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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단풍이 진정 고운 것은

한국작가회의/문학행사공모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9. 2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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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 학교 화단에 국화가 활짝 폈습니다. 밤새 내린 가을비, 땅거죽이 푸석푹석 매말라가는 가을 가뭄을 해갈해 주는 단비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아침 국화는 시새워 하듯 제각각 노오란 꽃봉오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아직 비 그치지 않아 후다닥 꽃잎을 연 국화가 안쓰러워집니다.

 

학교 뒷산 언저리에 열구름이 걷혔습니다. 비 그치면 이내 가을비 지나간 산길을 따라 햇살이 따갑게 내리쬘겁니다. 그 덕분에 몸 데인 나뭇잎들은 일제히 붉게 타오를 테지요. 그렇기에 이맘 때면 잊지 않고 찾아오는 결 고운 바람결이 한껏 가을 운치를 더해 줍니다. 

 

주간 일기예보에 따르면 이번 비로 기온이 부쩍 내려간다네요. 들판 가을걷이 바빠지는 만큼 불 붙은 듯 새빨갛게 타오를 가을 빛 닮은 길이 그리워집니다. 살면서 많은 것을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예전 같으면 주말마다 산을 찾아 다녔는데, 요즘은 감정이 무뎌져서 그런지 그냥 방콕하고 맙니다. 마음자리 깊었던 산자락 길은 여전한데 말에요. 

 

   

 지난주 잠시 들렀던 유어초등학교 교무실 앞 물텀벙에 핀 수련 꽃입니다. 잘잘 끓는 여름 한철을 잘 이겨낸 덕분에 야무지게 꽃뭉치를 도드라지게 피워냈습니다. 특히나 요즘 같은 계절에 보기 드문 개구리 밥도 새삼스레 운치를 더해 주는 것 같습니다. 저수지나 물가 아무렇게나 피었으면 선뜻 눈이 가지 않았을 수련 꽃이 터잡이를 잘한 까닭에 두고두고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 잡았습니다.

 

어제 다르게 가을이 물들어 우리를 부르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 보다 소중하게 챙겨 살아야겠습니다. 혹 월요병에 겨워 하시는 분들, 가을 단풍이 진정 고운 것은 그저 붉기만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나무들이 제각기 내어놓은 빛깔들의 어우러짐때문입니다. 가을비 맞으며 단풍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 이즈음에서 나만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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