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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들이 나라의 근본이다

세상사는얘기/다산함께읽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6. 12. 2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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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들이 나라의 근본이다”
 
    다산 정약용이 얼마나 뛰어난 지혜를 지닌 사람이었던가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 명확하게 알게 됩니다. 다산은 유학(儒學)의 민본(民本)사상에 확고한 신념을 지녔던 선비로서 공자나 맹자의 지혜는 철저히 받아들여 자신의 지혜로 삼았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고대의 지혜를 현실에 맞는 지혜로 재해석하여 나라의 근본이 백성들이라는 『서경(書經)』의 참뜻을 구체적으로 밝혀냈습니다. “백성들이 나라의 근본이다.(民唯邦本)”라는 『서경』의 논리인 백성〔民〕을 다산은 민중(民衆)으로 다시 풀어쓰면서 “제후들 모두가 함께 추대한 사람이 천자(天子)가 되는데 천자라는 사람은 민중들이 추대하여 만들어진다”(諸侯之所共推者 爲天子 天子者 衆推之而成者也:『湯論』)라고 말하여 천자도 백성들이 추대하여 지위가 만들어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헌법 제1조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했을 때, 천자의 지위도 모든 국민들이 추대하여 만들어지고, 그래서 천자로서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다산은 200년 전에 벌써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지혜를 지녔다고 보여집니다. 다산의 지혜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추대하여야 천자가 되지만 민중들이 추대해주지 않으면 바로 천자의 지위에서 내려와야 함을 강조합니다. “무릇 민중이 추대하여 만들어진 지위는 또한 민중들이 추대해주지 않으면 지위가 유지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요, 땅에서 솟아나는 것도 아닌 것이 천자라면서 백성들의 힘에 의하여 천자가 되고, 백성들의 힘에 의하여 천자의 지위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는 것이 천자라는 생각, 그게 바로 오늘의 민주주의라는 만고불변의 큰 진리입니다.


    다산은 또 말합니다. “지극히 천하여 어디에 호소할 데도 없는 사람들이 약한 백성들이지만 높고 무겁기가 태산과 같은 사람들이 또한 약한 백성들이다. 때문에 약한 백성들의 도움을 받아 싸우게 되면 아무리 높은 상사(上司)라도 굽히지 않을 사람이 없다”라고 말하여 백성만이 나라의 주인이고, 나라에서 가장 큰 세력을 행사할 힘을 지닌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목민심서:文報) 그래서 『서경』에서는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백성들이 아닌가(可畏非民)”라는 명쾌한 논리를 폈었습니다.


    조선시대의 허균(許筠)도 그의 유명한 글「호민론(豪民論)」에서 “온 세상에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오직 백성일 뿐이다(天下之所可畏者 唯民而已)”라고 말하며 권력자들이 백성을 두려워하지 않았다가는 반드시 큰 환란을 당하고 만다는 경고를 했습니다. 홍수보다도 화마보다도 맹수보다도 더 무섭고 두려운 것이 바로 천하고 약한 백성들이라니 그들의 지혜에서 오늘의 권력자들도 배워야 할 일이 많습니다.


    촛불을 든 민중들의 힘에서 우리가 목격할 수 있었고, 공자·맹자·허균·정약용의 지혜에서 우리가 알 수 있듯이 백성을 두려워할 줄 모르는 권력자는 결코 그들 자신의 존재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권력을 농단하느라 백성들을 두려워할 줄 모르던 그들의 가련하고 민망한 모습들을 보다 보니 옛사람들의 지혜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박석무 드림

 


글쓴이 / 박석무

·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 실학박물관 석좌교수
· 전 성균관대 석좌교수
· 고산서원 원장

· 저서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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