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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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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0. 3. 4.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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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산책길

 

주 오 돈(교사, 시인)

 

3월 첫째 월요일이다. 우한 폐렴이 진정되지 않아 유례가 없는 신학기 개학이 일 주 연기되었다. 그래서 거제로 건너가지 않고 창원에 머물렀다. 새벽녘 잠 깨어 전날 산행기를 남겨 놓고 캐 왔던 칡뿌리를 잘라 베란다에 널었다. 한동안 바람이 통하고 볕을 쪼이면 물기가 말라질 테다. 내가 달여 먹는 영지버섯이나 헛개나무와 함께 건재가 되어 찻물로 끓일 거다.

 

아침나절 그동안 구독했던 신문지를 분리 배출해 놓고 산책을 나섰다. 현관을 나설 때 마스크를 착용하니 비염으로 갑갑해졌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반송 소하천을 따라 걸어 원이대로를 건너 창원스포츠파크 동문을 지났다. 폴리텍대학 후문에서 대상공원으로 들었다. 도심에서 드물게 소나무 숲길을 걷는 데다. 비탈길을 따라 전망대로 올랐다.

 

근처 주택에 사는 노인들이 산책을 나서 나처럼 숲으로 들었다. 먼저 산책을 끝낸 이들은 비탈에서 내려왔다. 전망대에 이르니 운동기구 앞에서 몸을 단련하는 사람이 많았다. 숲으로 들어가면서 마스크를 벗었는데 그들은 마스크를 쓴 채 운동에 전념했다. 한 아주머니는 제 키보다 큰 대나무 막대기를 어깨에 걸쳐 무릎을 굽혔다가 펴기를 반복했다.

 

편백 삼림욕장에서 창원과학체험관을 지나니 교육 단지 여학교 뒤쪽이었다. 연전에 3년간 근무했던 학교라 감회가 새로웠다. 숲을 빠져나가니 극동방송국이었다. 볕 바른 자리 목련은 꽃망울이 부풀어 금방이라도 꽃잎을 펼칠 기세였다. 충혼탑 사거리에서 대상공원으로 이어진 숲으로 들었다. 충혼탑 위령탑은 구조물을 보수하는 중이었다.

 

문성대학이 바라보이는 산등선을 따라가니 창원컨벤션센터와 연결되는 생태 터널이 나왔다. 생태 터널 위를 지나 산마루에 서니 눈앞에 시티세븐이 우뚝했다. 안민고개에서 창원시가지를 바라볼 땐 일회용 라이터를 세워 놓은 듯해도 가까이서 보니 높이가 까마득했다. 창원 시내에서 가장 높은 고층 건물이다. 좁은 구역 1일 유동인구가 내 고향 의령군 전체 상주인구보다 많지 싶다.

 

대원동 대상공원이 끝난 지점에서 창원천을 건너 명서동을 갔다. 창원농업기술센터 앞 자투리 공원에는 봄맞이로 심어둔 팬지가 노랗게 꽃을 피워 화사했다. 파티마병원과 연결되는 이면도로에서 사화공원 숲길로 올랐다. 그곳 공원 체육시설에도 운동하는 사람들이 몇몇 보였다. 산등선을 따라가니 단감농원과 주민운동장이 나왔다. 팔룡동과 사화동 일대 공장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산기슭을 따라가니 밀양박씨 무덤이 많이 보였다. 예전 자연마을 사화에는 토박이 집성촌을 이루고 살았던 밀양박씨였다. 내가 어느 학교 근무할 적 알게 된 행정실 기능직도 그곳 마을 출신이라고 들었다. 사십여 년 전 신도시로 출범할 당시 자연마을에는 특이한 성씨들이 많았다. 언젠가 장복산 기슭 완암 유적비에서는 회산 감씨가 살다 떠난 기록을 보았다.

 

가스저장소에서 남향 산기슭 박씨 문중 선영을 지나 산봉우리에 다다르니 전망 정자가 나왔다. 향토사단이 함안 군북으로 옮겨가기 전에는 군사시설 구역으로 일반인의 접근이 통제되었는데, 이제는 등산로가 생겨나 반질반질했다. 군부대가 떠난 넓은 부지는 어느새 고층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섰다. 북향 산기슭을 내려서니 젊은 날 받았던 병영훈련 사격장은 공원으로 바뀌었다.

 

공원에서 샛길로 나가니 도심 속 관음기도 도량 천태종단 원흥사가 나왔다. 서부경찰서 앞에서 시내버스를 타지 않고 차도를 따라 보도를 걸었다. 원이대로를 따라 걸어 명곡교차로를 지나 시티세븐 앞을 거쳤다. 차도는 차량 통행이 한산하고 달리는 시내버스는 손님이 몇 되지 않았다. 창원종합운동장에서 반송시장을 거쳐 내가 사는 아파트단지로 들었다. 등 뒤 볕살이 따스했다. 20.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