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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가 나라의 정치수준을 결정한다

박종국에세이/단소리쓴소리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0. 3. 2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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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가 나라의 정치수준을 결정한다
  글쓴이 : 김영래     날짜 : 2007-12-17 09:18    

17대 대선이 오는 수요일에 실시된다.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년 이상 혼신을 다하여 선거운동을 해온 후보자, 그리고 선거운동원들은 남은 기간 한 표라도 더 얻으려고 안간힘을 다할 것이다. 남은 시간은 일각이 여삼추일 것이다. 지금도 자신만이 대한민국을 이끌 유일한 지도자라고 주장하면서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고 있는 후보자의 외침이 귓전에 울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후보자나 정당의 외침과는 달리 유권자들의 호응은 과거 대선과 같지 않다. 최근 중앙선관위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역대 대선 중 투표 참여율이 가장 저조할 것이라고 한다. 2002년 대선 투표율 70.8%보다 훨씬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그뿐 아니다. 아직도 지지할 후보자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무려 15-20%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선거 종반에 가면 부동층은 한자리 수로 좁혀지는 것이 역대 선거시 추세였는데, 이번 선거는 부동층이 역시 과거 선거보다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감동을 주는 후보 없어, ‘차악’의 후보라도?

심지어 일부 유권자들은 역대 대선 사상 최대인 10명의 대통령 후보자가 나왔지만(14일 현재 심대평, 이수성 후부는 사퇴), 이들의 리더십, 도덕성, 인물 됨됨이를 열심히 챙겨보아도 세계화 시대에 'Dynamic Korea'를 이끌만한 감동을 주는 후보자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최악’의 후보는 택할 수 없어 ‘차악’의 후보라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자조석인 소리를 하는 유권자도 적지 않다. 이런 말을 하면 후보자나 정당은 섭섭하게 생각하겠지만 이것이 민초들의 여론이 아닌가 생각된다.

유권자들은 민주화 이후 20년간 꾸준히 진행된 민주정치발전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각 정당의 경선과정, 정치권의 무원칙한 이합집산, 끊임없이 전개되는 네거티브 선거운동 과정, 그리고 국가 발전을 위한 정책 토론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에 대하여 유권자들은 대단히 실망하고 있다.

선거는 민주국가에서 축제가 되어야 하고 또한 국민은 선거에서 후보자와 정당들이 내놓은 정책과 공약을 통하여 한국사회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갖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경선과정 초기부터 각 후보자들은 정책을 가지고 경쟁하기보다는 네거티브 캠페인에 의존함으로써 유권자들이 기대했던 정책선거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유권자들 실망, 후퇴하는 민주정치

대선은 국가원수이며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이기 때문에 후보자의 인물 됨됨이는 물론 후보자와 소속 정당이 내세우는 공약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된다. 선거운동 시 발표하는 공약은 당선 후 국가정책의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보자들은 정책보다는 합종연횡의 정치공학 또는 네거티브 캠페인에 주력하고 있다.

후보자와 정당들은 말로만 유권자들을 주인이라고 하고 있지 실제로는 주인을 무시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 선거는 유권자가 선거라는 시장에서 후보자와 정책이라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인데, 제대로 된 정책의 제시 없이 나를 선택만 하면 잘 살 수 있으니 지지해달라는 백지위임식의 정책을 제시하여 정책경쟁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6년 5월31일 실시된 지방선거에서부터 정책선거를 위한 매니페스토(Manifesto)가 처음으로 도입되었다. 때문에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에서 각 정당과 후보자들은 국가 미래에 대한 비전과 정책을 제시, 이를 통해 경쟁하는 선진화된 민주정치의 모습을 보여 주기를 기대했다. 지연·혈연·학연, 그리고 금권에 의한 선거가 아니고 국가 비전과 발전계획에 구체적인 예산 수치까지 제시된 참 공약으로 경쟁하는 선거가 되기를 요망하였으나, 그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특히 대선 후보들은 지난 6일 정치·외교 분야를, 11일에는 사회·교육 분야 등에 대한 TV토론을 하였지만 토론 주제와 맞지 않은 네거티브 공방만 전개되어 유권자들을 실망시켰다.

그러나 이런 실망스러운 선거과정 중에서도 뒤늦게나마 주요 정당이 대선을 위한 정책 공약집을 발간, 유권자들에게 배포하게 된 것은 귀중한 수확이다. 지난 2007년 1월3일 선거법 개정으로 정당은 자당의 정책과 선거에 있어서 공약을 게재한 정책 공약집을 도서의 형태로 발간할 수 있으며, 이는 통상적인 방법으로 판매할 수 있다(선거법 제138조 2항). 그리나 정책 공약집은 무료로 배부할 수는 없다.

매니페스토 공약집 살피기를

12월 초부터 주요 정당들은 정책 공약집을 당사, 선거사무소, 유세장, 그리고 일부 서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즉 한나라당은 지난 7일 「일류국가, 희망공동체 대한민국」(출판사: 북마크) 이란 이름하에 공약집을 책자로 발간했다. 이 공약집에는 한나라당의 3대 비전, 10대 희망, 43대 과제, 92개 약속이 들어 있다.

대통합민주신당도 지난 2일 「한반도 평화경제공동체구상」, 그리고 지난 7일에는 「미연아 ,행복하니」(출판사: 새로운 사람들) 라는 이름하에 매니페스토 공약집을 발간, 판매하고 있다. 특히 대통합민주신당에는 중앙선대위 산하에 매니페스토정책본부까지 설치하여 매니페스토에 의한 정책공약을 개발하였다. 민주노동당, 민주당, 창조한국당도 각각 정책공약집을 발간하였다.

이런 공약집이 발간된 것은 한국선거사상 처음이다. 정책 공약집이 발간되었다는 사실 자체는 선거문화 변화에 있어 중요한 것이다. 더구나 비록 만족할만한 형태는 아니지만 공약의 추진기간, 재원조달계획까지 명기한 것은 커다란 진전이다. 선거에서 매니페스토를 처음으로 시작한 영국에서는 선거 시 매니페스토가 발간, 판매되면 증권시장에 주가가 출렁거린다고 한다. 선거에서 승리한 집권당의 경제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이 매니페스토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19일 주요 정당의 후보자와 선대위원장들은 정책선거를 하겠다고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핸드 프린팅까지 했다. 이는 발표한 공약도 지키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유권자는 비록 실망스러운 선거과정이기는 하지만 비전과 정책을 담은 매니페스토 공약집을 꼼꼼하게 따져 현명하게 지도자를 선택,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민주시민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 그나마 후퇴하고 있는 민주정치를 살리는 길이다.

선거에서 최종 책임은 결국 유권자의 몫이다. 새삼 “유권자의 수준이 한 나라의 정치 수준을 결정한다”는 토마스 만의 경구가 되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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