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를 사랑하세요
박 종 국
어떤 사람이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그는 새로 마련한 정원에다 흙을 가져다 붓고 자신이 좋아하는 온갖 아름다운 씨앗들을 심었다. 그런데 얼마 후 정원에는 그가 좋아하는 꽃들만이 아니라 수많은 민들레가 피어났다.
민들레는 아무리 뽑아도 어디선가 씨앗이 날아와 또 피어났다. 민들레를 없애기 위해 모든 방법을 써 봤지만, 그는 결국 성공할 수 없었다. 노란 민들레는 다시 또 다시 피어났다. 마침내 그는 정원 가꾸기 협회에 전화를 걸어 물었다.
“어떻게 하면 내 정원에서 민들레를 없애겠습니까?”
정원 가꾸기 협회에서는 그에게 민들레를 제거하는 몇 가지 방법을 알려 주었다. 하지만 그 방법들은 이미 그가 다 시도해 본 일들이었다. 그러자 정원 가꾸기 협회에서는 그에게 마지막 한 가지 방법을 일러 주었다.
그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그렇다면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세요!”
그렇다. 우리가 함부로 대하는 잡초, 그들은 아무리 짓밟히고 차이고, 무작정 뽑히거나 베이더라도 그 자리를 박차고 떠나지 않는다. 단지 하찮은 잡초지만 나름대로의 존재의미를 당당히 지킨다.
흔히 우리는 밟히고, 뽑히고, 베이면서도 다시 자라나는 잡초를 보고 ‘강하다’고 부추긴다. 과연 그럴까? 뜻밖에도 잡초는 결코 억센 식물이 아니다. 억세기는커녕 오히려 연약한 풀이다. 약한 그들이 굳세게 사는 비결은 놀랍게도 견디기 힘든 환경에 견뎌내는 일이다. 온갖 곤란한 일이 잇달아도 잡초는 뿌리 내린 그곳을 물러서지 않는다. 그게 잡초의 생존 전략이자 삶의 ‘키워드’다.
그런데 우리 삶의 모습은 어떤가? 조그만 일, 너무나 사소한 일에 쉽게 얼굴 붉히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지고, 볶고, 시기하며, 질투한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기보다 남을 헐뜯는 데 더 신경을 쓴다. 자기에로 향한 욕심이 많은 탓이다. 자기만을 챙기려는 욕망의 눈을 더 크게 뜬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자기 목소리만 아름답다고 우겨대는 앵무새 놀음에 지나지 않는다. 묵묵한 사랑은 꽃밭 가득한 민들레를 꺼려하지 않는다.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상대방을 흔케히 품어주어야한다. 한데도 사소한 말투 하나로 상대를 힘들게 한다면 미덥지 못하다. 특히 말을 함부로 하지 않아야한다. 거친 말은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화나게 하며, 힘들게 한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자 이성의 동물인 만큼 두 경계를 넘나드는 간극에는 늘 상충되는 지점을 갖는다. 사랑한다면 상대방의 반응과 감정을 함께 나누고, 나의 의견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도록 배려해야한다.
참 좋은 사랑은 남의 헤아림을 받기보다 자기 의지로 만들어간다. 당신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느냐고 다짐받아야만 사랑이 아니다. 건강한 사랑은 자신의 의지로 복잡다단한 삶을 경영할 때 가능하다. 그렇잖으면 논밭에 잡초를 뽑아내듯 허망스럽게 자취를 감춰야한다. 항상 보호받고 인정받으려고 애쓰는 사랑은 애달다.
잡초의 생존전략 중에서 바랭이와 민들레는 본받을 만하다. 바랭이의 생존 비밀은 튼튼한 마디에 두었고, 민들레의 생존 전략은 홀씨에 담았다. 그들이 숱한 역경 속에서도 오뚝이처럼 버티고 사는 힘은 거친 현실적 고난을 무던하게 받아들인 결과다. 얼마나 치열하고 아름다운 사랑법인가. 우리가 세상사는 방편도 이와 같아야 한다. 조금 마음이 아프다고 해서 쉬 물러서고 머리 싸매가며 열 올리는 사랑이라면 차라리 아니함만 못하다.
그렇기에 올바른 사랑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내가 살아가면서 계속 성장하고 변화되고 많은 일을 새롭게 시도해 보아야한다. 자신의 기준에 따라 나의 자아정체성을 높이고, 삶에 대한 나의 상식과 실용적이고 안정적인 접근방식을 갖춰야한다. 뿐만 아니라 나의 창조성과 호기심, 독창성도 인정해야 한다. 내가 상대방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말해주고, 내가 느끼는 감정을 상대방에게 나누기 전에 먼저 개인적인 생각을 따로 정리해야한다.
너무 쉽게 고백하고, 너무 쉽게 변하고, 너무 빨리 끝나는 요즘 사랑은 인내가 필요하다. 또한 무조건 소유하여 과시하려 들고, 조금도 양보하지 않으려는 요즘 사랑은 서로를 인정함이 필요하다. 서서히 녹아들어 온전히 하나가 되어야한다.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그것을 해결하려는 정직한 태도와 솔직한 감정을 보여야한다. 보다 자신의 전문성을 키우고 새로운 것들에 도전해 보려는 나의 의지를 가져야한다. 그게 눅진한 민들레 사랑법이다.
/박종국에세이칼럼 2015년 283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