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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 콩깍지 사랑의 롤러코스터

박종국에세이/단소리쓴소리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0. 2. 25.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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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 콩깍지 사랑의 롤러코스터

 

박종국

 

부부는 좋을 때는 이 세상에 하나뿐인 인생의 동반자로 살갑게 생각하다가도 좋지 않을 때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원수지간이다. 그래서 부부관계는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 타기에 비유된다. 그 이유는 우리의 감정을 좌지우지하는 호르몬에 있다. 때문에 이 호르몬만 잘 조절하면 안정적인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보통 에스트로겐(estrogen)과 테스토스테런(testosterone)은 여성과 남성의 대표적인 호르몬으로 잘 알려져 있으나, 프로게스테론이나 옥시토신, 도파민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들 호르몬과 신경화합물질은 뇌의 메신저 역할을 한다. 인간의 뇌는 부부관계 뿐만 아니라 성생활, 더 나아가서는 사람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 크게 영향을 주는 기능을 맡고 있다. 때문에 부부관계에서 호르몬의 작용을 잘 알기만 하면 어쭙잖은 부부싸움으로 부부상담소를 찾아가는 일은 드물 것이다.

 

남녀가 사랑에 빠질 때 뇌의 도파민 성분이 행복감을 도취하게 만들어 준다. 뿐만 아니라 두려움에 반응하는 뇌의 기능을 잠시 사라지게 해 준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콩깍지’ 현상의 원인이다. 한마디로 사랑에 빠진 사람은 뇌의 기능이 부분적으로 마비된 상태라는 뜻이다. 그러나 사랑이 시작되고 6개월이 지난 후 우리의 뇌는 도파민의 영향이 떨어지게 되어 새로운 신호를 보내기 시작하는데, 이때 뇌는 도파민 대신에 옥시토신을 분비한다. 이것은 남녀가 좀 더 오랜 관계를 유지하도록 서로의 결속을 돕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옥시토신은 출산 때 자궁수축과 관계되기 때문에 ‘자궁 수축 호르몬’이라고도 불린다. 옥시토신이 분비되면 남녀가 서로 껴안고 싶은 충동이나 성욕을 느끼게 되고, 산모에게는 아기에 대한 모성본능이 일어난다. 옥시토신은 서로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긍정적 관계 패턴을 형성함으로써 상대에 대한 신뢰, 유대, 배려와 함께 해왔던 긍정적인 경험들로 나타난다.

 

퇴근하고 돌아오는 남편을 향해 미소로 반갑게 맞아주며, “수고했어요. 사랑해요” 따뜻한 말을 한다거나, 맛깔스런 음식을 준비한 아내에게 고마움과 음식에 대한 칭찬을 표현하는 것은 옥시토신이 매우 풍족하게 넘치게 된 결과다. 아기와의 유대관계가 깊어지고, 육아에 모든 에너지를 쏟게 되는 것도 만찬가지다.

 

또한 옥시토신 호르몬은 긍정적 말과 행동을 유발하는 사랑의 호르몬이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발견했을 때 뇌에서 분비되는 옥시토신 호르몬이 부부싸움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증명됐다(이 연구 결과는 ‘생물학적 정신의학(Biological Psychiatry)’ 최신호에 발표됐으며, 미국 온라인 과학뉴스 사이언스데일리 등이 보도).

 

스위스 취리히대학의 베아테 디첸 박사 팀은 부부싸움에 이 호르몬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했다. 연구 팀은 20~50세 커플 47쌍에게 갈등적인 주제를 놓고 서로 논쟁을 벌이도록 시켰다. 논쟁 전에 절반에게는 옥시토신 호르몬 분무약을 코에 뿌려 줬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가짜 약을 뿌려 줬다. 논쟁 과정은 비디오로 촬영돼 판독됐다.

 

그 결과 옥시토신을 흡입한 커플들은 논쟁을 하면서 상대방의 말을 끊고 비판하며 헐뜯는 등의 부정적인 행동이 적었다. 반면 서로의 말을 경청하고 확인하며 때때로 미소를 띠는 등의 친교적인 몸짓의 시간은 상대적으로 더 길었다. 결국 옥시토신의 영향 덕택에 긍정적 행동과 몸짓이 늘어나면서 어차피 ‘칼로 물 베기’인 부부싸움이 더욱 빨리 흐지부지 끝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논쟁 시간 중 수시로 실험 참여자의 침을 채취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수치를 측정했는데, 옥시토신을 맞은 그룹에서는 코티솔 수치도 확실히 낮았다. 디첸 박사는 “신경학적 작용으로 옥시토신이 커플의 행동과 스트레스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했다”며 “옥시토신은 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만들어주며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런데 옥시토신은 의약품이기 때문에 처방 없이는 구입할 수 없다. 가톨릭 의대 강남성모병원 김경수 교수는 “체내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만큼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옥시토신 생성을 늘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옥시토신을 늘리는 방법으로는 마사지를 받거나, 개 머리 토닥거려 주기, 친구와 식사하기 등이 추천된다. 또는 요가, 복식호흡처럼 몸을 움직임으로써 마음까지 조절하는 ‘감각운동’을 해도 분비를 촉진시킬 수 있다.

 

부부싸움이 일어날 것 같으면 복식호흡을 한다거나, 아니면 잠시 자리를 피해 애완견과의 다정한 시간을 가짐으로써 옥시토신 분비를 활성화시키고, 그래서 자극적인 말을 덜 하고 자연스런 미소를 건넴으로써 부부싸움을 방지할 수 있다니 시도해 볼만 하다.

 

어느 날 50대 중년부부가 법무사를 찾아왔다. 두 사람은 30여년을 함께 살아온 부부였는데 이혼하려고 온 것이다. 그런데 이혼하려는 사유가 정작 현재 일어난 일 때문에 싸웠는데, 지금의 사안은 내팽개쳐놓고 지나온 과거를 들먹이며 계속 발목을 잡으며 부부가 논쟁을 벌이는데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미 지나온 과거는 지금의 논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재역할이 따로 없다. 부부가 지금 싸우는 논쟁의 사안만 풀면 이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남편의 이야기, 아내의 이야기를 다 들어보면 논쟁의 극단을 객관적으로 짚어서 해결방안이 나온다.

 

옥시토신의 효능을 무작정 믿을 게 못 된다. 화가 나면 자연 언성이 높아지고, 상대방이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하게 되고, 욕지걸이를 하고, 마침내 물리력을 행사하고 나면 못 산다고 동네방네 애고 팬다.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렸으니까 막장을 뜨는 것이다.

 

부부싸움을 할 때는 반드시 지금의 논쟁만 가지고 싸워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고 해묵은 감정을 현재의 싸움에 섞으면 작은 싸움이 큰 싸움이 되어 결국 평생 서로에게 상처는 흔적을 남겨야 한다. (2010.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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