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만두가게 이야기
나는 15년째 마누라와 함께 조그마한 만두가게를 운영한다. 그런데 매주 수요일 오후 3시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시는 노부부가 계셨다
대개는 할아버지가 먼저 와서 기다린다. 그렇지만,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궂은 날이면 할머니가 먼저 와서 구석 자리에서 출입문 쪽을 바라보며 초조하게 할아버지를 기다렸다.
두 노인은 별말 없이 서로 물끄럼히 마주보다가 문듯 생각난듯 서로 상대방에게 만두를 권하기도 하고, 서로가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슬픈듯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도대체 저 두 분은 어떤 사이일까?'
노부부같기도 하고, 노년에 만난 첫사랑의 연인 같기도 하고, 참 이상한 할아버지 할머니였다.
그런데 할머니의 안색이 올적마다 조금씩 나빠 보이는 게 어디가 편찮은 듯 보였다.
그날따라 할머니 눈물을 자주 찍어내며 어깨를 들먹이다가 결국 만두를 남긴 채 자리를 떴다. 쓸어질듯 휘청거리는 할머니의 어깨를 감싸안은 두 노인이 길 모퉁이를 돌아 가시는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나는 그냥 바라보았다.
"도대체 저 노인들은 어떤 사이일까?'
노인들이 궁굼하기도 하고, 은근히 걱정 되어 다음주 수요일에는 꼭 물어보리라 마음 먹었다. 그런데 그 노인들은 다음주에도, 그 다음주에도 우리 만두 가게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는 세월이 흘러 그 노인들이 우리 부부 기억에서 사라졌을 무렵
어느 수요일날 오후 3시에 그 할아버지가 나타나셨다. 좀 마르고 초췌해 보였지만, 수요일이면 오시던 그 할아버지였다
"오랫만에 오셨군요?"
“두 분이 싸우셨나요?"
할아버지께 물었다.
"그게 아니라 며느리들끼리 싸웠답니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드렸다. 할아버지는 아무 말도 없이 그냥 조금 웃어 보였다.
"할머니도 곧 오시겠지요?"
아내가 물었다.
할아버지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시며,
"아니야, 못 와. 하늘나라에 갔어."
라고 짧게 말씀하셨다.
우리 부부는 들었던 만두접시를 떨어뜨릴 만큼 놀랐다. 그리고 울먹이듯 하시는 할아버지의 얘기를 듣고서 우리 부부는 벌린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두 분은 아들을 둘을 두셨는데, 두 며느리가 서로 안 모시려고 하다가
큰 며느리가,
“다 같은 며느리인데 나만 부모를 모실 수가 없다.”
고 큰 며느리의 강경한 주장에 눌려 공평하게 양쪽 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한 분씩 모시기로 했단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수원의 큰 아들집에서 할머니는 목동의 작은 아들 집에서 살게 되었다.
두 분은 서로 그리워, 그리워서 매주 수요일마다 마치 견우직녀처럼 우리 만두가게에서 만나셨다.
"이젠 나만 죽으면 저승에선 함께 살겠지."
할아버지는 물끄러미 창 밖을 바라보았다.
우리 부부는 할아버지 앞에서 죄인처럼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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