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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도그 가게 이야기

세상사는얘기/삶부추기는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7. 8. 1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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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도그 가게 이야기


미국의 어떤 노인이 교외 농촌지역에서 핫도그 가게를 경영했다. 노인의 핫도그는 그 맛 때문에 근처 수십 마일 사방까지 알려졌다.

사람들은 전국 제일의 핫도그를 선전하는 그 노인의 커다란 광고판을 보면서 한번 먹어 보면서 먹어 보자고 몰려들었다. 노인은 출입문 앞에서 밝은 웃음으로 손님을 맞으면서 “하나만 들지 마시고 두 개를 드세요. 정말 맛이 좋습니다.”라고 권한다.

손님들은 이제까지 맛본 일이 없는 갓 구운 빵에 아삭아삭 거리는 피클즈, 절묘한 풍미의 겨자와 알맞은 양파로 어루러진 맛의 조화에 감탄을 한다. 웃는 낯으로 일하는 아가씨들도 마음에 든다.

손님들은 입술을 핥으며 “핫도그가 이렇게 맛나다니….”라며 가게 문을 나선다.

노인은 그들을 따라 나와 손을 흔들며 말한다.

“또 오십시오. 나는 장사가 잘 되고, 여기서 일하는 젊은이들은 학비를 벌게 되니까요.”

손님들은 떼 지어 다시 찾아온다.

그런데 어느 날 노인의 아들이 하버드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학위와 경제학 박사학위를 따갖고 돌아온다. 아들은 아버지가 경영하는 것을 보자마자

“아버지, 이래서는 안 됩니다. 아버지는 지금이 지독한 경제기후퇴라는 걸 모르십니까? 먼저 코스트의 삭감이 필요합니다. 광고판은 사용하지 말고, 선전비용을 줄여야 합니다. 그리고 여섯 명의 종업원을 두 명으로 줄이고, 아버님도 손님 배웅 같은 일을 하지 마세요. 그 시간을 아껴 조리를 맡으세요. 거래하는 가게에다가는 싼 빵이나 소시지를 보내라고 이르세요. 겨자와 피클즈도 싼 걸로 바꾸고 양파는 아예 빼 버리세요. 아시겠어요? 기업들이 잇달아 도산해 가는 이 불황에서 살아남자면 이 정도의 경비 절감이 필요합니다.”

아버지는 아들이 고마웠다. 그리고 대견했다. ‘역시 박사 아들은 다르구나.’하고 아들의 말을 한 치도 의심하지 않았다. 광고판은 내려지고, 아버지는 조리실에 들어 앉아 싼 재료만 사용하고, 단 한 명의 웨이트레스만 심부름을 하기로 하였다.

2개월이 지난 어느 날 아들이 다시 와서 장사는 어떠냐고 아버지에게 묻는다. 아버지는 인기척이 없는 가게, 이전에는 그렇게도 붐비던 주차장에 먼지만 날리면서 지나쳐 버리는 자동차들과 텅 빈 카운터에 눈길을 보내며 아들에게 힘없이 말한다.

“네가 말한 대로였다. 정말 엄청난 불경기 시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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