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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 100.0% 막는 규제를 풀어야"

한국작가회의/문학행사공모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0. 1. 2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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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 100.0% 막는 규제를 풀어야"
[김미숙 인터뷰 2] 영리보험사의 진실, 반노동-반기업 프랜들리
 
안일규

김미숙 보험소비자협회 대표는 지난 인터뷰에서 "국민건강보험 완전의료보장"을 주장하면서 '의료선진화'와 '의료민영화' 담론 모두 비판했다. 영리의료기관이 92%나 돼 의료공급 결정권이 영리화된 상태에서 두 담론 모두 잘못됐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식코>는 이미 한국의 현실"이라며 자동차보험을 사례로 들었다. 자동차 보험은 의료기관과 손해보험사가 의료비 100% 전액에 대해서 직접 의료수가를 정해 정산한다. "국민건강보험의 개입이 없기 때문에 손해보험사들의 환자 대상 치료비 지급 관행이 '극악무도'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이 외 영리보험사와 주주의 관계, 정계와 보험사의 유착관계, 부자가 영리보험사로 손해보는 사례들을 설명했다.
 
작년 5월에 올라온 지난 인터뷰 후속 인터뷰가 해를 넘겨셔야 올라온 것은 그동안 김 대표와 '협업 교정'을 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의 변동사항적용과 내용 수정 등 5차교정까지 거쳐 올리게 됐다.
 
2부에서는 당연지정제 완화를 둘러싼 진실과 노동문제, 의료기관의 영리보험사 종속문제를 다뤘다. 김 대표는 '국민을 위한 규제완화'로 국민건강보험 100.0% 막는 규제를 제안했다. 국민건강보험 독립을 통해 보험소비자의 주체적인 운영을 앞으로 나아갈 길로 제시했다.
 
아래부터 인터뷰 2부 전문이다.


안일규 인터뷰어 (이하 안일규) : 이명박 정부는 국민건강보험의 당연지정제 완화, 공적역할의 영리화를 통한 시장경쟁을 말하고 있다. 잘못된 정책이라 보는가?
 
김미숙 보험소비자협회 회장 (이하 김미숙) : 두 말 하면 잔소리다.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는 생명 값이다. 있으면 살고 없으면 죽을지도 모를 의료비를 정하는 것이 의료수가(진료가격)다. 의료비를 정하는 것은 다수가 대량·공동·현금·선불구매를 하는 개념이다. 수요자들이 모여서 한꺼번에 선불로 현금주고 구매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의료비를 낮출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가 의료계 이득? 천만의 말씀

안일규 : 의료기관은 당연지정제 폐지 통한 수익확대를 말하고 있다.

김미숙 :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마치 의료기관의 환자 선택권을 제약하는 것처럼 말한다.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국민건강보험과 계약을 맺은 의료기관의 손님(환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당연지정제가 폐지되고 의료기관이 보험자(국민건강보험이나 영리보험사)를 선택해 계약하고 의료비를 정할 수 있으면 의료기관은 지금보다 더 큰 이익을 얻을까? 
 
아니다. ‘대량·공동 구매’와 ‘개별 구매’는 어떤 물건이라도 가격 차이가 심하게 날 수 밖에 없다. 박리다매다. 개별 구매자에게 대량·공동구매자보다 높은 의료비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소수’에 불과하면 그만큼 의료기관의 이익은 줄어든다. 국민건강보험에서 제시하는 가격을 인정하지 않고 국민건강보험 환자를 받지 않는다면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손님’이 당장 끊길 수 있음을 의료계에서도 알아야 한다. 보험료 내는 가입자들이 ‘이익’만 쫓는 의료기관을 배제하고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들 입맛에 맞는 의료기관을 설립해 독자 운영하겠다고 나선다면 못할 것 같은가? 
 
법정본인부담의료비와 비급여대상의료비의 진실
 
황당한 통계도 있다. 한국은행 과장이 대한의사협회 초청 강연회에서 인용한 통계다. 국민건강보험에서 지급한 의료비는 2007년 기준 25조원으로 국내 의료서비스산업의 명목부가가치 25조원은 명목 GDP(기초가격 기준)의 3.2% 수준에 불과하다고 했다. 

안일규 : 황당한 통계가 나오게 된 의료비 계산 배경은?

김미숙 : 의료비는 ‘급여대상의료비’와 ‘비급여대상의료비’로 나눈다. ‘급여대상의료비’는 국민건강보험과 의료기관이 의료비의 가격을 미리 정한다. ‘비급여대사의료비’는 의료기관 맘대로 정한다. ‘급여대상 의료비’는 다시 국민건강보험부담의료비와 법정본인부담의료비로 구분한다. 국민건강보험 환자가 의료기관에 내야 할 의료비 총액은 국민건강보험부담의료비, 법정본인부담의료비, 비급여대상의료비로 구성되어 있다. 법정본인부담의료비에 비급여대상의료비를 더한 본인부담의료비는 환자가 직접 의료기관에 내야 한다. 한국은행에서 말한 의료비 25조원은 국민건강보험에서 지급한 국민건강보험급여대상의료비에 불과하다. 대한의사협회도 2007년 한 해 벌어들인 의료 수입은 25조원이라고 해서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다.
 
법정본인부담의료비와 비급여대상의료비는 의료기관의 수입에서 왜 제외하나. 3가지 유형의 의료비 총액은 50조 원이 넘는다. 이 중에 절반만 공식적인 자기들의 수입이고 나머지 절반은 아니라는 건가? 환자가 직접 의료기관에 낸 의료비 중에는 재벌보험사에서 받은 보험금도 있다. 영리보험 가입자들은 실제 발생할 본인부담의료비보다 훨씬 더 많은 ‘의료비’를 영리보험사에 보험료로 내고 있다. 법정본인부담의료비와 비급여대상의료비를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다. 영리보험사에 낸 ‘보험료’ 전액이 의료기관의 수입은 아니지만 미래에 낼 의료비 준비목적으로 보험료를 낸 가입자들의 입장에서 영리보험사에 낸 보험료의 일부도 ‘의료비’에 포함시켜야 한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과장은 잘 몰랐다고 답했다. 한국은행 과장의 오해는 그렇다고 하자. 대한의사협회도 그대로 인용하여 보도 자료를 냈는데 의료기관의 ‘수입’을 축소시키기 위한 의도 아닌가? 보건의료 연구자 대부분도 국민건강보험에서 지급해주는 보험금(의료비)만 의료기관의 수입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말이 안 된다. 개인이 의료기관에 내는 본인부담의료비와 영리보험사에 내는 보험료도 의료기관의 수입으로 잡아야한다. 영리보험사 가입자 모두 보험료를 내고도 의료기관을 이용하지 않아 의료기관의 수입이 될 수 없는 ‘의료비’도 영리보험 가입자 입장에서는 ‘의료비’를 지급할 목적으로 ‘보험료’를 낸 것으로 의료비의 하나로 봐야 할 일이다.
 
영리보험사 노동자? 막장극의 시작
 
안일규 : 첫 직업으로 영리보험사의 종사자가 되었을 때 예상되는 일생의 문제로 어떤 게 있나. 
 
김미숙 : 일생의 갈림길에서 ‘첫 직장’을 선택할 때는 ‘초봉’이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을 것 이다. 보험사의 초봉은 다른 기업보다 월등하게 높다. 이유가 있다. 보험사는 보험 판매 실적이 있어야 한다. 일반인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부정한 방법들을 동원하지 않으면 보험 판매 실적을 올리기 쉽지 않다. 
 
예를 들면 보험사가 관리하는 지점에 복수의 영업소를 두고 영업소 내에서 관리하는 모집종사자(보험설계사 등)가 있다. 보험사는 지점에 달마다 판매 목표액을 정해주고 지점은 영업소에 영업소는 모집종사자에게 목표액을 정해준다. 보험사는 지점과 영업소가 달성하는 목표액에 따라 영업비 등을 차등 지급한다. 지점과 영업소 관리자는 영업비 한도 이내에서 모집종사자를 관리한다. 보험사가 정해 준 목표액을 채우지 못하면 영업비 등이 적게 지급되고 지지부진한 판매액에 영업능력이 없는 낙오자가 되기 일쑤다.

영업 성적이 부진하면 해고될 수밖에 없다. 영업 부진으로 인한 해고는 부당해고가 될 수 없다. 보험사가 요구하는 목표액을 못하면 결국 개인이 스스로 물러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목표액을 못 채웠다는 이유로 나갈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보험사 임직원의 정년은 40대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임직원은 영업에 대한 ‘경험’이 많아서 언제나 목표액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지만 갓 졸업해 들어온 새내기를 이겨내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처음에는 의욕이 있으니까 안면도 없는 새로운 고객을 만들어도 40대면 지인들은 보험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이미 소진된다. 더 이상 목표액을 채울 수 없으면 명퇴위로금 받고 퇴사하기도 한다. 퇴사 이후 다른 직장을 구하기가 어렵다. 배운 거라곤 보험영업밖에 없으니까.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며 보험대리점을 차릴 수도 있겠다. 보험대리점을 차렸다고 탄탄대로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보험대리점도 보험사가 정해 준 목표액을 다달이 채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 모집종사자를 채용해 보험 상품을 팔고 보험사로부터 보험 판매실적에 따른 수당을 받아 자기 수입도 얻고 모집종사자에 대한 수당도 줘야 한다. 쉬운 게 아니다. 수많은 모집종사자를 관리하면서 보험사가 정해 눈 목표액을 감당하기에는 보험 시장이 너무 좁다. 

안일규 : 소비자의 주권 확대 관점에서 본다면.

김미숙 : 이제는 보험소비자가 보험의 허와 실을 알아서 모집종사자가 설명하는 내용의 진실과 거짓을 알고 모집종사자에게 반박하기 일쑤다. 나는 보험소비자 스스로가 보험맹을 탈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맹탈출, 컴맹탈출을 했을 때 사회가 많은 변화를 겪었듯이 보험맹 탈출하면 우리 사회가 굉장히 역동적으로 국민 다수가 더불어 잘 사는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반갑게도 보험맹 탈출에 노력하는 보험소비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보험사나 모집종사들의 판매 방식은 아직도 과거 방식 그대로다. 소비자가 이런 상품을 계속 구매하겠는가? 안한다. 우리가 왜 하나. 새로 보험 영업을 시작하는 새내기 모집종사자보다 소비자가 더 보험에 대해서 잘 안다. 모집종사자가 보험에 대해 무슨 말을 하면 보험소비자가 “그건 아닌데요”라고 치고 들어오는데 ‘보험맹 모집종사자’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나?

보험 판매는 거대한 금융피라미드로 보면 된다. 보험사는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의 일부로 보험사 종사자들에게 임금이나 수당을 준다. 보험료 수입이 멈춘다면 임금이나 수당을 지급할 수 없다. 생애 첫 직장으로 보험사를 선택하는 것은 말리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취업을 위해 졸업을 앞 둔 학생들에게 ‘보험사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말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고 싶다. 

안일규 : 보험사와 학계의 유착관계는 어떤가?

김미숙 : 금융보험학과 연합회에서 매년 “전국보험학과연합회 학술세미나”를 개최한다. ‘2009년 제14차 학술세미나’는 9월 24일부터 25일까지 열렸다. 이 세미나는 국립목포대학교 금융보험학과가 주최했다. 생명보험협회 상무의 ‘생명보험 산업 현황 및 현안과제’를 비롯해 ‘보험교육 프로그램 및 자격시험 소개’ 등 보험 산업 이해를 돕기 위한 초청강의들이 함께 진행되었다. 
 
세미나 참석자는 전국금융보험학과 교수진과 학생들 및 생보사를 비롯한 보험관련 유관기관 임직원들이라고 한다. 국가가 운영하는 대학교마저 금융보험학과를 개설해 재벌영리보험사의 ‘희생양’을 만드는 증거다. 세미나 관련 비용은 보험업계에서 지원한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보험소비자가 어떻게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알리려 한다면 가능하겠는가? 교수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는 ‘일자리의 질’이 중요한 것이 아닐 것이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서 생애 첫 직장을 금융피라미드사를 선택하게 해야 되나? 금융보험학과 졸업자 중에서도 보험사 직원이 아닌 모집종사자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학교에서 배운 이론과 상충되는 것 때문에 저와 크게 언쟁을 한 금융보험학과 졸업자도 있다. 
 
제가 본 영리보험의 실체가 맞는 것을 시인한 후 미래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했을 것이다. 금융보험학과 교수진들이 가르치는 보험의 ‘이론’과 제가 겪은 보험의 ‘실물’은 다르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실제로 모집종사자를 하려다 저의 얘기를 듣고 보험업계에 발을 담그기 전 알게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종종 듣곤 한다. 
 
보험 신상품, 의료기관과 영리보험사의 직접 청구 및 정산체계
 
안일규 : 보험사들은 무한대로 보험시장을 만들어 낼 수 없나?
 
김미숙 : 정부가 보험사의 요구대로 해준다면 무한대 보험시장은 가능하다. 현재 영리보험시장은 포화 상태다. 포화 상태인 보험시장을 한 번에 보험소비자 스스로 새로운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을 반복할 수만 있다면 보험시장을 무한대로 크게 할 수 있다. 2008. 3월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원이 공개한 ‘민영건강보험 운영체계 개선방안연구보고서’는 현 보험시장을 한꺼번에 틀어 신규 상품으로 갈아 태울 ‘신상품’을 예고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영리보험사에 의료실손보험을 가입하여 보험료를 냈다. 국민건강보험에서 지급할 의료비를 공제한 나머지 의료비(급여 대상 의료비 중 법정본인부담과 비급여대상)는 보험소비자가 의료기관에 영리보험사 대신 낸다.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영수증을 영리보험사에 제출하여 보험금(의료비)을 청구하면 영리보험사가 사실관계 확인 후 보험소비자에게 보험금(의료비)을 지급한다. 의료실손 보험료를 받은 영리보험사가 의료기관에 지급할 의료비를 보험소비자가 영리보험사에게 청구하여 받아왔던 것이다.

앞으로는 국민건강보험처럼 완자 본인부담의료비에 대하여 의료기관이 영리보험사에 직접 청구하여 정산하는 체계로 바꾸자는 것이다.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과 영리보험사에 각각 의료비를 청구하여 받으면 영리보험 가입자가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할 일은 없어진다. 단, 이렇게 정산할 수 있는 ‘새로운 보험’을 영리보험사와 계약을 해야 한다. 

안일규 : 새 보험에 따른 변화는 어떤 게 있나?

김미숙 : 이렇게 되면 영리보험 가입자 입장에서는 두 가지 보험이 존재한다. 하나는 보험금(의료비)을 보험가입자가 보험사에 청구해 보험가입자가 직접 받는 보험이다. 나머지 하나는 의료기관이 가입자 대신 영리보험사에 보험금(의료비)을 청구해 의료기관이 직접 받는 보험이다. 
 
보험금 지급 방법이 다른 새로운 보험 상품이 판매된다면 유지 중인 보험을 해약할 일이 생긴다. 가계 소득은 한정되어 있기에 기존 계약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계약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보험사가 기존 계약 유지를 그냥 둘리도 없다. 영리보험사에게는 ‘가재잡고 도랑치기’를 하는 격이다. 기존보험 해약으로 잃게 될 보험가입자의 ‘손실’만큼 보험사 주주의 이익을 더 키울 수 있다. 새로운 계약에 따른 ‘추가 이익’도 보장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잡는 셈이다.

의료기관의 기회? 심평원 피하려다 재벌영리보험사에 종속될 것

안일규 : 새 보험에 따른 보험사와 의료기관 관계는 어떻게 바뀌나?

보험금 지급에 대한 새 기준이 만들어지면 보험사는 의료기관의 ‘진료선택권’을 박탈하고 통제하려 할 것이다. 현재의 의료비 정산 체계는 의료기관의 의료행위에 대한 선택권이 의사에게 있지만 앞으로는 보험사 쪽으로 넘어갈 일이다. 
 
고가의 의료비를 발생시키는 MRI 촬영을 하는 횟수를 정하는 것은 ‘의사의 고유권한’이다. 그런데 기준이 바뀌면 MRI를 찍기 전 “한 번만 찍어, 그 돈은 줄 텐데 두 번 찍으면 나머지 한 번은 안줘”라고 보험사가 말하면 대부분 찍기를 포기해야 한다. 자동차보험 환자들이 현재 당하고 있는 일이다. MRI를 찍은 후 판독된 결과에 따라 국민건강보험에서 지급하는 경우도 있고 환자가 혼자서 내는 경우도 있다. 살기 위한 ‘검사’라고 한다면 환자의 입장에서는 ‘땡빚’을 내서라도 의사의 지시에 따르려 할 것이기에 ‘의료비 수입’을 높이고 싶은 의사에게는 MRI를 여러 번 찍으려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영리보험사가 의료비를 지급하는 경우라면 의사 맘이 아니라 영리보험사에 ‘사전선택-의료비 지급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영리보험사의 ‘동의’를 필요로 할 일이다. 

<식코>는 우리의 미래 아닌 ‘현실’. 보험소비자도 의료계도 손해

안일규 : 의료기관의 기대와 달리 의료기관이 재벌보험사에 종속된다는 건가?

김미숙 : 의료기관은 착각하고 있다. 재벌영리보험이 활성화되면 자신들의 소득도 상당히 많이 늘어날 것이고 많은 이윤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말이다. 대한의사협회 토론회에 가서 “착각하지 마시라”고 했다.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한 보험금이 법대로 한 것인지 심사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극도로 싫어한다. 그래도 지금은 ‘의료공급에 대한 선택권’을 의사가 전적으로 갖고 있고 의료기관이 청구한 의료비에 대한 심사자는 하나이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처럼 의료기관에서 청구한 보험금을 재벌영리보험사가 지급하는 보험 상품을 판매하게 되면 수 십 개의 ‘심사자(영리보험사 숫자만큼)’를 만나게 되는 셈이다. 영리보험사의 간섭이 싫으면 진료의 양을 줄여야 할 것이다. 의료기관의 수입은 당연히 줄게 될 일이 된다.
 
재벌영리보험을 가입하고 보험료를 냈다고 하더라도 이 상품에 가입한 모든 가입자들이 치료를 받게 될 환자가 되는 건 아니다. ‘환자’가 아닌 건강한 상태에서 미래에 발생될 ‘의료비’를 준비하기 위하여 보험사에 보험을 가입하고 보험료를 내면 보험사의 수입은 보장된다. 그런데 실제 영리보험가입자 중 의료공급을 받을 환자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험가입자나 의료기관은 잘 모르고 있다. 보험가입자 중 일부가 의료기관을 이용하게 되면 지금은 의료기관에서 진료해주고 싶은 만큼 진료할 수 있다. 재벌영리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의료비)을 받는 것으로 바뀌면 의료기관은 환자를 진료하기 전 일단 보험사에 먼저 물어봐야 한다. “이 환자 진료하면 보험금 주나요?”라고. 진료부터 하고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것과 진료 전에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해보고 결과에 따라 진료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은 의료기관의 ‘수입’에 막대한 영향을 줄 일이다.

안일규 : 의사들의 수입이 저조할 것이라고 보는 근거가 있나? 
 
김미숙 : 현재 국민건강보험 환자에 대한 ‘진료의 양’을 정하는 것은 의사의 고유 권한이다. 의사가 정한대로 진료를 하고 그 행위에 따른 의료비를 국민건강보험과 환자에게 받을 수 있다. 의사가 과잉진료를 해도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를 알지 못한 채 의사가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의료수가(진료가격)를 정할 때 재벌영리보험사들과 직접 정산하는 것으로 바꾸면 재벌영리보험사가 진료 범위를 통제하려 할 것이다. 적정진료를 받지 못해 고통당할 환자의 입장은 배려되지 않을 것이다. 개인사업자로 의료기관을 개원한 의사들은 재벌영리보험사가 직접 만든 보험자 병원과 ‘경쟁’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 경쟁에서 진 의사들은 재벌영리보험사가 차린 병원에 월급쟁이 의사로 가야 할 일이다. 환자를 제대로 진료해서 ‘의료비’를 높게 하는 의사보다 대충 진료해 주고 의료비를 억제해 보험 가입자들에게 받은 보험료의 지출을 막아 영리보험사 주주의 주머니로 넣어주기 바쁜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의료판 구멍가게와 대형마트 전쟁, ‘재벌영리보험사 보험자병원’은 재앙

안일규 : 보험사와 의료계의 중소기업과 대기업 대결이 벌어지나?

월급쟁이 의사들은 환자의 건강지킴이를 할 것인지 영리보험사 주주의 이윤극대화의 도구가 될 것인지 끊임없는 번민에 휩싸이게 될 수 있다. 월급쟁이 의사를 마다하고 기존 개인의료기관을 지켜내고 싶을 것이다. 재벌영리병원과의 경쟁은 구멍가게와 대형마트와의 싸움이다. 소비자들은 대형마트를 선호한다. 대형마트가면 구멍가게보다 낮은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다. 쇼핑 환경도 쾌적하고 주차도 편리하다. (지역 상권을 살려야 한다며 대형마트 진입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지만)소비자의 입장에선 “대형마트에서 더 경제적 이익을 더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개인의 이익’을 쫓아갈 것이다. 
 
의료기관도 마찬가지다. 지방의 중·소형병원보다는 서울의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추세다. KTX(교통수단도 발달) 하나로 접근성이 높아졌다. 국민건강보험에서는 상당수 진료를 중․소병원을 이용하도록 한다. 동일 진료를 하더라도 국민건강보험에서 지급하는 의료비는 중·소형병원보다는 대형병원에 더 준다. 중·소병원보다 비싼 의료비 때문에 대형병원 가는 것을 막고자 하기도 하는데, 잘 먹히지 않는다. 의료비 조금 아끼려고 중·소병원으로 갔는데 의료사고가 난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일이 된다. 불안함 떨쳐버리기 어렵다. 중·소병원에서 1인실에 있느니 대형병원 4인실에 있는 것이 환자가 더 나은 의료공급을 받을 수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대형병원이 지역마다 하나씩 생긴다고 하면 (구멍가게나 다름없는)중․소병원들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중·소병원 살리자고 환자들에게 지역병원 이용하라면 환자들이 중·소병원 입장 생각할까? 그렇지 않다.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환자가 선호하는 병원을 못 가게 막을 명분이 없다. 의사면허증으로 개인사업자 등록해 개원 후 종사자들 월급 주고 대출받아 병원시설과 의료장비 들이고 관리하면서 대출 원리금을 갚기 위해서는 그 수입을 보장해 줄 ‘환자’가 있어야 한다. 의료기관 관리운영비는 환자가 있든 없든 고정 비용으로 나가야 한다. 중·소병원들은 “환자들이 대형병원을 찾아 서울로 가는 바람에 손님이 뚝 줄고 있다”며 울상이다. 중·소병원을 살리기 위해 환자도 없는 의료기관에 국민건강보험이 재정보조해 줄 수는 없다. 경쟁에서 도태된 구멍가게 중·소병원은 울며 겨자 먹기로 병원 사업을 접고 재벌영리보험사가 만든 병원에 월급쟁이 의사로 취직해 영리보험사의 통제권 아래 들어간다. 의사로써 생존권 지킬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다. 월급쟁이 의사 월급이 개원의로써 얻을 수 있는 수입보다 많을까? 재벌영리보험사들이 차린 보험자병원 탄생은 의사들의 ‘수입’이 줄어드는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안일규 : 의료공급체계를 어떻게 바꿔야 하나?

김미숙 : 의사들의 수입을 뚝 떨어뜨릴 가능성 있는 의료공급 전달 체계로 바꿔 재벌영리보험사*가 만든 보험자 병원의 월급쟁이로 하는 건 좋지 않다. 영국처럼 월급쟁이 공무원으로 신분을 전환해 의사들의 최소 기대치에 해당하는 소득수준을 보장해줘야 한다. 민간에서 제공하고 있는 의료공급은 건드리면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공공에서는 많아야 30% 정도만으로 하고 나머지는 민간에서 공급해 주는 것을 인정해줘야 된다고 한다. (나는)동의하지 않는다.
 
* (법으로는 영리보험사가 직접 자본을 댈 수 없게 되어있다. 법망을 피해 우회 투자를 한다면 보장되는 영리보험사 주주의 이익은 더 클 가능성이 높다) 

안일규 : 한국판 <식코>가 된다는 건가? 
 
김미숙 : 한국판 <식코>는 미래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자동차보험과 산재보험 환자에 대한 ‘의료비’는 의료기관과 보험자(손해보험사와 근로복지공단)가 직접 정산하고 있다. <식코>처럼 손해보험사에 자동차보험을 가입한 가해자에 의해서 교통사고를 당했는데도 손해보험사가 보험금을 주지 않고 떼먹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입원, 통원할 때마다 반복해서 지급한다던 보험금은 ‘금액’이 얼마인가에 따라서 재벌영리보험사의 태도가 돌변한다. 보험 계약 유지를 방해 당하기도 한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지금처럼 영리보험사는 보험가입자가 보험사에 청구한 보험금을 ‘트집’ 잡고 못주겠다거나 덜 주겠다는 게 더 쉽다. 그럼에도 환자에게 지급할 의료비를 의료기관에 직접 지급할 수 있도록 보험금(의료비) 정산체계를 바꾸려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동차보험처럼 병명조차 제대로 확인할 수 없도록 진료를 방해해 지급할 보험금(의료비)을 대폭 낮춰 영리보험사 주주의 이익을 크게 할 자신이 있는 것인지. 분명 재벌영리보험사의 숨겨진 ‘속내’가 있다. 
 
현재까지 판매되고 있는 ‘영리의료보장보험(일명, 의료실손보험, 의료실비보험 등)’은 ‘의료수가(진료가격)’가 뛰면 덩달아 재벌영리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보험금도 뛴다. 가입할 때 정한 보험료를 바꿀 수 없는 보험사에게는 이익 감소를 의미한다. 아직 ‘국민건강보험 의료수가 조정’에 대한 의견을 재벌영리보험사가 제시한 일은 없다. 그런데 ‘의료수가’는 변동이 없는데도 보험가입자들에게 예정해서 받은 보험료보다 보험금 지급액이 높았다며 보험료를 인상한 일이 있다. 의료비를 보험료로 미리 내는 보험가입자 입장에서 재벌영리보험의 보험료가 인상된다는 것은 ‘의료비 인상’과 같다.

안일규 : 한국판 <식코>에서 의료기관은 어떻게 되나?

김미숙 : 앞으로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의료수가를 정해야 하고 재벌영리보험사와도 의료수가를 정하게 될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자동차보험에 대한 ‘의료비’를 정하거나 보험금 지급 절차대로 ‘의료비에 대한 결정권’은 의료기관보다는 재벌영리보험사에게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 영리의료보장보험 활성화는 현재의 의료기관에서 기대했던 이익을 얻지 못한다. 또한 영리보험사가 의료기관을 새로 차려 현재 의료기관의 ‘의료공급’에 대한 ‘주도권’을 박탈하는 게 아닌지 우려가 된다.

‘선불’로 받을 ‘의료비(보험료)’는 보험사 맘대로 정해서 보험가입자들에게 받고 실제 의료비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보험사와 전혀 관계없는 의료기관에 보험금(의료비)을 주는 것이 아니라)보험사의 자회사인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것이라면 ‘의료공급의 양’을 줄여 보험사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보험사가 숨기고 있는 ‘속내’다. 기존 의료기관을 보험사 손아귀에 쥐고 흔들어대는 '숙원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이다. 
 
국가 역할보다 보험소비자들의 독자적 ‘제 4의 길’ 모색해야
 
안일규 : 절대적인 영리 방식의 의료공급을 전면개편 말하는 건가?
 
김미숙 : 그렇다. 최소한 현존 민간공급은 안 된다. 일산지역 공단에서 만든 보험자 병원이 있는데 국민건강보험에서 사업비를 준다. 그 지역은 일산병원에서 정한 의료비 수준에 맞춰 비급여대상 의료비를 받는다고 한다. 민간의료기관에 비해 부정청구나 과잉청구가 가장 적다고 한다. 일산병원 주변 의료기관에서 일산병원과의 경쟁으로 ‘의료비 발생 억제 효과’가 있다고 한다. 공공병원과 영리병원이 경쟁하면 ‘저렴한 의료비로 최상의 의료공급’을 받을 수 있다. 공공병원과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의료기관은 공공병원으로 ‘전환’을 요구할 것이고 적당한 요구 조건을 수용하면서 차차 공공병원 수를 늘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보험자 병원은 재벌영리보험사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국민건강보험에 내고 있는 ‘보험료’로 국민건강보험 보험자 병원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보험료’가 있는데 국민건강보험에서 직접 만든 보험자병원을 늘리지 못하는 게 문제다. 민간 영역에서 댈 수 있는 자금보다 국민건강보험에서 댈 수 있는 자금이 훨씬 많은데 왜 못하나. 보험자병원을 늘리는 것을 주저하는 것은 국가가 특정 의료기관의 이윤을 보장해 줄 목적으로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일 뿐이다. 다수 국민들에게 효율적이라는데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못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정부가 안하려고 하는 것일 뿐이다. 지금도 “재벌영리보험사가 들어갈 수 있는 틈새시장을 열어줘야 그 회사 주주들이 먹고 살 거 아니냐”며 영리보험사 주주의 살 길만 열어주는데 골몰하는 정부에 화가 난다.

안일규 : 주로 지적하는 자동차보험으로 말한다면?
 
김미숙 : 자동차보험은 의무가입이다. 의무가입으로 내는 보험료는 세금이다. 왜 세금을 영리보험사가 관리해야 하느냐는 거다. 자동차보험을 가입안해도 사고 내면 “다 물어 줄 수 있는데 왜 내가 자동차보험을 들어야 하느냐”고 거부할 수 있어야한다. 의무가입을 자율 가입할 수 있도록 풀어달라고 해야 한다. 지금은 가입안하면 무조건 과태료 물리고 사고내면 형사 처벌하니까 다 들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보험료만 내게 하고 보험금도 제대로 주지 않는 자동차보험을 ‘의무가입’으로 묶어 놓은 것은 재벌영리보험사 주주의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을 해 주기 위한 ‘정부정책’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러한 정책에 찬성하는 국회의원이나 정부 인사는 국민의 세금으로 재벌영리보험사 주주의 이익이나 챙겨주는 하수인 역할을 이제는 그만둬 주기를 바란다.
 
안일규 : 국가가 국가의 의무를 안 한다? 
 
김미숙 : 그렇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재벌영리보험사가 관리하는 몇 명의 공무원들은 보험사들의 눈치 보기 바쁘다. 소관부처 공무원은 생명보험협회나 손해보험협회 등 보험기관 고위 간부들의 아랫사람인양 절절매고 고개 숙이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기도 했다. 공무원이 일할 시간에 사기업의 한 행사에 나와 ‘자본 앞에 비굴한 공무원’의 모습을 보인 행위는 국민의 자존심을 버리는 것이다. 
 
‘국민에 대한’ 규제완화는 국민건강보험에 대한 규제 풀어야
 
안일규 : 공무원들이 재벌의 손발이 돼버린 현실인가?
 
김미숙 : 특정기업에 굴종하는 것이다. 공무원의 사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공직에 있는 이들이 국민을 대신해서 영리 기업들이 국민들에게 피해줄만한 것을 못하게 하는 것이 규제다. 규제가 재벌영리보험사 주주의 이윤이 줄게 한다고 다 풀자고 하는데 규제완화가 아니다. 국민의 권리가 침해당한다면 그 자체만으로 국민을 규제하는 것이다. 공무원이 월급은 국민에게 받으면서 거꾸로 일하나? 다수 국민의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게 진짜 규제다. 그걸 풀어버리면 어떻게 되겠나? 
 
소수 국민의 이익만 크게 보장해주겠다며 재벌영리보험사에 대한 규제를 풀면 공무원의 방임이고 방종이다. 말도 안 된다. 풀어야 할 규제는 따로 있다. 국민건강보험으로 내야 하는 보험료는 총 의료비 기준 64.6%만 보험금으로 지급하게 ‘규제’되어 있다. 나머지 의료비에 해당되는 보험료를 개인이 알아서 재벌영리보험사 상품을 선택해 가입 하든 말든 국가는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에서 의료비 100.0%를 지급받으려면 국민건강보험에 의료비 35.4%에 맞는 보험료를 더 낼 수 있게 국민에 대한 규제를 푸는 것이 우선 아니겠는가?
 
정치가 재벌영리보험사 주주 이익 위해 사회적 비용과 빈곤 유발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재산 손실을 입게 되면 사회가 비용을 부담해서 해줄 수밖에 없지 않느냐. 국민이 무능해서 경제빈곤층이 되는 것이 아니다. 재벌영리보험사 주주의 이익을 보장해 줄 목적으로 국가가 법과 제도를 통해 경제빈곤층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정한 기업, 재벌영리보험사 주주이윤 때문에 국회의원과 정부가 경제빈곤층을 생산하고 있다. 법과 제도를 제대로 정비해 경제빈곤층이 생기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안일규 : 정치의 문제다? 
 
김미숙 : 그렇다. 
 
2010년 한국의 <식코>는 50년 전부터 시작됐다
 
안일규 : 현재 발생하는 보험의 문제는 어디에서 시작됐나?
 
김미숙 : 영리보험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2년 시작)과 맞물려서 더욱 활성화 되었다고 생각한다. ‘장기저리자금’이 필요한 정부가 (‘장기 계약’이 쉬운)‘보험 계약’은 중간에 해약할 때 낸 돈 다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영리보험사 주주의 ‘이윤’을 보장해 줬다. 그 대가로 보험료의 일부를 정부 사업자금으로 끌어들인 것으로 본다. 
 
1980년대 판매되었던 백수연금보험을 가입한 가입자가 보험료를 내고, 가입하고 20년이 지나 지급받을 줄 알았던 연금액이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며 영리보험사와 소송을 하였다. ‘판매 인가’를 내 준 쪽은 정부이므로 정부가 그 책임을 져야했는데 (정부는)보험 가입자간(연금을 받을 가입자와 연금액에 해당되는 보험료를 내 줄 가입자)의 책임으로 전가시켰다. 

안일규 : 백수연금보험은 왜 1/10 토막 났나?

연금액이 10분의 1로 줄어든 비밀은 ‘보험료의 구성 비율’에 있었다. 연금보험 가입자가 낸 보험료 기준 20.0% 정도만 연금을 지급하기 위한 보험료로 구성되어 있었다. 나머지 80.0%는 ‘위험보험료와 사업비’로 구성되어 다른 가입자의 사고보험금과 영리보험사 주주의 이익을 위한 사업비로 계산한 것이다. 가입자는 보험을 가입할 때 이런 사실을 몰랐고 연금을 받을 때가 되어서야 알게 됐다. 최근 “보험료 구성에 대해 숨기지 말고 다 밝혀라”고 하는데 금융감독원의 입장은 오히려 “원가공개 하라는 것이냐”며 반문한다. 재벌영리보험사가 얼마를 쓰는 건 보험사 맘이다. 그러나 가입자가 부담하는 사업비가 얼마나 되는지 가입자에게 알려줘야 되는 거 아닌가. 알려주지 못할 이유가 뭐 있나?

사업비, 종신보험…영리보험사들의 ‘상도’ 개념 없어

가입자가 알려줄 것을 요구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려주는 게 상도의 아니냐는 거다. 아이가 엄마에게 “책 사게 만 원만 주세요”해서 줬더니, 나중에 책은 사지 않고 군것질하는데 썼다면 엄마는 뭐라고 하겠나? 돈 만원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엄마를 속였다는 것만으로 꾸중할 거다. 만원을 달라며 ‘책 살 돈’이라고 했으면 책을 사야 ‘엄마가 돈을 준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하물며 보험사에서 남의 돈을 가져가는데 당신이 죽으면 1억 원을 줄 거라고 하면서 받아갔으면 그럼 그 1억 원을 줄 목적에 필요한 돈만 가져가면 되는 거다. 내가 내는 보험료는 사망 시 1억 원을 받는 데 필요한 돈인가 보다 했는데, 알고 봤더니 1억 원을 주는데 필요한 돈은 굉장히 작은 금액이고 나머지는 사업비든 뭐든 이상한 데로 간다는 거다. 나중에 이런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용도로 내 돈이 쓰였다면, 이를 용납할 수 있겠느냐는 거다. 아파트 원가공개? 아파트는 내가 돈을 다 내지 않았는데, 아파트부터 준다. 내가 직접 아파트를 이용하면서 할부로 갚는 것이다. 냉장고? 할부로 사면 냉장고부터 통째로 준다. 한 달 간 쓰고 할부금 내는 거다. 그런데 보험은 어떤가? 할부금은 냈는데 나한테 아파트 줬나? 냉장고 줬나? 안줬다. 

안일규 : 종신보험은 어떤가?

종신보험? 죽을 때까지 평생 보장해준다고 한다. 이 말은 당신 죽을 시점이 100세쯤 될 텐데 가입 나이부터 100세가 될 시점까지 계산한 보험료를 앞당겨서 지금 내라는 거다. 서울에서 종점인 부산까지 가는 요금을 내고 부산에서 내렸으면 내는 게 맞다. 그런데 중간에 평택 가서 죽을지, 대전 가서 죽을지, 대구 가서 죽을지 아무도 모른다. 평택 가서 죽었는데 돈은 부산까지 가는 것을 내게 한다. 평택에 내리면서 부산까지 안 갔으니까 나머지 돈을 달라고 할 수 있지 않나. 그런데 안준다. 왜? “당신 약속은 처음에 부산까지 가기로 했지 않느냐. 그런데 중간에 평택에서 왜 내리느냐. 그건 당신책임이지 내 책임 아니다”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한다. 애초부터 평택 행, 대전 행, 대구 행, 부산 행이 있는데 어디까지 갈 것이냐고 물어 봤는데도 부산을 선택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영리보험사들은 어느 누구나 죽을 때까지 보장해준다고 하면서 무조건 부산가는 돈을 내라 했다. 평택에 내리면 남은 구간에 해당되는 돈은 돌려줄 수 있다고 본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평택에서 부산까지 가는데 필요한 것이라며 받아 갔던 돈이 어느 정도 되는지도 알려줘야 한다. 영리보험사들은 이마저도 감춘다. 

영리보험사와 금융감독원은 ‘反 시장체제의 선봉’

안일규 : 보험 상품 사례로 살펴본다면 어떤가?

김미숙 : 직접 마루타를 해 봤다. 재벌영리보험 중 하나를 직접 가입해서 그 상품의 보험료 구성 비율을 보려고 제 돈 들여 보험료를 내봤다. 1년에 한 번씩 갱신(재계약)하는 순수소멸성 보험이다. 일반 보험은 만기를 정하면 가입한 나이로부터 만기까지, 만약에 40년이라면 40년간 내야 할 보험료 총액을 기준으로 보험료 내는 기간을 따로 정해 내도록 하는데 갱신형 보험은 1년 단위로 보험료를 끊어서 간다. 1년 전보다 보험료를 올리겠다는 얘기다. 그런데 보험료에 대하여 내가 보장받기로 한 조건에 해당하는 위험보험료와 부가보험료(예정사업비)가 있지 않느냐고 물어봤더니 보험사 상담원은 부가보험료가 뭐냐고 도리어 내게 물으며 부가보험료는 없다고 했다. 민원팀장이라고 했던 상담원에게 다시 한 번 알아보라고 말했다. 팀장 정도면 다른 상담원들의 관리자다. 관리자에게 부가보험료를 말했는데 부가세를 말하는 거냐며 되묻다니! 그 민원팀장은 다시 전화가 와서 하는 말이 부가보험료는 장기보험이나 생명보험 상품에서 발생되는 보험료이고 해당 보험은 부가보험료가 없다고 말했다. 그럼 100.0% 사고 보험금 지급용(위험보험료)으로 쓰일 돈이냐고 물으니까 그렇다고 했다. 100% 위험보험료로 구성되어있다는 내용을 문서로 작성해 대표이사 직인을 찍어 보내달라고 하니 그건 공식문서인데 어디다 쓸 거냐고 묻는 거다. 개인적으로 확인하고 싶은 거니까 보내달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금감원에 전화해 “손해보험상품은 단기로 가입했을 때는 부가보험료가 안 붙느냐”고 했더니 다 붙게 되어있다고 했다. 그 부가보험료가 사업비이다. 저한테 가입을 시켰던 상담원은 모집종사자이다. 모집종사자가 그 상품을 팔려고 전화를 했다면 자기의 수당을 받기 위해서 그 상담을 해줬던 거 아닌가. 제가 체결한 보험 계약으로 보험사에 입금되는 보험료의 일부를 모집종사자 수당으로 가져갈 거란 얘기다. 그렇게 모아진 계약 건으로 모집종사자를 관리하는 임직원들 임금을 줄 것이라는 말인데 사업비가 없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다. 이렇게 거짓말한다. 이 보험사는 우리나라 보험사가 아니다. 외국사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 발언을 하면서 너무나 태연하게 주주의 이익을 챙겨가고 있다. 다른 나라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을 속이는데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수 없다. 보험가입자는 속고, 영리보험사 종사자들은 영리보험사 주주의 이익을 위해서 거짓말을 쏟아내고,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정부의 무책임에 자괴감마저 든다. 보험료 구성 비율을 알려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금감원에 말했더니 그런 걸 공개하지 못하게 되어있다고 한다. 안 해도 된다는 쪽으로 자꾸 말한다. 그러라고 한 법은 없는데도 말이다.
 
‘보험료 구성 비율’은 보험회사가 불편해하는 진실
 
안일규 : 보험료 구성 비율 비공개는 법으로 정해진 건가?
 
김미숙 : 영리보험사가 보험료 구성 비율을 보험가입자에게 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법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알려줘야 된다는 것도 없다. 지금까지는 영리보험사가 보험료 구성 비율을 보험 가입자에게 알려주지 않았어도 가입자 입장에서 “그러한 내용들을 알려 주세요”라고 요구한 일이 없었다. 지금은 요구하고 있다. (보험사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보험료 구성 비율이 공개되면 보험사 주주의 이익이 추산된다. 순수하게 사고로 지급될 보험금에 해당되는 보험료를 내는 보장형 보험을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에 필요한 보험료 보다는 보험사 주주 이익을 위한 용도로 부담시킨 사업비가 많다는 게 들통나버리니까 두려울법 하기도 하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엉터리라며 보험사들이 돈을 받아갈 때는 용도에 맞게 탁탁 얼마라고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들에게 설명을 해줬어야 가입자가 이를 낼 것인지 말 것인지 기준을 삼았을 텐데 왜 숨겼느냐고 따지게 된다. 보험사로선 바라지 않는 시나리오다. 밝히기 싫은 건 당연하다. 기업비밀이니, 영업비밀이니 하고 떠드는데 결코 그런 의미가 아니다. 

안일규 : 앞으로 보험소비자들과 영리보험사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 같나?

영리보험사들이 과거의 영업 관행을 유지해 과거처럼 이익규모 누리면서 그 사업을 계속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깨어나라고 하고 싶다. 소비자가 주체가 되어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에 들자고 할 수도 있다. 한 발 더 나가서, 한 회사만 키워줄 수도 있다. 얼마든지 칼자루를 소비자가 쥘 수 있다. 지금과 같이 해왔던 것처럼 보험사가 칼자루를 쥐고 휘두를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라. 
 
'로또보다 더 힘든' 보험 수령, 보험은 계가 아니다
 
보험소비자는 재벌영리보험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보험을 계 또는 복권에 비유를 하는데 마치 계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면 잘못된 생각이다. 계는 보험금(계금)을 정하고 보험금에 맞춰 계원들이 내야 할 보험료(곗돈)를 나눈다. 먼저 탈 사람은 돈을 더 내게 하고 나중에 탈 사람은 덜 내게 하는 것으로 정한다. 보험금을 타는 사람에게 타지 않는 사람들이 낸 보험료를 모아 준다. 자기가 탈 일이 생기면 타지 않은 사람들이 나눠서 낸 보험료를 몰아서 받는다. 내가 타지 않고 다른 사람이 타게 될 때는 내게 할당된 돈을 내면 된다. 누구든지 돌아가면서 한 번쯤은 타게 되어 있는 게 계다. 상부상조 정신이다. 내가 목돈이 필요할 때 다른 사람들이 낸 소액으로 도움을 받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목돈이 필요할 때 내 몫의 소액으로 도움을 주는 것으로 이런 기능의 보험이라면 매우 효율적이다. 

안일규 : 상부상조의 계와 재벌영리보험사의 상품은 무엇이 다르나?

김미숙 : 현재 재벌영리보험사가 판매하는 보험은 계가 아니다. 재벌영리보험사가 판매하고 있는 보험은 위험을 정할 수는 있다. 위험에 대한 보험금도 정할 수 있다. 그런데 언제 그 위험이 올지 모른다. 어떤 위험이 언제 올지 정할 수 없는 것이다. 영리보험사의 판매상품은 그 불확실한 위험에 대해서 정하고 가야 된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위험을 분담해서 자기 분담금을 내긴 하지만 그 굉장히 많은 사람이 다 사고를 당할 사건이 생기면 영리보험사는 파산이다. 감당하지 못한다. 보험사는 존재할 수가 없다. 보험사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 보험사에서 정한 극히 소수의 사람들만 사고를 당해야 하기 때문에 나머지 사람들은 자기가 받지도 못할 것에 기여를 하고 있을 뿐이다. 
 
보험과 계는 다르다. 계만도 못한 것이 재벌영리보험이다. 국민건강보험? 생로병사의 과정에서 치료받을 일이 생기면 돈 안냈어도 보장받는다. 주고받고 할 수 있다. 재벌영리보험은 안 된다. 로또 복권이 재벌영리보험하고 비슷하다. 어떤 사람이 될지 모르겠지만 정해진 부분을 냈을 때 운 좋으면 당첨 돼서 받을 수 있다. 당첨되지 않으면 단 한 푼도 못 받고 꽝이다. 보험도 마찬가지다. 재벌영리보험은 복권당첨확률보다 더 낮은 확률에 그 사람들이 받아갈 돈에 대해서 분담시킨다. 중요한 건 사고가 원인이 되어 지급될 보험금에 해당되는 위험보험료는 거의 나갈 수 있도록(70~80%) 설정되어있다. 영리보험사 주주의 이윤 창출에 쓰일 사업비 부분은 보험금을 받아갈 인원만 내는 것이 아니다. 사고당할 가능성(보험금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대다수 가입자에게 모두 내게끔 분담시킨다. 
 
영리보험사가 자행하는 노동시장 퇴출
 
영리보험사 주주는 사업비 전부를 독식한다. 생각해 보라! 가입자가 낸 ‘사업비’는 굳이 ‘지출’하지 않아도 영리보험사 주주가 다 먹을 수 있다. 무엇 때문에 임직원과 모집종사자에게 사업비의 일부를 주겠는가? 지출한 사업비 이상을 ‘주주의 이익’으로 다시 반납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출’하지 않겠는가? 지출한 사업비를 반납 받지 못해도 새로 보험을 가입하고 보험료를 내 줄 가입자에게 받으면 될 일이다. 물론 임직원과 모집종사자 등에게 임금이나 수당도 줬다고 한다. 그런데 계산해보면 모집종사자 수당은 줬다 다시 뺐고 한다. 달마다 새로운 계약을 안 하면 안주기도 한다. 회사가 정해놓은 만큼 새로운 계약을 못하면 모집종사자 스스로 회사를 나가게끔 만들기도 한다.
 
안일규 : 모집종사자가 보험시장에서 퇴출된다는 것인가? 
 
김미숙 : 그렇다. 영리보험사에서 스스로 나가게끔 한다. 모집종사자는 계속 일을 하기 위하여 무리한 영업을 계속한다. 영업으로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여기저기 빚을 내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오죽하면 신용불량자 등재 직업군 중 모집종사자가 제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까? 영리보험사 임직원은 모집종사자를 닦달하여 계약을 하게끔 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 거다. 모집종사자가 한 건의 계약을 체결할 때까지 들이는 시간과 비용을 계산하면 임직원보다 많은 수당을 받아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보험료의 구성 비율을 보면 단지 모집종사자를 ‘관리’만 한 임직원에게 지급하겠다고 정해 놓은 비율이 모집종사에게 지급하겠다고 하는 수당과 같은 비율로 된 경우도 봤다. 모집종사자는 영리보험사 임직원의 입맛에 맞게 일해야 퇴출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언제라도 ‘토사구팽’ 대상이다. 정상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영리보험업계의 영업 기준은 도저히 용납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영리보험사가 마치 직장이라며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있는 거다. 자기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영리보험사가 정해 준 영업 목표를 채우려면 타인한테 가입을 강요라도 하여 계약을 성사시켜 보험료를 입금시켜야 한다. 이는 가입자의 ‘재산 손실’을 영리보험사 주주와 종사자가 나눠 취하는 셈이다. 영리보험 상품의 보험료 구성 비율을 적나라하게 공개한다면 재벌영리보험사의 영업방식은 결코 유지될 수 없다. 재벌영리보험사의 존재는 악의 축일 뿐이지 사회에 기여하는 부분들이 결코 선한 모습은 아니다.
 
사회건강을 위해 영리보험 아닌 국민건강보험 중심으로 가져가야
 
차라리 재벌영리보험회사가 없으면 사회 구성원에게는 더 좋다. 개인들의 주머니가 더 두둑해지게 할 수 있다. 그래도 보험이 가입되어 있지 않으면 불안하니까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한다면, 국민건강보험에서 내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 35.4%의 의료비에 해당되는 보험료를 국민건강보험에 더 내게 하라는 거다. 2007년 기준 109조 원의 보험료를 영리보험사에 냈는데, 사고를 당한 가입자들에게 보험금 지급에 따른 관리를 해야 한다며 보험 가입자들에게 내게 했던 23조 원의 예정사업비만 국민건강보험료로 전환해서 내면 의료비 100.0%는 물론이고 소득의 일부를 국민건강보험에서 지급할 수도 있는 재원이 된다. 어차피 영리보험사 주주의 주머니로 들어갈 보험료라면 이 돈만 고스란히 국민건강보험료로 내버리면 의료비에 대한 것은 걱정 안 해도 되고 오히려 남는다. 109조 원의 보험료에서 23조 원의 예정사업비를 뺀 보험료에 대해서는 자기재산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렇게 남는 돈으로 다른 경제활동을 한다면 정부는 경기활성화를 따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안일규 : 국민건강보험의 보험금(의료비) 지급액을 높이기 위한 선결과제는 정경유착을 깨야 하지 않을까?
 
김미숙 : 정경유착이 아니라 정경언 유착이 크다. 언론사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광고비중이 가장 높은 게 ‘의료광고’와 ‘영리보험사 상품 광고’다. ‘광고’는 곧 언론사 주주와 종사자들의 ‘수입’과 직결된다. 의료기관이 광고를 하면 그 광고비는 국민건강보험이나 환자가 지급할 의료비에 포함되기 때문에 최종 광고비 지급인은 의료기관이 아니라 의료비를 내는 국민이다. 영리보험사 상품 광고비 역시 영리보험사 주주가 내는 것이 아니라 보험 상품을 구매한 가입자가 내는 예정사업비로 내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발생된 ‘이익’은 보험가입자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과 영리보험사 주주에게 지급한다. 
 
영리보험은 ‘필수 의료비’보다는 의료기관과 영리보험사, 그리고 언론사 주주들의 주머니로 들어갈 금액이 더 많다. 국민건강보험으로 만든 보험자 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된다면 따로 의료 광고를 할 필요도 없다. 영리보험사 상품 광고를 할 필요도 없다. 언론사, 의료기관, 영리보험사 주주와 종사자가 취할 ‘이익’만큼 보험료를 낮춰내고도 의료보장은 그대로 받을 수 있다. 암 환자의 목숨을 하나라도 더 건질 수 있는 의료비로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영리보험사 활성화는 ‘反’ 비즈니스 프랜들리

안일규 : 보험사로 인한 기업들의 피해는 어떤 게 있나?

김미숙 : 보험사를 소유하지 않은 기업들은 영리보험사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 은행에서 영리보험사의 보험 상품을 판매하여 받은 수수료를 은행의 주주가 남기는 방카슈랑스를 예로 들어보자. 방카슈랑스를 하기 전에는 은행에서 대출을 해 주는 조건으로 주로 권하던 상품은 적금이다. 대출 상환을 할 때에 대출 시 가입한 적금을 중도 해약한다고 하더라도 낸 돈은 그대로 준다. 그런데 방카슈랑스를 하게 된 이후에는 은행은 은행에서 직접 개발 판매하는 금융상품보다 영리보험사가 개발한 보험 상품을 가입하도록 유도한 후, 영리보험사가 주는 수수료를 따 먹는다. 은행 상품인 적금을 판매해 받은 돈은 은행이 적금 가입자에게 일정한 이자를 지급하기로 약속을 한다. 은행은 적금 가입자에게 지급하기로 한 이자를 만들기 위해 적금으로 받은 자금을 무언가로 재투자해야 되지 않나. 은행이 원금보다 낮은 손실을 입게 되더라도 원금은 적금 가입자에게 물어줄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배상 부담 없이 보험 상품 판매로 보험료가 영리보험사에 입금되면 보험료 기준으로 다달이 3.0%~4.0% 수수료를 남길 수 있다. 말 몇 마디로 얻게 될 수익치고는 은행 주주들로써는 땅 짚고 헤엄치기나 다름없는 것 아니겠는가?

굳이 대출을 조건으로 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은행에 적금 하러 왔던 사람들에게도 보험을 가입하라고 권하여 은행 고유 업무는 뒷전이고 영리보험사가 주는 ‘수수료 따먹기’에 주력한다. 우스운 일이다. 은행 간판 걸어놓고 은행 상품을 팔기보다는 다른 금융회사의 상품을 팔고 있는 형국이라니. 대출을 조건으로 꺾기를 당하면서 보험 가입을 했는데, 대출 받은 지 1년 만에 상환을 하게 된다면, 적금의 경우에는 낸 금액은 고스란히 받아 대출을 갚는데 쓸 것이다. 그러나 보험을 가입했다면 중도 해약으로 인하여 낸 보험료 전액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안일규 : 보험사를 소유한 기업들의 피해는 없나?

김미숙 : 기업은 적금으로 꺾기를 당해 찾은 금액보다 보험으로 꺾기를 당해 찾은 해약환급금이 적을 때 그 차액을 고스란히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보험사를 계열사로 둔 기업들도 보험 가입 시 불이익을 입는 경우도 있다. 보험료가 다른 보험사에 비해 비싸도 계열보험사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개 입찰을 통해 보험 가입을 할 때보다 계열사 보험사에 보험 가입을 하게 되어 보험료를 높게 낸다면, 그 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에게 배임 행위를 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이는 처벌을 받아야 할 범죄행위라 할 수 있다. 2009. 12. 15. 언론들은 일제히 1조 2천억 원대의 삼성전자 퇴직연금 사업자로 계열사인 삼성생명으로 정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삼성생명의 ‘투자 성적’은 지난 20년(1986. 4. 1.~2006. 3. 31.) 간 1조 4천 500억 원대의 손실을 낸 것으로 드러나 있다. 삼성전자는 뭘 믿고 삼성생명에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노후’를 턱하고 맡겼는지 모르겠다. 특정 기업 간 주주의 ‘이익’을 위해서 노동자의 ‘재산 손실’을 초래할 지도 모를 ‘위험’에 노출시킨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안일규 : 보험 해약으로 인한 기업 손실은 어떤가?

김미숙 : 보험 해약으로 인한 해약환급금은 기업의 큰 재산손실을 만든다. 기업에서 보험을 가입할 때는 개인이 가입하는 것보다 보험료 단위가 매우 크다. 키코 피해자들이 입은 손실보다 방카슈랑스 보험 상품을 가입했다가 입은 손실 규모가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이를 문제 삼아 소송을 하거나 파산에 이르게 됐다고 소송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영리보험 가입자가 손해 보는 해약환급금의 진실

안일규 : 해약할 때 가입자가 손해보는 보험료는 어떤 게 있나?

김미숙 : 해약할 때 가입자가 손해 보는 ‘보험료’가 영리보험사가 일방으로 정한 해약환급금 계산 방식에 있다. 이 계산법이 왜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우선 보험료의 구성 요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는 ‘영업보험료’라고 한다. 영업보험료의 구성 요소는 ‘순 보험료와 부가보험료’이다. 순 보험료는 두 종류로 구분된다. 순 위험보험료와 순 저축보험료이다. 순 위험보험료는 해당 월의 위험보험료와 이월되는 순 위험보험료로 다시 구분된다. 순 저축보험료는 만기보험금이나 해약환급금, 연금이나 학자금 등 중도보험금을 지급해줄 목적으로 적립되는 보험료이다. 보험료를 낸 가입자 중에서 당해결산년도에 사망하거나 후유장해나 암 등을 진단 혹은 수술 입원한 가입자에게 지급할 용도로 내게 하는 보험료가 해당 월의 위험보험료이다. 해당 월의 위험보험료만 있어도 내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사고가 있거나, 누군가 가입한 보험에서 보험금을 받을 사고가 있을 때 지급할 보험금으로 충당할 수 있다. 
 
가입자가 낸 위험보험료 중에서 해당 월의 위험 보험료를 공제한 나머지 위험보험료는 ‘순 위험보험료’이다. 순 위험보험료와 순 저축보험료에 해당 상품의 이자율을 더하면 ‘책임준비금’이 된다. 책임준비금의 성격은 보험 상품의 종류에 따라서 순 위험보험료와 이자로 구성된 경우와 순 위험보험료와 순 저축보험료에 이자로 구성된 경우로 나뉜다. 종신보험이 전자의 대표적인 상품이다. 연금보험이 후자에 속하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순 위험보험료는 예정위험률에 따라서 계산이 된다. ‘질병’이 원인이 된 사고의 경우 나이가 증가할수록 위험보험료가 올라간다. 해당 월의 위험보험료가 자연식보험료이다. 보험기간 내내 똑 같은 보험료를 내는 것은 평준식 보험료를 내는 것이다. 나이가 증가할수록 보험금 지급률이 증가한다는 이유로 보험료가 높아진다. 나이가 높은 연령대의 보험료는 많이 내야하고 가입 시 나이는 어리면 예정위험률이 낮아 적은 보험료를 낸다. 적게 내는 시기로 미래에 많이 내야 할 보험료를 미리 앞당겨 내게 평준화하여 다달이 똑같은 보험료를 내게 한것이 평준식 보험료이다. 평준식 보험료에서 해당 월의 위험보험료를 빼고 부가보험료(예정사업비)를 뺀 나머지가 순 위험보험료이다. 순 저축보험료가 있는 보험도 해당 월의 위험보험료와 부가보험료를 뺀 나머지를 적립한다. 순 위험보험료 또는 순 위험보험료와 순 저축보험에 이자를 더하면 책임준비금이 된다. 책임준비금이란 장래의 보험금지급 청구에 대비해 영리보험사가 보험계약자를 위해 수입보험료의 일부를 유보하여 적립한 것이다. ‘보험 사고’의 사유로 사망이나 입원 등만 생각하기 쉬운데 영리보험사 입장에선 ‘보험금이 지급될 사유’면 ‘보험 사고’다. ‘해약이나 효력 상실’로 ‘해약환급금’을 지급하는 것도 ‘보험 사고’다. ‘만기’ 또는 ‘연금’이나 ‘중도보험금’을 지급하게 되는 경우도 ‘보험 사고’다. 
 
부가보험료인 예정사업비는 용도에 따라 예정신계약비, 예정유지비, 예정수급비로 구분한다. 보험 가입자가 1년 정도 유지하다가 해약을 했다면 1년 동안의 해당 월의 위험보험료와 예정신계약비, 유지비, 수급비를 차감하고 나머지 보험료에 상품의 이자를 더해서 적립한 책임준비금을 받아야 한다. 그래도 가입자는 1년 동안에 내야 했던 타인의 위험보험료(타인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에 해당되는 해약자의 분담금에 대해)를 내고 예정사업비도 낸 것이 된다.

영리보험사가 보험소비자 울리는 것은 ‘예정신계약비’

안일규 : 해약을 둘러싼 보험사와 소비자의 문제는 어디서 발생하나?

김미숙 : 보험사는 1년 되는 시점에서 그때까지 내지 않은 사업비가 있다고 말한다. ‘예정신계약비’다. 예정신계약비는 유지기간 동안만 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보험기간 정해진 예정신계약비 총액을 내야 한다는 건데 예를 들어보자. 20세에 종신보험을 가입한 경우 죽는 시점을 100세로 예정한다면 보험기간은 80년이 된다. 80년간 내야 할 보험료 총액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내야 하는 기간을 10년이나 20년 혹은 30년으로 정할 수도 있다. 80년 간 내는 조건은 ‘전기납입’이라고 한다. 보험료 납입 기간을 20년으로 정한다고 하더라도 80년 간 낼 보험료 총액을 20년 내는 것으로 ‘화폐가치’를 동일하게 한 것이다. 월 보험료가 전기납입과 20년 납입이 다르다고 화폐가치가 다른 것은 아니다. 숫자만 달라진다. 80년 분할해서 내는 것과 20년 분할해서 내는 것은 20년 분할해서 내는 게 월 단위가 높다. 20년 동안 납입해야 할 보험료라 하더라도 실제는 80년간 납입해야 할 돈을 20년간 미리 내게 재계산 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 사람이 80년 동안 보험 계약을 유지하면 해당 월의 위험보험료도 80년, 예정신계약비도 80년, 예정유지비도 80년, 예정수금비도 80년을 내야 한다. 1년만 유지했으면 1년 치만 부담하면 된다. 80년 내야 할 보험료를 20년 내는 것으로 재계산한 것이라면 1년 보험료를 냈다고 하더라도 80년 중 1년이 아니라 4년 분 보험료를 낸 것이 된다. 
 
해약할 때 해약환급금이 적은 이유는 예정신계약비 총액 때문이다. 80년간 내야 할 예정신계약비 총액을 보험료 납입기간으로 재계산한 후 계약일로부터 7년간 앞당겨 낼 수 있도록 재계산한다. 80년 치 예정신계약비 총액은 영업보험료가 7년 동안 납입되면 다 내게 된다. 
 
모집종사자들이 예정신계약비는 7년만 받는다고 말하는 건 거짓이다. 예를 들어 80년 동안 받아야 할 예정신계약비 총액이 천만 원인데 천만 원의 예정신계약비를 내는 기간을 7년으로 다시 계산하였을 때 8백 40만 원이 된다고 하자. 가입자가 다달이 내는 영업보험료 중 10만 원은 예정신계약비를 차감하는 용도로 계산하는 것이다. 해약하는 가입자가 7년을 유지했다면 영리보험사가 정한 예정신계약비 총액을 모두 가겨가는 셈이 되지만 유지했으면 예정신계약비 총액 중 1년 치만 받고 6년은 받지 못한 셈이다. 
 
7년을 채우지 못한 기간에 해당되는 예정신계약비를 미상각신계약비라고 한다. 유지한 기간 동안 낸 예정신계약비는 신계약비상각비라고 한다. 보험사는 해약 시점 책임준비금에서 미상각신계약비를 빼고 나머지 차액을 해약환급금으로 가입자에게 지급하고 있다. 미상각신계약비를 왜 가입자가 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다. 유지기간 동안 내는 해당 월의 위험보험료와 예정신계약비, 예정유지비, 예정수금비를 내는 것만으로도 가입자의 손해는 크다. 그 크기가 얼마인지도 가입자에게 알리지 않는 것도 문제다. 보험기간만큼 무조건 내게 하는 예정신계약총액에 대한 건 보험 가입자의 재산 손실을 키우는 수단이 되어 왔다. 실제 사례를 예로 들어 보겠다. 가입자가 낸 영업보험료의 구성 비율은 예정신계약비 13.1%, 유지비 13.1%, 수금비 2.2%, 사망 시 1억 원의 보험금을 받는 조건으로 내야 할 해당 월의 위험보험료는 4.5%이다. 나머지 66.8%는 순 위험보험료이다. 순 위험보험료에 이 상품의 이자율을 더하면 책임준비금이다. 보험 가입자가 보험을 해약하면 이 책임준비금을 줘야 한다.
 

▲ 김미숙 보험소비자협회 대표(좌)와 안일규 프리랜서 인터뷰어(우)     ©안일규

그런데 보험사는 책임준비금을 안준다. 3년 정도 유지한 시점에서 해약을 한다면, 66.8%의 순 위험보험료에 이자를 더한 책임준비금에서 해약 시점 미상각신계약비를 빼고 지급한다. 가입자가 억울한 건 내가 3년 유지했으면 3년 치에 해당하는 신계약비만 내면 되는데 왜 유지하지도 않은 나머지 기간 동안의 사업비를 내느냐는 거다. 미상각신계약비를 포함하여 보험료 분해를 해보면 월 보험료 기준 13.1%의 월별 예정신계약비는 1,774.0%의 예정신계약비총액이 된다. 135배나 많은 금액이다. 유지한 기간만 내게 한 해당 월의 위험보험료와 예정유지비, 예정수금비의 비율은 같다. 해당 월의 예정신계약비가 아니라 보험기간 내야 할 예정신계약총액을 계산하면 예정사업비의 비율은 영업보험료 기준 28.7%라고 아니다. 1,789.6%로 예정사업비율 28.7% 기준 62배나 된다. 그런데 보험사가 공개하는 보험 통계에는 1,789.6%란 숫자는 나오지 않는다. 보험 계약 한 건으로 계산해보니까 이렇게 나오는데 공식적인 통계들은 전체 평균으로 계산하여 공개하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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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터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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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1/19 [19:03]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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