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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형수의 마지막 편지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7. 12. 2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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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사형수 '故김준상'님의 실제이야기입니다


사랑하는 여보!

그리고 나의 분신 현수 진영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 뿐이오 정말 죄스러워서 당신과 아이들을 차마 볼수없었기에 이렇게 편지로 나의 말을 대신합니다.
지난 우리 함께 살아왔던 11년이란 짧은 것 같지만 생각해 보면 길었던 그 세월, 나와 함께 해주어서 너무나 고마웠소. 나에게 싫은소리 나쁜소리 다 들어가면서 많은 눈물 뒤에서 흘려야만 했던 당신 정말 미안했어요
내 나이 41에 이렇게 나먼저 빨리 가야해서 정말 미안하구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주시오.

남보다 특별한것이라고. 주님께서 내가 필요하셨던 모양인 것 같습니다.

  

당신이 이해해 주세요. 부디 

많이 사랑 못해줘서 정말 미안합니다. 많이 못 있어서 정말 미안해요.
항상 당신곁에서 살고 싶었소. 겉으로는 당신 많이 미워하는 것 같고, 온갖 나쁜일 다 시키는 것 같았지만 정말 당신 사랑했어요. 왜 나와 사랑해서 어렵게 결혼한 당신을 미워하겠습니다. 왜 싫어했겠습니까. 이 편지를 보고 울지 마세요. 애들 앞에선 절대 울면 안 됩니다.

 

사랑 앞에선 자존심 없다지만 아이들 앞에선 절대로 힘없는 모습 보여주어서는 않되오. 그리고 아이들 다 크고 생각할 나이 다되면 나에 대해서도 물을 것입니다. 그럴때면 아빠는 사형수였다고. 정말 나쁜사람이였다고. 그러니까 너희는 나쁜 사람되면 정말 안 되고 불쌍한사람들은 반드시 도와줘야 하며, 배려하고 결혼해선 사랑하는 사람을 절대로는 미워해서는 안 된다고 말입니다.


아이들 다 커서 장가 시집가는 모습 꼭 보고 싶었는데, 주님께서는 제가 그러는걸 원하시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릴 위해서 피를 흘리셨다지오. 나는 그의 피를 헛되이 뿌려버리니 정말 죄스러운 마음뿐입니다.


이제 면회 오지 마세요. 이 나쁜사람 뭐가 착하고 기특하다고 면회까지 오신답니까. 겨울이라 추울 텐데 옷 따뜻하게 입으시고  당신과 애들은 집에서만 잘 계십시오. 그리고 변변치 않은 생활을 할테지만, 내가 벌써 친구놈 정훈이에게 말해 놓았습니다. 좀 도와 달라고요. 그러니까 신경쓸 일 없소. 햇볕이 따라롭소 겨울인지 의심할 정도로 이곳 교도소 안은 따스하구려.


나는 걱정하지 마시오. 이미 갈몸 뭐 가 걱정이 될까. 나 살아 생전 당신과 아들 현수와 딸 진영이에게 해주고 싶었던 것 정말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못해주고 가버리니 정말 분통하고 화가 나지요. 여보 당신께서 내가 못준 사랑. 내 몫까지 현수와 진영이에게 잘해주시오.


빗나가지 않게 이쁘고 듬직하게 키워주십시오. 사랑하는 여보. 희진아, 이러고보니 당신 이름 불러본 지 오래인 것 같소. 이제와서 보니 왜 이렇게 못했던 것이 많았는지. 정말 후회스럽네요.


여보 정말 사랑했습니다. 나중에 만수무강하여 오래 살아서 우리 나중에 천국에서봅시다. 정말 사랑해요. 그런데 왜 이렇게 무서운지 죽는 게 왜 이렇게 두려운지. 여보 당신 나 사실 너무 무서워요. 누가 나 좀 살려 줬으면 좋겠는데, 나 더 살고 싶은데, 아, 내가 뭔 말을 하는 건지.

 

사랑하는 여보, 희진아, 잘 살고 아픈데 없이 현수랑 진영이와 행복하게 잘 살아야하오. 보고 싶어도 이 꽉물고 견뎌주시오. 웃음 잃지 마시오. 당신은 웃는게 제일 이뻤소. 

 

할 말은 많은데 편지지는 왜 이렇게 작기만한 것입니까.

잘 사시오. 사랑하오. 그리고 보고 싶소.
              

               1993. 12 .17.    김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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