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마저 수입해서 먹을 판이다
[김영호 칼럼] 식량안보가 국방안보 못지않게 중요한다는 사실 깨달아야
김영호
기상이변 탓인지 지난 여름 폭우가 지겹게 내렸다. 6월1일~8월 16일 사이 77일 동안에만 48일이나 비가 왔다. 거의 사흘에 이틀 꼴이다. 1908년 기상관축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집중호우가 쏟아져 서울 도심 곳곳에서 물난리가 나고 산사태가 일어났다. 이 판이니 농산물의 침수피해도 막심하지만 일조시간 부족에 따른 피해 또한 극심하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문제는 농지축소에 따라 생산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주곡인 쌀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흉작이 예상되어 자급자족을 위협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쌀 수확량이 429만5,000t에 불과했다. 이것은 1980년 이후 가장 적은 물량이다. 그럼에도 쌀값이 하락세를 나타냈다. 재고미가 남아돌았기 때문이다. 작년 8월 쌀 재고량이 150만9,000t으로 1994년 이래 가장 많았다. 이것은 적정 재고량 72만t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규모였다. 그 까닭에 많은 국민들이 30년만에 대흉년을 모르며 쌀을 싸게 사먹었다. 올해도 흉년이 들어 10월께 재고미가 88만t에 이를 것같다. 여기에 MMA(최소시장접근)에 의한 수입쌀을 합하면 쌀 파동은 없겠지만 햅쌀이 모자라 값이 크게 뛸 것같다.
농촌경제연구원이 2011년산 논벼 단위당 수확량을 추정한 결과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올해 전체 생산량은 작년보다 1.2~4.0% 감소한 412만4,000~424만4,000t에 이를 전망이다. 벼 재배면적이 85만4,000ha로 작년보다 4.3% 감소한 때문이다. 이 추정대로라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대흉년을 맞는다. 이것은 10년전인 2001년의 551만5,000t보다 127만1,000t~139만1,000t 감소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 1~10월 구입하는 2011년산 쌀의무수입량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상이변으로 국제식량파동이 구조화하고 있는데도 이명박 정권의 식량정책은 상황인식조차 결여되어 있다. 지난해 대흉작에도 불구하고 관세화를 통한 쌀시장 완전개방을 추진해 온 것이다.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에 따라 2014년까지 쌀시장 개방을 유예하는 대신 매년 MMA에 따라 일정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고 있다. 매년 2만t씩 늘려 2014년에는 국내소비물량의 7.96%인 40만8,700t을 수입한다. 그런데 국제식량파동에 따라 국내외 가격차이가 줄자 관세를 200% 이상 물려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는 방침을 세웠다. 농민단체들이 반대하여 주춤하는 사이 폭우가 쏟아져 올해도 흉년이 들 전망이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지구촌이 기상이변을 겪으면서 세계적 식량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3년전의 곡물파동이 언제든지 재연될 상황이다. 여기에다 인구대국인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육류소비 증가에 따라 사료용 곡물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환경오염, 물 부족도 큰 원인이다. 또 사막화-산업화-도시화에 따른 농지잠식 또한 심각하다. 이농현상이 겹쳐 노동력이 줄고 있다. 식물연료(biofuel)도 곡물파동의 한 원인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이명박 정권은 농지감축을 무분별하게 단행하고 있다. 2000년 188만9,000㏊에 달했던 농지가 2009년 173만7,000㏊로 8%, 15만2,000㏊가 감소했다. 10년 동안 여의도 면적의 500배가 넘는 농지가 사라진 셈이다. 지난해도 농업 이외의 용도로 전용한 농지면적이 1만8,732ha나 된다. 전체 농지면적이 171만5000ha로 줄어든 것이다. 올해도 4대강의 하천부지 농지를 없애고 있다. 또 친수구역개발특별법에 따라 4대강 주변농지도 대규모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또 농지법을 뜯어고쳐 평균 경사율이 15% 이상인 한계농지의 비농민 소유를 허용했다.
모순되게도 농지감축과 식량증산을 동시에 추진한다고 한다. 현재 25%선에 불과한 곡물자급률을 2015년 30%, 2020년 32%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또 안정적 식량확보책으로 해외개발을 추진한다고 한다. 평시에는 해외개발이 물량확보를 위한 정책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위기상황에서는 사정이 달라진다. 2008년 식량위기 당시 20여개 식량수입국에서 민중폭동이 일어났고 주요 식량수출국이 수출금지, 수출제한, 수출관세를 통해 수출을 통제했다. 수출국이 외국자본의 생산물에 대해 수출통제를 실시하면 해외개발은 허사이다.
한국은 쌀만이 자급하고 있다. 농민들이 경찰의 곤봉세례를 받아가면서 시장개방을 반대하지 않았다면 2008년 식량위기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식량빈국이 식량위기가 현실화하고 있으나 위기의식도 못 느끼고 농지감축을 단행하고 있다. 식량안보가 국방안보 못지않게 중요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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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9/06 [09:26] 최종편집: ⓒ 대자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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