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째 ‘다산목민대상’ 시상을 준비하고 있다. 재작년에 처음 상을 제정하여 홍보를 시작했을 때, 다산연구소 이메일 독자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았다.
“다산연구소에서 참 힘든 일을 하십니다. 제 경험으로 지방자치단체에 무슨 상을 주기에는 시기상조인 듯합니다. 아직 지방자치행정 현실이 그런 수준이 안 됩니다. 자칫 다산선생님 이름에 먹칠을 할 수 있습니다. 다산연구소도 큰 낭패를 당할 수 있어요. 참으로 걱정됩니다.”
고마운 충고였다. 그러나 100% 무흠결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더 잘하자는 격려의 의미도 있는 건데, 수준이 될 때까지 기다릴 일이 아니지 않는가.
다산의 목민정신을 현양하기 위해
<한비자>에 이런 얘기가 있다. 중국 전국시대 송나라의 ‘자한(子罕)’이라는 자가 군주에게 말했다. “상 받는 것은 사람들이 좋아하니 군주께서 맡으십시오. 벌 받는 것은 사람들이 싫어하니 제가 맡겠습니다.” 그럴 듯하게 여긴 송나라의 군주는 형벌권을 그 신하에게 맡겼다가 낭패를 당하고 만다. 얘기의 결론은 상과 벌 모두 중요하다는 것이었지만, 상이란 게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 모두에게 기분 좋은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상은 즐거운 것일 뿐 아니라 효과적인 것이다. ‘다산학술문화재단’에서 주는 ‘다산학술상’이 있다. 다산학 및 관련 연구 분야의 발전에 기여한 학자(또는 단체)에 수여하는데, 최근 10회째 학술대상은 ‘연세대 국학연구원’이 수상했다. 그간 훌륭한 학자들에게 수여하여 학계에서 제법 좋은 평판을 얻고 있다. 학자로서의 다산 정신을 현양하고 다산 연구도 진작시키고 있음이 분명하다.
다산의 목민정신을 현대적으로 구현하는 자치단체장을 잘 골라 상을 주는 것만큼 다산의 목민정신을 현양하는 게 또 무엇이 있을까. 그래서 재작년에 다산연구소도 내일신문과 협력하고 농협의 지원을 얻어 다산목민상을 제정했다. 지방자치가 민주주의의 기초로서 내실화하는 데 기여하는 것도 다산의 목민정신을 현양하는 것일 것이다.
당초 기획에는 단체‘장’을 대상으로 시상하려 했다. 그런데 오늘날 단체장은 선거를 통해 주민의 평가를 받는지라 달리 상을 주어 평가한다는 것이 적절치 않은 면이 있었다. 결국 시상대상을 ‘단체’로 하되, 광역을 제외한 기초자치단체로 하기로 했다.
제1회 다산목민상 후보를 찾는다는 홍보가 처음 나가자, 같은 내용의 문의전화가 줄을 이었다. 참가비나 홍보비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땐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 부상으로 상금도 주는데, 참가비는 무슨?
나중에 알고 보니, 각 지방자치단체는 여러 가지 상들을 받고 있었고 그 가운데 ‘돈 주고 받는 상’이 있었다. 바로 현대판 선정비요 송덕비인가? 가렴주구에 여념이 없는 탐관오리가 백성의 고혈을 더욱 쥐어짜 자신의 선정을 기리는 비를 세운 가증스러운 역사가 오늘날도 엄연히 벌어지고 있었다니. 언론사의 횡포인 경우도 있었다. 상을 주고 나서 홍보비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것이다.
다른 상은 몰라도 다산 선생 이름의 상이라면
나는 제1회와 제2회의 실사에 참여한 바가 있다. 서류심사를 통과한 아홉 곳에 대해서 조용히 현장에 찾아가 살피는 일이다. 서류심사가 자신들이 제출한 공적사항에 의거하였으므로, 실사는 사실을 확인하고 대립적이거나 비판적인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청취한다. 포장의 마술이 드러나기도 하고 공적사항으로 내세운 것이 실은 문제덩어리임을 알게 되기도 한다.
만난 사람 가운데 혹자는 말한다. “다른 상은 몰라도 다산 정약용 선생의 이름이 들어간 상을 주는 것은 좀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실제로 실사를 마치고 나면, 과연 다산의 이름을 붙인 상을 받을 만한 데가 있나 난감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제1회 때는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지지 못해 ‘대상’을 주지 못하고 대신 그 다음 상인 ‘본상’을 네 곳 시상했다. 제2회는 심사위원회에서 실사보고서, 시민단체의견조사서, 행안부 자료를 종합검토한 후, 대상 한 곳과 본상 두 곳의 어려운 결정을 마친 상태이다. 대통령과 행안부장관 표창에 필요한 절차와 시상식만 남아 있다.
100점인 데가 어디 있겠나? 부족한 점도 있지만 잘한 점을 장려하여 상을 주는 것이고, 그래도 다른 곳보다 나은 점에서 상을 주는 것이지. 나는 이번에 상을 받는 지방자치단체들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하면서, 기대해본다. 수상 단체가 수상의 영예를 지켜주기를, 그래서 다산목민상의 권위도 높아지기를, 나아가 지방자치문화의 수준향상에 기여하기를. 그러면서도 마음 한쪽에 슬그머니 드는 생각은 어쩔 수 없다. ‘상 받은 단체가 불미스런 일로 거명되는 일은 제발 없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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