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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에 푹 빠진 인도여대생, 그녀의 '한글사랑'

박종국에세이/단소리쓴소리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0. 1. 18.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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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에 푹 빠진 인도여대생, 그녀의 '한글사랑'
[사람] "21년 만에 첫 눈 봤어요", 한국 온 인도 유학생 딥시카의 포부는?
 
김철관

▲ 인도에서 온 유학생 딥시카는 20년만에 한국에서 첫눈을 직접 접했다.     © 김철관

“태어난 지 20여년 만에 첫 눈을 직접 보니 신기했어요.” 
 
지난 2009년 8월 28일 국비유학생으로 입국해 대전 배재대학교 한국어교육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인도 출신 딥시카(21, Deepshikha Singh)는 지난 해 12월 말경 난생 처음 눈(Snow)을 보게 됐다. 태어난 지 21년 만의 대사건이었다. 이런 그를 지난 13일 오후 서울 용산역 내  휴게실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 먼저 한국에 와 첫눈을 보게된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21년을 살았지만 인도에서 볼 수 없었던 눈을 한국에서 보게 돼 너무 기뻤다. 너무 신기해 추운 줄도 모르고 한참동안 만지작거렸다. 기분이 너무 좋아 눈을 먹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5월 인도 수도 뉴델리에 있는 네루대학 한국어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대학원을 가기위해 국립국제교육원(NIIED) KGSP(Korean Government Scholarship Programme) 프로젝트 3년 장학생으로 선발돼, 입국하게 됐다.
 
딥시카는 “한국문화를 익히기 위해서는 한국어를 유창히 잘해야 되지 않겠냐”면서 “오는 2월 말에 있을 한국어 능력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 서울대를 가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특히 그는 인도에서 한국어 교수가 돼 한국문화를 알리는데 일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석사와 박사를 취득해 인도에 있는 대학에서 한국어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인도에서 한국, 일본, 중국은 가까운 나라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일본, 중국은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한국에 대해 잘 모른다. 물론 한국 문화에 대해 잘 모르고, 한국어도 잘 모른다.”
 
그가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고등학교 시절부터다. 집이 네루대학 내에 있어 네루대학 한국어학과에 다니는 언니와 친하게 지내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역사적 사실인 김해 김씨 김수로왕과 결혼한 인도 허황옥에 대한 드라마를 접하게 된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델리대학 한국어학과 학생들이 한국말로 김수로왕과 인도 허황옥에 대한 드라마를 제작했다. 인도가 한국과의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이 드라마를 보게 됐다. 또 고등학교 시절 네루대학에서 한국어 듣기 수업의 일환으로 배우 ‘배용준’이 등장한 ‘겨울연가’를 교실에서 연속 보여줬다. 이후 한국 문화와 언어에 대해  관심이 많아 졌고, 결국 네루대학 한국어학과에 입학하게 돼 한국문화와 언어를 공부하게 됐다.”
 
그는 “한국어와 힌디어는 비슷한 점이 많다”면서 “한국어 공부를 하면 할수록 흥미를 느끼게 된다”고 피력했다.
 
“한국어에서 ‘몇 살이니’ 하는데, 살(나이)도 힌디어에서도 ‘살’이다. 나이를 말할 때 뒤에 접미사로 ‘살’을 붙인다. ‘나이’를 뜻한 ‘살’이란 발음이 인도와 똑같다. 우리나라 ‘모자’는 힌디어로 ‘양말’이다. 이렇게 뜻이 같은 것도 있고, 발음은 같지만 뜻이 틀린 것도 있다.”
 
딥시카는 채식주의자(Vegetarian)다. 이로 인한 한국생활에 어려운 점을 토로했다. “육고기, 해산물, 계란 등을 전혀 먹지 못한다. 대부분 한국 음식은 고기와 고기 및 해물조미료를 넣어 조리를 한다. 그래서 채식주의자들이 어려운 점이 많다. 인도에서는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먹을거리가 많았다. 그래서 한국 채소를 가게에서 사 인도 음식을 조리해 먹는다. 한국 음식으로 떡, 잡채, 비빔밥 등을 주로 먹는다.” 그는 고기를 먹지 않은 탓으로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서 수시로 우유, 콩 등을 많이 먹는다고 말했다.

한국생활 중 가장 감동적인 일로 한국어 수업을 꼬집었다. “인도와 한국의 수업문화가 다르다. 인도에서는 선생님이 엄격하다. 한국 수업은 이해를 못할 때 강의 중 질문을 해도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하지만 인도는 수업 중에 질문을 하지 못한다. 강의가 끝나고 해야 한다. 그것이 선생님에 대한 예의다. 인도에서 용납하기 어려운데, 수업 중 농담도 할 수 있고, 언제든지 편안하게 말할 수 있어 좋다.”
 

▲ 인도 유명대학인 네루대학 한국어학과를 졸업하고 국비 유학생으로 한국에 온 딥시카는 본교인 네루대학 한국어학과 교수가 꿈이라고 밝혔다.     © 김철관


하지만 한국에서는 나이에 따라 상하 관계가 분명해 조금 불편함이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 사람들은 마음이 따뜻하다. 말을 걸다 실수를 해도 웃어넘긴다. 한두 살 많은 나이라도 존댓말을 써야 하는데, 인도에서처럼 반말이 나와도 이해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나이 차이가 중요하고, 나이 차이에 따라 관계가 달라져 존댓말을 써야 하기 때문에 친구 사귀기가 무척 힘들었다. 인도에서는 나이가 많은 학생일지라도 언니, 오빠 등의 호칭을 부르지 않고, 이름을 불러도 무방하다. 문화의 차이인 것 같다.”
 
그는 요즘 오는 2월 24일 치룰 한국어 능력시험(TOPIK) 공부에 여념이 없다. 오전에는 대학에서 수업을 받고 오후에는 잠을 설치면서 공부를 하고 있다. 능력시험은 초급(1~2급) 중급(3~4급) 고급(5~6급)이 있는데, 5급 이상 받아야 좋은 대학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대, 연고대 등 명문 대학원을 진학해, 박사학위를 받아 모교인 인도 네루대학에서 한국어 교수로 근무하고 싶다고 재차 강조했다.
 
현재 딥시카와 함께 국립국제교육원(NIIED) KGSP(Korean Government Scholarship Programme) 프로젝트 인도 국비유학생으로 6명이 한국에 와 있다. 이들은 배재대(1명), 청주대(1명), 경기대(1명), 연세대(1명), 신라대(2명) 등에서 국내 유명 대학원을 가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딥시카는 네루대학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는 아버지 다람비르 씽(48, Dharamveer Singh)과 인디라 간디공항에 근무하고 있는 어머니 라즈디 씽(46, Raj .D. singh) 슬하에 1남1여 중 장녀로 태어났다. 현재 네루대학 캠퍼스내에 있는 집에는 부모와 할아버지 아마르 씽(83, Chandra Singh)․할머니 짠드라 씽(80, Amar Singh), 그리고 동생 딥안수(17, Deeppanshu Singh) 등이 함께 살고 있다. 

기사입력: 2010/01/14 [23:53]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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