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함께 읽는 동화
엄마와 섬 아이
안재식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는 외딴섬에는 동찬이와 엄마가 살고 있습니다. 이 섬에는 이장 아저씨네와 완식 할머니, 성솔이 할아버지네 등 모두 합해 다섯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습니다.
동찬이가 마을 한 바퀴를 휘돌아도 5분밖에 안 걸리고, 섬에서 제일 높은 동네 뒷산 꼭대기까지 올라가는데도 20분이 채 안 걸리는 작은 섬입니다.
동찬이 아버지는 동찬이가 세 살이었을 때,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가셨다가 태풍을 만나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동찬이 엄마는 아빠가 하늘나라에 계신다고 하면서 아빠가 보고 싶다고 푸념하지만, 동찬이의 생각은 다릅니다. 머리 위에 하늘나라가 있는데, 잠깐이라도 얼굴 한 번 보여 줄 수 있을 텐데도 안보여 주는 아빠가 원망스럽기만 하여 아빠를 별로 그리워하지 않습니다.
그런 동찬이를 보면서 완식 할머니는 동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혀를 차지만, 동찬이는 완식 할머니가 참 좋습니다.
엄마가 바다로 물질을 나가면 완식 할머니는,
“완식이도, 성솔이도, 육지로 나가 뿌려 동찬이 혼자 심심하쟤.”
하시며 동찬이를 불러 감자랑 조개도 구워주고, 친손자처럼 예뻐한답니다.
전기가 안 들어와 텔레비전조차 없는 동찬이는 깜순이와 가장 친한 단짝입니다.
깜순이가 누구냐구요?
깜순이는 이장 아저씨가 육지에 나가 주워 온 강아지입니다.
동네에 한 마리밖에 없다 보니 어른들도 깜순이를 무척 좋아해서 깜순이는 이 집 저 집 모두 돌아다니며 잠도 자고, 먹이도 해결합니다.
그래도 동찬이만 보면 어느새 달려와 꼬리를 흔들며 동찬이의 뺨을 핥고 난리를 친답니다.
동찬이는 엄마 다음으로 깜순이와 친하지요.
물 때가 되면 엄마는 소라나 멍게, 해삼 같은 해물을 잡으러 바다로 들어갑니다.
동찬이와 깜순이도 엄마를 따라 바다로 가지만 발에만 물을 묻힐 뿐 바닷속으로는 들어가지 못합니다.
엄마가 저만큼 헤엄을 쳐서 가더니 손을 흔들어 줍니다. 동찬이도 손을 흔들어 줍니다.
엄마는 망시리를 바닷물 위에 띄워 두고 자맥질을 할 준비를 합니다. 이윽고 엄마의 머리가 작아지더니 다리가 하늘로 솟구쳤습니다.
동찬이는 엄마가 바닷속으로 사라진 것을 보고 깜순이와 함께 갯바위에 앉아 바다에 돌던지기를 하기도 하고, 모래 위에다가 엄마에게서 배운 가나다라…… 글씨쓰기 연습도 합니다.
깜순이는 동찬이가 써 놓은 글자를 따라 발자국을 남기고요.
바다에서 엄마의 휘파람(숨비)소리가 들리면,
“엄마, 엄마!”
큰소리로 동찬이는 엄마를 부릅니다.
그러기를 십여 차례 되풀이한 후, 엄마는 멍게나 전복 등을 바구니에 가득 담아 동찬이에게로 헤엄쳐 옵니다.
동찬이는 엄마를 연달아 부르며 발을 동동 구르다가 물이 흠뻑 젖은 엄마에게로 달려가 품에 덥석 안깁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엄마가 바닷속 이야기를 재미나게 해 줍니다. 산호들의 예쁜 색깔과 놀래미, 쏠종개, 문어, 돔 등 많은 고기들의 이야기도 해 줍니다.
그리고 엄마는,
“아이고 다리야, 내 다리야, 죽기 아니면 살기다.”
하고 중얼거리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요 바당에, 요 물에 들언 (여기 바다에, 여기 물에 들어가서)
좀복, 구젱기, 고득하게 잡아당 (전복, 소라, 가득하게 잡아다가)
혼 푼, 두 푼, 모이단 보난 (한 푼, 두 푼, 모이다 보니까)
서방님 술깝에 몬딱 들어 감쩌 (신랑 술값에 모조리 들어가더라)….
엄마는 동찬이가 잡은 손을 꽉 잡기도 하고, 동찬이 볼을 쓰다듬어 주기도 하였습니다.
“동찬아, 내일은 엄마랑 육지에 가자. 동찬이 신발도 사고, 과자도 사고 그러자.”
“정말? 아유, 좋아라!”
“그렇게 좋아? 엄마랑 내일 육지에 가서 해삼, 멍게, 소라, 전복일랑 팔아 자장면도 먹자.”
“엄마, 정말이지? 꼭이에요!”
동찬이는 엄마와 깍지낀 손으로 약속을 하고, 한달음에 달려가 완식 할머니에게 자랑을 했습니다.
“동찬이는 좋겠네.”
“응, 정말 좋아! 할머니는 안 가?”
“할머니는 팔 것도 없고…. 안 간다.”
“할머니도 가면 좋겠는데….”
동찬이는 할머니가 안 간다고 해도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기분이 좋은지 헤헤거립니다.
“동찬 어멈, 내일 육지장에 가게?”
“네, 할머니. 필요한 것 있으면 말씀하세요.”
“없어. 설탕이나 있으면 좋겠구먼.”
“제가 사다 드릴게요.”
“동찬이가 멀미하지 않을까? 그 먼 데를 데려가고…….”
할머니의 걱정을 들으며 엄마와 동찬이는 집으로 왔습니다.
그 날 밤 엄마는 동찬이 몸을 깨끗이 닦아 주었습니다.
동찬이의 등을 닦으면서,
“동찬아, 엄마가 좋으냐, 싫으냐?”
하고 물어보았습니다.
“난 엄마가 좋아.”
“얼마만큼?”
“바다보다 더 많이…….”
동찬이가 양 손을 들어 크게 원을 그려 보였습니다.
그런 동찬이를 엄마가 꼭 끌어안아 주었습니다.
동찬이는 엄마 냄새에서 비누 냄새도 난다고 그 때 생각했습니다.
엄마도 동찬이가 바다보다 더 많이 좋다고 하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다 음 날, 엄마 머리 위에는 소라, 전복, 멍게 등을 담은 해삼바구니가 올려져 있고, 동찬이도 작은 가방을 하나 들고 배에 올라탔습니다.
따라온 깜순이는 배에 오르지를 못하니까 난리를 칩니다. 하늘을 보면서 짖어대고, 동찬이를 바라보며 애원의 눈빛으로 꼬리를 흔들어댑니다.
깜순이의 모습이 점점 작아지면서 동찬이네 집도 작은 점으로 보이고, 외딴섬 전체가 작은 점으로 보이더니, 안개 속으로 섬이 파묻혀 버렸습니다.
육지에 도착한 동찬이와 엄마는 이고 온 해산물을 육지장 한 모퉁이에 벌여 놓고 손님을 불러모았습니다.
그 옆에서 동찬이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과 자동차들을 보았습니다. 기가 질렸는지, 아무 소리도 못하고 엄마 치맛자락만 붙잡고 있었습니다.
어느덧 엄마가 이고 온 물건이 모두 팔렸습니다. 엄마와 동찬이는 시장 한복판에 있는 자장면 집으로 갔습니다. 자장면이 이렇게 맛있는 건지, 동찬이는 완식 할머니와 깜순이에게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맛있는 자장면을 먹고 난 후, 엄마는 동찬이를 데리고 나가 예쁜 옷을 골라 입혀 주고, 새 신발도 사 주었습니다. 그리고 미장원에서 머리도 단정하게 잘라 내었습니다.
동찬이는 여기저기 구경할 것이 많아 머리가 조금 아팠지만, 갑자기 왕자님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엄마는 택시에 오르더니 동찬이를 더욱 꼬옥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동찬이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동찬아, 섬에서 혼자 노니까 심심하지?”
“응, 심심해. 그런데 깜순이도 있고, 완식 할머니도 있어서 괜찮아.”
“그래도 사람 많고, 자동차도 많은 육지에서 살고 싶지?”
“응, 살고 싶어. 엄마랑 같이 여기서 살았으면 좋겠어.”
“그럼 오늘 친구들이 많은 큰 집에서 한 번 살아볼까?”
“응, 좋아. 엄마도 좋아?”
“응, 엄마도 좋아.”
하면서 엄마는 눈물까지 흘립니다.
동찬이는 엄마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면서, 엄마가 좋아서 우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슨 보육원이라고 하는 큰 집 앞에서 엄마가 동찬이를 안아 내리더니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동찬이는 많은 또래친구들과 장난감에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엄마가 오늘은 큰 집에서 잔다고 합니다. 동찬이는 친구들과 같이 자고, 엄마는 어른들과 같이 잔다고 하였습니다.
동찬이는 장난감에 빠져 엄마가 하는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이것저것 만지고 놀던 동찬이 옆에 엄마가 꼭 붙어 앉아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다니느라 힘들었던지 동찬이가 엄마의 무릎을 베고 잠이 들었습니다.
동 찬이는 배를 타고 어디론가 갔습니다. 가다 보니 완식 할머니 집도 보이고, 깜순이가 마중 나와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아빠와 엄마가 동찬이네 집 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동찬이 얼굴에는 미소가 환하게 번졌습니다.
안재식 (安在植 : 雅號 小亭) 약력
동화『꽃동네 아이들』로 등단 (1985)
한국아동문화대상 外 다수 수상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중랑문인협회 회장
도서출판 한국서적공사 사장
동화집 : 꽃동네 아이들(1985)
조갯터에서 생긴 일(1992)
지구야 웃어봐(1996)
아낌없이 주는 지구(1996.환경부선정 우수환경도서)
소설집 : 야누스의 두 얼굴(1995.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선정 권장도서)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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