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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읽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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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7. 5. 1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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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읽힐까

 

박 종 국

학기 초 학부모상담주간에 여러 어머니를 만났다. 예정하였던 자리로, 아이 키우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가 자연스레 화두가 독서로 이어졌다. 평소에 관심 둔 일이라 귀가 솔깃했다. 공감되는 얘기가 많았다. 요즘 들어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한다는 말에서 담임으로 기분 좋았다.

 

아이가 왜 책을 멀리할까? 그 까닭은 공부에만 얽매이고,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비디오, 스마트폰, 만화, 영화 등 자극적인 매체에 몰입하고, 맹목적인 독서를 강요당한 탓이다. 기성세대와 달리 신세대는 정적이기보다 동적이며, 이성적인 취향보다는 감각적이고 충동적이다. 감성이 풍부하고 표현이 자유롭다 해서 요즘 아이들은 얼굴을 들이밀고 책을 읽기보다 자신의 개성을 발산하는 데 관심을 가진다. 그런데 오직 책읽기만을 고집하는 부모의 태도가 아이를 책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아이에게 책 읽는 버릇을 들이는 게 쉽지 않다. 그러나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면 아이는 자연스레 따라한다. 아이와 책을 읽으면 여러모로 좋다. 같이 책을 읽으며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고, 가족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며, 서로의 고민을 푸는 자리가 된다.

 

아이가 책을 즐겨 읽게 하려면 무엇보다 책과 다양하게 만나야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은 단순하게 흥미를 주는 책이다. 그래서 아이가 부담 없이 책을 읽도록 흥미 위주의 책을 골라 주어야 한다. 무거운 내용이 담긴 책은 아이의 마음만 답답하게 한다. 또 좋은 책만 읽히겠다는 욕심은 그만큼 아이와 책을 멀어지게 한다. 책꽂이에서 잠을 자는 책은 좋은 책이 아니다. 아이의 마음을 살려내는 책은 언제나 아이들 손에 닿아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책을 읽히려고 해도 아이는 텔레비전을 보려고 하고, 컴퓨터 앞에 오래 앉으려고만 고집한다. 어른도 머리 아파하며 책을 읽기보다 텔레비전을 보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게 더 즐겁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애써 뜯어 말리려고 목청을 높일 까닭이 없다. 책 읽으라고 닦달하면 아이는 책을 읽고픈 마음을 닫고 만다.

 

기다려 주어야 한다. 어른도 책 한 권을 다 읽으려면 갖가지 일들과 맞서야한다. 그처럼 아이도 해야 할 자잘한 일들이 많다. 어른의 바람대로 선뜻 따라하지 않는다고 해서 얼굴 붉힐 일이 아니다. 먼저, 아이 스스로 읽어야 할 책목록을 뽑아보도록 하자. 그러면 아이들이 어떤 책을 읽고 싶어 하는가를 알게 되고, 관심이 가는 영역을 캐어본다.

 

아이에게 좋은 책이란 세상에 대한 편견이 없는 책이다. 진보적인 가치관을 지닌 책이며, 어린이의 처지를 이해하는 책이다. 엉뚱하고 기발한 생각을 일깨워주는 책이어야 하며, 글과 그림이 아름답게 그려진 책이다. 내용이 새로워야 하고, 성실하게 공들여 만들어진 책이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재밌고, 설득력과 감화를 주는 내용, 일관된 주제를 가진 책이어야 한다. 새로운 시도나 신선하고 의욕적인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좋은 책은 책꽂이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책이다.


평소 아침 독서시간을 운영한다. 선정한 책은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내용인데, 대부분 함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책, 재미가 좋아서 놓지 않으려는 책, 구체적인 삶이 드러나는 책이다. 그런 책이라면 공부 조금 덜해도 괜찮다.

 

아무리 때깔이 좋은 책이라도 작위적으로 순수성을 얘기하고, 예술성을 따지며, 문학성을 얽어매는 책들은 권하지 않는다. 아이의 삶이 얄팍해지기 때문이다. 미래를 경영할 아이들만큼은 자기 자신의 욕구만을 따지지 않고, 더불어 사는 상냥함과, 나 혼자만 잘 살겠다는 망상에서 벗어나 서로의 존재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책을 통해 함께 사는 보람을 알도록 이끌어 주고, 나보다 남을 먼저 인정하고 이해하며 배려하는 생각을 일깨워 주는 글을 많이 읽혀야 한다. 올바른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좋은 책을 챙겨주고 싶어서다. 아이들이 책을 통하여 자신의 현재 상황을 바르게 깨닫는다면 잘못된 감상을 일으키는 그릇된 생각을 바로 잡는다.

 

또 올바른 역사관에 따라 객관적으로 서술된 역사책을 읽혀야 한다. 그것은 현재의 올바른 삶을 지향하는데도 필수불가결한 방향키가 된다. 끝없이 이어지는 역사는 우리의 현실과 별개가 아니다.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우리가 사는 삶 자체가 하나의 역사다. 그렇듯이 우리 조상들의 삶이 살아 숨 쉬는 역사가 바로 아이들 자신과 맞닿았음을 깨우쳐야 한다. 그게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교육이다.

좋은 약도 먹기에 따라 독이 되고 몸을 고치는 약이 된다. 올바른 독서지도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아이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은 교사나 부모가 먼저 자세히 읽은 다음 선량한 책을 권해야 한다. 물론 날마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책들을 일일이 다 읽는다는 건 무리다.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책이 많다. 특히 재밌어 하는 책을 원하면 그 분야의 책을 중심으로 하나하나 챙겨보는 게 중요하다. 책을 소개할 때는 그 책을 읽음으로써 얻게 되는 좋은 점이나 문제점까지도 적절하게 지적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책을 읽겠다는 욕구를 크게 가진다.

 

아이와 시간을 정해 놓고 서점에 가보기도 한 방법이다. 아이가 서점에 가면 여러 가지 책을 구경하면서 새 책을 골라보는 즐거움을 느낀다. 또 아이가 읽고 싶은 책을 고를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줘야 한다. 아이의 눈으로 책을 봐야 한다. 평소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읽고 싶은 책, 좋아하는 책의 목록을 아이 스스로 만들어 보자.

 

서점에 가기 전에 아이랑 어떤 책을 고를까 미리 얘기해 보아도 좋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고르게 하는 게 좋다. 대개 동화책만을 좋은 책으로 생각하지만, 아이의 상상력은 동화 속에서만 계발되는 게 아니다. 동화뿐만 아니라 과학, 역사, 상식 등 여러 분야의 책을 골고루 접하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

 

아이는 여러 책을 통하여 미지의 세계, 신비한 자연 현상, 아주 오랜 옛날이야기를 통해서도 무한한 상상력을 키워낸다. 음식도 편식을 하면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하기 어렵듯 책도 편식을 하면 한 쪽 부분의 영양분이 부족해진다. 책을 읽고 난 다음 그 내용을 이야기하거나 토론하는 게 좋은 방법이다. 그럴 때 아이는 책 읽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되고, 책만 봐도 신이 나서 책과 더불어 지내는 시간이 늘어난다. 서점에 가면 나올 줄을 모르게 된다.

 

학교도서관 이용도 책 읽는 올바른 습관을 들이는 데 좋다. 대출카드도 만들고 자료 이용을 해 보자. 책의 보고인 도서관을 이용하면 공짜(?)라는 매력이 책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 준다.

 

끝으로, 책을 읽고 나면 따지듯 줄거리를 요약하는 독후감을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 단지 줄거리만을 요약하는 강요된 독후감은 암기력 외에는 별다른 효과도 없다. 그것은 너무나 구태의연한 책읽기다. 올바른 독후감 쓰기 지도는 책을 읽고 머릿속에 남는 장면이나 대화, 또는 인물을 이해한 만큼만 그려내면 충분하다.

 

방법을 찾자면, 먼저 아이가 어떤 인물의 성격이나 행동, 또는 재밌거나 몹시 슬픈 사건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그런 다음 이야기 나눈 걸 쓰게 한다. 이때 못 다한 말을 다 써보도록 배려하는 게 중요하다. 가정에서 지도할 때는 가정에서 지도할 때는 어느 정도 습관이 들 때까지 부모도 독후감을 쓰고 서로 바꿔보는 게 필요하다.

 

올바른 독서습관은 하루 이틀에 이뤄지지 않는다. 책읽기와 일상의 삶은 하나다.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하게 하려면 교사와 부모가 먼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책은 몸으로 읽어야 한다. 생각거리를 캐내고 참다운 삶을 배워야 한다. 그런 바탕이 마련된다면 아이들은 저절로 책을 읽는다. 아이가 그런 마음을 가지면 스스로의 편견에서 벗어나 책을 통해서 공감을 얻고, 사리를 분별하는 힘을 가진다. 자기 생각이 생기게 되고, 나 아닌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나아가 잘못된 자신의 삶을 되짚어보는 비판력을 가지게 되고 세계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

 

더 이상 무턱대고 책읽기만을 고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박종국 2017-288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