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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회사들의 돈벌이 위해 공포 조장?

세상사는얘기/삶부추기는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11. 6.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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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회사들의 돈벌이 위해 공포 조장?
<뉴욕칼럼> 스와인 플루 음모론
 
채수경

병종구입(病從口入), 한자문화권 사람들은 상한 음식이나 병균이 입을 통해 들어가면 그게 몸 안에서 병을 일으킨다고 믿었다. 또 그 병이 넓은 지역에 집단적으로 발생하여 전파되면 ‘역(疫)’이라고 했다. ‘疫’은 원래 병들어 기댈 녁(疒)과 부릴 역(役)이 합쳐진 것이었으나 ‘役’에서 조금 걸을 척(彳)이 탈락하면서 오늘날의 형태가 됐던 바, 병이 걸어 다니면서 옮긴다는 의미다. 인간이 여기 저기 옮겨 다니면서 역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관찰도 읽혀진다. ‘역병’을 뜻하는 영어 ‘epidemic’의 뿌리 또한 ‘위’를 뜻하는 접두사 ‘epi-’와 ‘민중’을 뜻하는 ‘demos’가 합쳐진 그리스어 ‘epidemos’다.
 
인간이 이동하면서 발생한 게 역병이었던 바, 인류 역사를 보면 역병이 보인다. 실제로 역사를 뒤적여 보면 천재나 전쟁에 의한 죽음보다도 역병에 의한 죽음이 훨씬 더 많았고, 고대 그리스나 로마의 멸망 원인도 역병과 무관치 않으며, 중세 유럽을 휩쓴 페스트는 근대사회를 여는 단초가 됐다는 게 역사학자들의 중론, 1812년 12월 60만 대군을 이끌고 러시아 원정에 나선 나폴레옹의 발목을 잡은 것도 이가 옮기는 역병 발진티푸스였다는 이야기는 아직도 인구에 회자된다. 손바닥만한 한반도의 ‘조선왕조실록’에도 ‘疫’에 관한 기록이 200여건 이상 나오는 것을 보면 역병이 인간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짐작이 간다.
 
원인체가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인 ‘스와인 플루(swine flu)’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독감이 기승을 부리는 환절기에 접어들어 지난 봄 최초 확산 당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뉴욕 등 동부지역에서는 신규 감염자가 드문 반면 비교적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중서부 지역에서는 감염자가 급격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에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역병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번진다는 상식을 완전히 배반한다. 이와 관련 뉴욕시 보건국은 “지난봄 시민 10-20%가 감기증세로 병원을 찾았고 또 20-40%가 스와인 플루에 노출됐던 것으로 파악됐으나 이후 이들의 면역체계가 발달함으로써 소위 ‘군중면역’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를 밀어붙이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가 우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스와인 플루 공포를 부풀리고 있는 게 아니냐고 째려보는 사람들도 있고 백신 제조회사들이 떼돈을 벌기 위해 워싱턴에 로비를 하고 있다는 믿거나 말거나 풍문도 들려온다.


실제로 지난 6월 코네티컷 소재 프로틴 사이언스(Protein Sciences)는 연방정부로부터 백신개발사로 선정되어 향후 5년 동안 1억 4700만 달러의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고 전 세계 각국의 백신 확보 경쟁으로 미국 내에서도 품귀 현상이 벌어지면서 지난 9월 미국의 FDA로부터 백신제조 및 판매 허가를 받은 메드이뮨(MedImmune)과 노바티스 백신(Novartis Vaccines and Diagnostics) 등 제약사들도 덩달아 돈방석에 앉게 됐다. 지난 4월 인도네시아의 시티 파딜라 수파리 보건장관은 세계 최대 제약사인 박스터(Baxter)와 세계보건기구(WHO)를 용의자(?)로 지목하면서 “100% 확신할 수 없지만 스와인 플루가 선진국 제약사들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고 주장하여 파문을 일으켰었다.
 
WHO 주례보고에 따르면 지난 18일 현재 전 세계 스와인 플루 환자 수는 41만4,945명이고 사망자수는 4,999명, 그 정도면 통상적인 독감피해 수준을 밑돌기에 ‘빠른 발’은 가졌지만 ‘독한 놈’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평,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전 세계 국가들이 호들갑을 떨고 있음에 덩달아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음모론을 곧이곧대로 믿는 건 아니지만 역병보다 무서운 게 흉흉한 민심이고 그보다 더 무서운 게 역병까지도 자기이익 챙기는 데 이용해먹는 인간의 욕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채수경 / 뉴욕거주 언론인>

기사입력: 2009/11/04 [08:22]  최종편집: ⓒ newyork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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