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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꿈나무는 왜 폐타이어를 매달았을까?"

박종국교육이야기/함께하는교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1. 1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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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꿈나무는 왜 폐타이어를 매달았을까?"
타이어를 매달고 훈련하는 여학생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박병춘 (hayam)

  
▲ 저항 이용 맹연습중
ⓒ 박병춘
달리기 연습

 

"이거 낙하산처럼 생긴 거 달고 뛰면 몇 배나 힘들어?"

"헉~ 헉~ 헉~! (배를 움켜쥐며) 지금은 바람이 안 불어서 평소보다 두세 배 정도 힘들죠."

 

15일 오후, 중학생으로 보이는 한 남자 아이가 벌써 몇 바퀴째 트랙을 돌고 있다. 그것도 낙하산처럼 생긴 도구를 등에 달고. 바람 부는 날 훨씬 센 저항을 받으며 뛸 때는 얼마나 힘이 들까?

 

  
▲ 맹연습 치열하다.
ⓒ 박병춘
달리기 연습

 

한 쪽에서는 여학생 넷이서 코치의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번갈아가며 고무 폐타이어를 끌고 있다. 지독한 근력 강화 훈련이다.

 

하필이면 올해 들어 가장 춥다는 날, 어린 스포츠 꿈나무들이 폐타이어를 매달고, 낙하산을 매달고 내일을 향해 뛰고 있다.

 

인문계 고교에서 20년 넘게 선생 노릇만 해서일까? '저렇게 훈련하는 마음으로 공부를 하면 안 될 일도 없을 듯한데…'라고 독백하면서 잠시 코치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었다.

 

  
▲ 맹연습 치열하게 자신과의 싸움 중
ⓒ 박병춘
달리기 연습

 

사진을 컴퓨터에 옮겼다. 카메라 액정으로 볼 때와 사뭇 느낌이 다르다. 나도 모르게 여러 차례 반복해서 봤다. 공중 부양이라도 할 것 같은 남학생 사진은 그나마 느낌이 좋다. 전근대적인 훈련법에서 벗어나 뭔가 새로운 도구를 달고 좀 현대적으로 훈련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 맹연습 좋은 결실을 맺어야 할텐데.....
ⓒ 박병춘
달리기 연습

 

그러나 여학생 사진들을 보면서는 마음이 시렸다. 꼭 저렇게 (전근대적으로 보이는) 타이어를 매달고 연습해야만 하는 걸까? '저 아이가 내 딸내미라면 나는 아빠로서 저 모습을 용인할 수 있을까? 나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그렇게 자문자답했다.

 

스포츠 영웅이 되려면 저 정도 과정은 당연히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이련만 나는 상상 속에서 갑자기 망나니가 되어 서슬 퍼런 칼을 쥐고 여학생 등에 달린 타이어 줄을 끊어버리고 있었다.

 

한 대학 코치가 선수를 폭행하는 동영상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체육인들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운동이라면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구경하기만 좋아하는 나로서는 체육계에 내재하는 불합리한 관행을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왜 우리나라는 '운동 따로 공부 따로'일까? 마치 인권유린의 사각지대처럼 비쳐지는 스포츠계 어두운 그림자는 언제쯤 사라질까?

 

그러면서 비약도 해본다. 국민 영웅 김연아와 박태환은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밟으며 스포츠 영웅이 된 것일까? 정상에 서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땀을 흘려야만 했을까? 다른 나라에도 올림픽 메달을 따기 위해 만든 태릉 선수촌 같은 집단 체육시설이 있는 걸까?

 

뜬금없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무명 선수들을 떠올려본다. 세상에서 가장 장엄한 광경은 고통과 싸우는 사람의 모습이라고 했던가? 매섭게 추운 겨울날, 고무타이어를 매달고 뜀박질하는 여학생 모습 자꾸만자꾸만 안쓰럽게 떠오른다.

덧붙이는 글 | 개인적 소회입니다. 스포츠 관련 피땀 흘리는 분들을 비난하거나 가치를 왜곡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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