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작가선언(의견광고)
이름이 아닌 숫자로만 기억되는 삶과 죽음이 있습니다.
22번째, 23번째 희생자. 이렇게 호명되는 이름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자라는 붉은 낙인이 찍힌 사람들, 번듯한 취직도 복직도 안 되는 사람들, 혹은 일가족 몰살의 참화를 겪고 혼자만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나 생긴다는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진통하는 사람들.
차라리 감옥이라면 그들은 견뎠을 것입니다.
자신도 자신을 어찌해볼 수 없어 누군가는 연탄가스를 피우고, 누군가는 긴 계단을 걸어 올라가 23층 옥상에서 낙하하며, 누군가는 자신의 강제퇴직 때문에 우울증으로 자결한 아내를 뒤따라, 인간사의 지독한 노역과 인연을 마감한 사람들.
스트레스로 인한 심근경색으로 불귀의 객이 된 이들은 또 몇입니까?
각자 고유한 제 이름과 제 삶과, 제 일을 갖고 있던 스물세 명은 살려고 태어난 사람들이었습니다.
혹자는 이들의 마지막 선택을 개인의 마음가짐과 결단의 문제일 뿐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혹자는 자본의 생산성과 회사 정상화의 장애물이라고 노골적으로 비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분명히 이 사태의 내면과 진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 체제는 몸뚱이 밖에 없는 사람들을 일방적으로 희생시켜 놓고 전과자로 둔갑시키는데 한없이 능숙해졌다는 것을.
이 체제는 물고기의 살을 발라 먹고 뼈와 머리만 물속에 놓아주면서 희망 속으로 헤엄쳐가라는 절망장사꾼이 주인인 세상이라는 것을.
우리는 또렷이 확인하고 있습니다.
해고는 단순히 노사간 대립의 산물이 아닌, 생존의 박탈이자 인간존엄을 한없이 추락시키는 악행임을.
이렇게 사람이 죽어가게 하는 것이 죄가 아니면 무엇이 죄일까요?
거리 곳곳에는 공장에 남은 노동자들이 만든 자동차가 달립니다.
회사는 차바퀴처럼 순탄하게 잘 굴러갑니다. 그러나 이들은 저 차를 만질 수도 탈 수도 없습니다. 그들의 생존 바퀴에는 브레이크만이 걸려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들이 겪은 트라우마가 그대로 전이돼 잘 웃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상처의 연좌제라는 본디 없는 슬픔을 저 죄 없는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 문화예술인은 그들의 아픔을 먼저 헤아리는 마음만은 놓지 않았습니다.
용산참사 현장, 비정규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옹호하는 투쟁, 희망버스로 상징되는 시대적 분루의 현장을 찾아 미력한 힘을 보탰고 부끄럽지 않게 시대의 정면을 응시하고자 애썼습니다.
제도정치의 변화나 퇴행과는 무관하게 문화예술들의 감성과 이성이 가야할 곳은 또렷합니다.
우리는 저 고립된 소수자와 약자들을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
누군가의 일방적 희생으로 소수를 살찌우는 어떤 체제와 이론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부디 이러한 우리들의 양심과 노래가 헛되지 않는 세상이기를 간절히.
각각의 장르에서 따뜻한 연대의 마음을 화력으로 삼아 저 죽음과 삶을 위로할 것입니다.
인간의 존엄한 죽음을 방치하는 자본이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없는 세상을 만들 것이며, 그들의 일방적 희망을 좌절시킬 것입니다.
징하디 징한 3년 세월입니다.
문화예술인들의 따뜻한 연대를 간절히 호소합니다.
우리는 먼저 간 희생자들과 삶이 감옥인 모든 민중들에게 서늘하고도 뜨거운 불망가를 지어 바치겠습니다.
(함께 해주시기를 호소합니다)
*특히 지지선언 의견광고에 함께해주시면 좋겠습니다.
1) 문화예술인 지지선언을 위한 선언인 명단 취합 및 개인 선언참가 요청
- 마감 : 4월 18일(수) 오전 12시까지
- 발표 및 형식 : 4월 19일, 신문 지면을 통해 의견광고 형태로 게재. 개인 연명 방식(꼭 필요할 시 단체명 게재 가능)
- 이름, 장르표기, 추모기금 1만원 납부, 장르별, 단체별, 모임별로 취합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접수 메일 : minjak1118@hanmail.net
■ 지지선언 의견광고 계좌 : 우리은행 1005-102-024781 (사)한국작가회의
2) 기자회견 참석
- 일시 : 2012년 4월 16일(월) 11시, 대한문 분향소 앞
- 기자회견 후 문화예술인 간담회가 있습니다.(12시, 인근 장소)
3) 1일 시민 상주단 신청 및 참석
- 형식 : 1일 상주단, 릴레이로 49재 때인 5월 18일까지 진행. 하루 중 가능한 시간으로 결합도 가능. 개인별, 단체별로 가능.
- 날짜와 성함, 하시는 일, 가능한 결합시간대(예 : 종일, 오전, 오후, 오전 00시부터 00시 등) 적어 접수.
■ 문의
한국작가회의 02-313-1486/신유아(문화연대) 010-9270-0830
전미영(민예총) 010-2996-7742/양기환(문화다양성포럼) 011-307-3595
송경동(시인) 010-8278-3097/ 문동만(시인)010-9489-2879
121-070 서울시 마포구 용강동 50-1번지 3층 304호
(02)313-1486~7, minjak1118@hanmail.net
http://www.hanjak.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