난전식당에는 때 이른 시간인데도 앉을 자리가 없다. 인심이 후하기 때문이란다. 바쁜 와중에도 취재에도 선뜻 응한다. 이 집에서는 막걸리 한 사발을 주문하면 이내 수구레국밥 한 사발에다 김치, 고추 된장이 안주로 따라 나온다. 두 병을 주문하면 수구레국밥이 두 그릇이 나온다, 서서 공짜(?)로 받아든 수구레국밥, 입안에 수구레 기름기가 확 닿으면서 무척 구수하다. 수구레를 아주머니의 말마따나 잘 오늘 수구레는 특히나 잘 삶아서 무척 연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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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갓 끓여낸 수구레국밥 수구레국밥에 사용되는 ‘수구레’는 소 껍데기에 붙어있는 있는 기름 살인데, 돼지고기의 삼겹살부위다. 국밥의 비결은 수구레를 잘 삶는데 있다. 그래야 육질이 연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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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창녕장날마다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맛은 시장 골목 임종수(55, 창녕읍 술정리)씨의 '난전횟집'이다. 그는, 평소에는 골목안집에서 버젓하게 횟집(해양횟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장날은 아예 가게 문을 닫고 골목에다 '난전 횟집'을 열고 있다.
그의 '난전횟집'은 해묵었다. 그래서 장날이면 좁다란 골목 안에 그의 손맛을 맛보려는 사람들로 분빈다. 하얀 수건으로 머리를 질끈 동여맨 채 싱싱한 전어를 손질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손놀림이 민활하다. 그의 아내가 연방 먹음직한 횟접시를 나르기에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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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날 가게를 닫고 난전을 펴는 임종수씨 시장 골목 임종수(55, 창녕읍 술정리)씨의 난전을 횟집이다. 그는, 평소에는 골목안집에서 버젓하게 횟집(해양횟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장날은 아예 가게 문을 닫고 골목에다 ‘난전횟집‘ 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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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렇게 인정스럽고 활기가 넘쳐나는 장날이지만, 시장분위기는 그렇게 깨끔하지 않았다. 그 까닭은 경기가 침체한 탓도 크겠지만, 올 추석 매기가 좋지 않단다. 예년 같으면 촌로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아, 굳이 대목장이 아니더라도 재수감 한두 손은 가격도 묻지 않고 사갔는데, 올해는 틀리단다.
그러니 장터 복작대는 사람은 많아도 애써 마련해 놓은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고 했다. 한참을 지켜보아도 그저 물건 구경만 하고 갔지 선뜻 사들고 가는 사람은 드물었다. 쌓인 물건들을 바라보는 상인들의 마른 한숨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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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전에 좌판을 펴고 잇는 할머니 밭에서 손수 가꾼 푸성귀들을 내놓았으나 파장무렵까지 거의 팔리지 않았다. 할머니의 고단한 표정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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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도를 보아도 9월 제2의 아이엠에프가 도래한다고 야단스럽다. 총체적인 경제부실이 또다시 '쓰나미 파고'로 들이닥칠 조짐이다. 시장 한쪽에서 좌판을 펼치고 있는 칠순 노인의 좌판은 그냥그대로다.
여름내 말려 두었던 먹을거리들을 꾸러미로 가져나왔지만, 전혀 팔리지가 않은 거다. 다가가서 몇몇 푸성귀들을 사고 싶었다. 할머니의 고단한 표정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추석 대목장인데, 저 물건들이 제대로 다 팔려서 제수감을 사 가야한 텐데……. 어느덧 파장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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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당의 노인네들 오늘 장마당을 지키는 사람들은 노인네들이었다. 물론 평일이어서 그렇겠지만, 요즘 들어 창녕시장에는 거의 다 연로한 분들이다. 사정이 빤하다. 시골을 지키고 사는 사람들이 노인네들뿐인데 추석 대목장이라고 해서 달라질 게 없는 까닭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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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장마당을 지키는 사람들은 노인네들이었다. 물론 평일이어서 그렇겠지만, 요즘 들어 창녕시장에는 거의 다 연로한 분들이다. 사정이 빤하다. 시골을 지키고 사는 사람들이 노인네들뿐인데 추석 대목장이라고 해서 달라질 게 없는 까닭이다.
올해부터 창녕군에서 대대적으로 재래시장을 살리겠다고 시장을 현대화하고, 시장골목을 특정 물건마다 상호를 새롭게 내걸었지만 여전히 침체된 시장분위기는 살아나지 않는다. 숫제 농촌에 거주하는 사람들만 노쇠한 것이 아니라 시장 자체도 발걸음이 굼떠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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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판을 펼쳐놓았으나 팔리지 않은 물건들 하루 종일 물건을 내놓았던 상인들의 얼굴이 그리 밝지 않다. 생각만큼 물건을 축내지 못한 탓이다. 안타까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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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를 즈음해서 한껏 부산을 떨었던 장마당이 걷히고 있었다. 파장이 가까운 거다. 하루 종일 물건을 내놓았던 상인들의 얼굴이 그리 밝지 않다. 생각만큼 물건을 축내지 못한 탓이다. 안타까웠다. 그러나 파장마당에도 여전히 난장 구수레국밥과 횟집은 붐볐다.
얼굴을 들이밀었더니 그새 안면을 텄다고 반겼다. 인심이 좋은 장터는 사람을 감동케 한다. 말걸리 한 잔을 시켰더니 김치, 고추, 된장에다 구수레해장국이 한 그릇 따라 나온다. 답답한 속풀이라도 하라는 듯이…. 재래시장 풍경이 언제나 보아도 활기차게 살아났으면 좋겠다. 창녕장은 그렇게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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