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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 갖고 장난치면 나빠요”

한국작가회의/오마이뉴스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8. 10. 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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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 갖고 장난치면 나빠요”
지금 우리 아이들이 ‘멜라민 파동 무풍지대’에 노출돼 있다
  박종국 (jongkuk600

 

 

  
▲ 학교 앞 문방구에 진열된 국적불명의 과자들 문방구에서 판매되는 불량식품 대부분은 제조원만 표기돼 있을 뿐 포장지에서 '국산'표시는 물론 원료수입국도 확인할 수 없다.
ⓒ 박종국
불량식품

광우병의 공포도 채 가시지 않았는데, 연이어 들이닥친 ‘멜라민 파동’, 그것은 결코 올림픽 금메달 낭보가 아니었다. 공포 그 자체다. 아무리 우리나라 사람들이 ‘뜨악한 사건’에 쉽게 무덤덤해지고 망각을 잘 한다지만, 이번만큼은 그냥 떠넘길 사안이 아니다. 그것이 당장에 우리 아이들의 건강에 밀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멜라민 파동, 전국을 뒤흔든 지 일주일째

 

처음 ‘설마’ 했던 의구심이 이제 나라 안팎에서 툭툭 불거지고 있다. 1일 뉴질랜드산 유아식 원료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는 보도다. 그에 따라 분유를 수유하고 있는 부모들의 불안과 충격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더욱이 안전한 것으로 여겨졌던 낙농 선진국의 제품인 분유원료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돼 멜라민 공포는 이제 거대한 파고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멜라민 파동 초기만 하더라도 그것은 중국 낙농가와 중국 식품업체의 ‘저질우유’ 문제로 국한됐다. 그러나 30일 나비스코푸드의 과자에 이어 뉴질랜드의 분유원료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돼 유명 다국적 기업과 선진국도 멜라민 사태의 예외지역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연이어 나비스코, 크래크프, 캐드버리 등 미국과 영국의 유명 다국적 식품기업의 제품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다국적기업, 낙농선진국도 예외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멜라민 파동이 올해 초 '쥐머리' 새우깡과 '칼날' 참치캔 등 식품 이물질 사건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데 있다. 그동안 터진 일련의 식품 이물질 사건은 일회성 성격이 강했다.

 

그렇지만, 이번 멜라민 사태는 신체에 유해한 첨가물이 어느 식품에 들어갔는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이 때문에 멜라민 첨가식품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또한 유사한 저질 유해 첨가물이 또다시 발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식품 산업 전반에 미칠 것으로 예상돼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나서야 나라 전체가 방방거리는 형국이니 정말 안타깝다. 그것은 이미 예견된 사태였다. 멜라민 파동이 비단 중국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국내에서 외제품을 수입하는 업자만 2만 명이 넘는다. 더구나 그들이 언제, 어디에서, 어떤 물건을, 어떻게 수입하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방만하게 노출된 우리의 외제품 수입체계는 그저 아연할 따름이다.

 

  
▲ 학교 앞 문방구에 진열돼 있는 국적불명의 과자들 이런 과자들은 조잡한 용기로 포장돼 위생상태가 의심스러웠다. 잘 팔린다는 '별사탕’, ‘뽀빠이’, 쫀득이‘, ’눈깔사탕‘은 제조원만 기록돼 있을 뿐 원료수입국 등은 일절 표시돼 있지 않았다.
ⓒ 박종국
과자

이런 와중에서도 초등학교 앞 문방구의 아침풍경은 여전히 복작댄다. 어린 아이들이라 사태의 심각성을 어른들만큼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한 탓에 군것질거리를 찾는다. 이렇게 아이들은 멜라민 파동에 너무나 쉽게 노출되어 있다. 이 때문에 국적 불명의 과자와 사탕들이 버젓이 팔려나가고 있다. 굳이 멜라민 사태가 아니어도 우리 아이들의 건강이 크게 위협받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 우려의 정도가 심각하다.

 

여전히 ‘불량식품’은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

 

직접 학교 앞 문방구에서 들러봤다. 시골이라 학교 앞 문방구는 단지 세 곳이다. 그러나 어느 문방구나 학습에 필요한 것들을 진열하고 파는 것보다 원산지와 원료수입국 등을 확인할 길 없는 '불량식품'이 가득하다.

 

문구점들은 입구에 한 평 남짓한 가판을 만들어 100여 가지가 넘는 불량식품을 진열해 놓고 있었다. 과자들 가격은 아이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백 원 내외다. 아이들은 '불량식품'을 사느라 장사진을 이뤘다. 여전히 ‘불량식품’은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이번 중국산 멜라민 사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아이들이 손에 쥔 사탕과 과자는 한눈에‘ 보기에도 허술하다. 조잡한 용기로 포장돼 위생상태가 의심스러웠다. 잘 팔린다는 '별사탕’, ‘뽀빠이’, 쫀득이‘, ’눈깔사탕‘은 제조원만 기록돼 있을 뿐 원료수입국 등은 일절 표시돼 있지 않았다. 이런 과자류는 대부분 중국과 베트남, 태국, 멕시코 등 국외에서 수입된 원료로 만든 것으로 이번 멜라민 파문에서 보듯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것들이다. 

 

또한 어린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동네 슈퍼와 소규모 상점들에서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전문가들이나 매스컴에서는 제2, 제3의 멜라민 첨가물 출현을 우려하고 있지만, 시중 문방구들은 이런 우려에서 한발 비껴있는 모습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도회지 학교라 해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끔찍해요.”

  “너무 억울해요.”

  “먹는 음식으로 장난치는 사람 정말 나빠요.”

 

이것이 멜라민 파동에 대한 우리 반 아이들의 생각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수업을 마치고 학교 앞에 문방구에서 1,000원 정도로 군것질을 하고 있다.

 

“멜라민 파동 이야기를 듣고도 과자를 사 먹느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렇다고 대답 했다.

 

한 아이는 "반 아이들 대부분이 학교 끝나면 문방구에 들려 과자와 사탕 등을 사먹는다"고 말했다. 또 "엄마, 아빠가 불량식품 먹지 말라고 해도 맛이 있으니까 몰래 사먹고 집에 들어간다"며 피씩 웃었다. 또 다른 아이도 "아이스크림은 이백 원이라 하루에 서너 개씩 사먹는다"며 "천원이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 학교 앞 문방구에 설치되어 있는 100원 뽑기 학교 앞에 설치되어 있는 뽑기는 빨간색 100원, 노란색 200원인데, 캐릭터나, 반지, 지우개, 진득이 등이 나온다. 이는 불량식품이라기보다 사행성을 조장하는 판매기계다.
ⓒ 박종국
뽑기

이렇듯 아이들이 국적불명의 불량식품을 손쉽게 사먹는 이유는 뭘까? 우선 값이 싸다는 데 있다. 단돈 1,000원이면 사탕과 과자, 껌,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을 종류별로 10개나 구입할 수 있다. 싼 가격과 쉽게 살 수 있다는 점이 아이들의 미숙한 상황대처 능력과 딱 맞아떨어지며 멜라민 파동에도 불구하고 저질 불량식품 판매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즐겨먹는 과자, 원료수입국 표시 찾아볼 수 없어

 

현행 농산물품질관리법상 원산지는 순수 국산 재료만 사용했을 경우 '국산'이라고 표시해야 한다. 하지만 문방구에서 판매되는 불량식품 대부분은 제조원만 표기돼 있을 뿐 포장지에서 '국산'표시는 물론 원료수입국도 확인할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국내 문방구 등에서 팔리는 어린이용 과자 원료의 90% 이상은 수입산. 값싼 원료를 들여와 공장 등에서 제조한 뒤 시중 문방구 등지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국산으로 둔갑해 손쉽게 팔리고 있다.

 

실제 학교 앞 문방구의 경우 공산품 판매로 등록신고를 하면 가공식품까지 함께 팔 수 있다. 이 때문에 각 지자체는 유통기한 등만 확인할 뿐이다. 이에 따라 원산지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원료로 만들어진 불량식품이 학교 앞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 멜라민 불안감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파만파 확산되는 가운데, 언제 터질지 모르는 또 다른 중국산 저질 원료 파동에 우리 아이들이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셈이다.

 

그런데 기껏 행정안전부(제2차관)는 시, 도 지자체장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른 시간 안에 어린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동네 슈퍼와 문방구 등 소규모 상점에서 멜라민 관련 제품을 수거하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한다. 발 빠른 대응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어른들이 ‘우려’하고 ‘당혹’해 하는 멜라민 파동과는 대체로 무감각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미디어 블로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10.02 10:45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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