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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삼나무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8. 2. 1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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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삼나무

 

캐나다 퀘벡 주에 남북으로 뻗은 계곡.

이 계곡은 한 가지 특이하다. 서쪽 산등성이에는 소나무, 측백나무, 당광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우거졌다.

그에 반해, 동쪽 산등성이는 온통 히말라야 삼나무 일색이었다.

이 기묘한 절경이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그 유래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한 부부가 이 수수께끼를 풀었다.

 

어느 겨울, 거의 파경 직전이던 부부가 과거에 애틋한 감정을 되살리고자 여행을 떠났다.

그들이 계곡에 도착할 무렵 하얀 눈이 펑펑 쏟아졌다.

부부는 흩날리는 눈보라를 가만히 지켜보다가 특이한 광경을 목격했다.

바람의 방향 때문인지 동쪽 산등성이에 훨씬 더 많은 눈이 쌓였다.

 

잠시 후, 히말라야 삼나무 위에 두텁게 쌓인 눈이 나뭇가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탄력이 좋은 삼나무 가지가 아래로 휘어지더니 나뭇가지 위에 쌓인 눈들을 아래로 와르르 쏟아 냈다.

눈이 어느 정도 쌓이면 이내 눈 더미는 땅으로 떨어졌다.

이런 현상을 반복하면서 히말라야 삼나무는 눈보라에도 생채기 하나 없이 멀쩡하게 버텼다.

그러나 다른 나무의 가지들은 꼿꼿하기만 할 뿐 눈덩이의 압박에 못 이겨 툭툭 부러지고 말았다.

 

분명 예전의 동쪽 산등성이에도 여러 나무들이 함께 우거졌었다.

하지만 다른 가지들은 굽힐 줄 몰랐기 때문에 눈보라에 가지가 꺾이고 쓰러져 하나 둘 사라졌다.

우리네 삶도 수많은 부대낌으로 연줄된다. 그 어울림 속에서 나는 어떠한 그림으로 그려질까.

쓸데없는 데 한 눈을 팔아 소중한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는 않았는지. 소용없는 일들에 얽매여 스스로 담을 쌓고 살지는 않았는지.

괜한 일에 어쭙잖은 사단만 만들었지 싶다.

 

사람 사는 이치도 삼나무 생존법과 같다. 그런데도 자존심을 접지 않는다.

아무 일도 아닌데도 얼굴을 붉히고, 말투가 사나워진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독한 편견에 함몰되어 나 이외의 걸 받아들이는 데 인색하다.

그러니 그다지 심각한 사태도 아닌 일에 쉬 무너진다. 조그만 자신을 낮추고, 굽히면 더 나은 세상이 보인다.

결코 비굴스럽게 처신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당당하게 살면서도 부드럽다면 그보다 좋은 게 또 없다.

 

누구나 히말라야 삼나무처럼 산다면 그땐 실수를 더 많이 해도 좋다.

긴장을 더 많이 풀고, 지금까지 그랬던 일보다 더 많이 정신 나간 짓을 해도 좋으리라.

그리고 심각한 일이 훨씬 줄어든다. 위험을 더 많이 감수하고, 일몰을 더 많이 지켜볼 거다.

왜냐? 자존심을 굽힐 줄 알았기에 눈보라에 가지가 꺾이는 일은 없을 테니까.

 

알곡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무엇이든 빨리빨리 외쳐대는 섣부른 세상 흐름에 휩쓸리지 마라.

그렇다고 세상일을 팔짱을 끼고 나 몰라라 하지 하지도 마라.

가끔 자기 줏대를 굽힐 줄 알아야한다. 편협했던 일상사를 탈탈 털어내듯이.

 

그럼에도 사람은 저마다 개성에 맞춘 자신의 잔을 가졌다.

 

_박종국또바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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