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로 고관의 지위를 유지해서야
우리나라의 오늘은 거짓말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다 알고 있는 일이지만 ‘모른다’라고 말해야 하고, 잘 알고 지내던 사람도 사건이 터지면 전혀 모르는 사람이고 만난 적도 없으며 전화 한 통화 한적 없었노라고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해야만 고관대작의 지위가 유지됩니다. 심지어는 국가의 원수(元首)이고 최고의 통치자조차도 ‘천벌(天罰)’이라는 극단적인 용어를 사용하면서 사실이 아니라고 확신에 찬 답변을 내놓기가 일쑤였습니다. ‘천벌’이라는 가장 혹독한 처벌을 내세우며, 그것이 사실이라면 ‘천벌’을 면할 수 없다면서 사실을 사실이 아니라고 강변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두 아들에게 주는 경계의 편지에서 “다음으로는 말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체적으로 모두 완전하더라도 구멍 하나가 새면 이것은 바로 깨진 옹기그릇일 뿐이요, 백 마디가 모두 신뢰할 만하더라도 한마디의 거짓이 있다면 이것은 바로 도깨비장난에 지나지 않는 것이니, 너희는 아주 조심해야 한다”(再此口業 不可不愼 全體皆完 一孔偶滲 猶是破甕 百言皆信 一語偶謊 猶是鬼徒 汝等切戒之:「又示二子家誡」)라는 잠언을 남겼습니다.
아들에게 경계해준 다산의 말씀을 음미해보면 깊은 의미가 담겨있음을 금방 알게 됩니다. 인간의 삶에서 믿음이란 것처럼 중요한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믿을 신(信)’이라는 글자는 바로 사람의 말을 글자로 삼아, 사람의 말이야말로 믿을 수 없을 때는 아무런 의미도 없고 효용도 없음을 가르쳐줍니다. 믿음을 주는 것만이 인간의 말이기 때문에 사람의 말은 믿음을 전제로 해서만 그 가치가 있음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을 해서 믿음을 주지 못하고 거짓말로 판명이 되면 인간의 관계는 파탄이 나고 인간의 삶은 영위될 수 없게 되어버린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다산은 그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모든 말이 다 옳고 바르며 또 믿을 수 있더라도 어쩌다가 한마디라도 진실이 아닌 것을 말했다면, 마치 항아리에 한 점의 구멍으로 전체가 무용지물이 되듯이, 말하는 전체가 도깨비짓이 되어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의 세상을 보면 참으로 개탄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국가의 원수이고 최고 통치자인 대통령부터 권력의 핵심에 있던 고관대작이라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거짓의 증거가 드러나도 빠지거나 도망갈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이르기까지는 끝까지 ‘모른다’, ‘알지 못하는 사이이다’, ‘만난 적이 없다’, ‘전화 한 통화 한적 없다’라고 입만 열면 거짓말만 되뇌고 있으니 이런 거짓말 천국이 다른 어느 나라에서 또 볼 수 있을까요.
일부 국민을 속일 수는 있습니다. 모든 국민도 잠깐은 속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국민을 오랫동안 속일 수는 절대로 없습니다. 그러한 엄연한 진리가 있는데도 눈 한 번 깜짝하지도,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계속해서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려는 사람들의 가슴속에 양심은 살아있는 것일까요. 후안무치한 거짓말쟁이들 때문에 국민들의 가슴앓이만 계속되고 있으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박석무 드림
글쓴이 / 박석무
·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 실학박물관 석좌교수
· 전 성균관대 석좌교수
· 고산서원 원장
· 저서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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