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교감교육일기-4
#1
꼭두새벽 강아지 행자(‘행복하게 자라라’의 준말, 머슴아입니다)랑 산책 나섭니다.
아직 주위가 희붐해서 나다니는 사람 뜸합니다. 차츰 낮이 짧아져서 그런가봅니다.
이럴 때 행자는 모두 제 세상인양 노즈워크도 하고, 마킹도 합니다. 한참 걷다보면 길모퉁이에 배변을 합니다. 항상 배변봉투를 들고 다니기에 반드시 담아서 치웁니다.
녀석, 참 시원하다는 표정으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댑니다.
전체 420세대가 의좋게 사는 아파트 단지 세 바퀴 돕니다.
그때 저만치 동녘 산마루 말갛게 씻긴 아침 해가 불끈 기지개를 켭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건강한 햇살입니다.
#2
오늘 아침 출근길은 여느 때보다 산뜻했습니다.
10분 먼저 집을 나섰더니 출근차량들 꼬리가 훨씬 짧았습니다.
학교 도착하니 8시 15분, 등굣길 아이들 많지 않습니다. 일찍 등교한 아이들 움직임도 크지 않습니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아침공기 탓인가 봅니다. 업무 준비해 놓고 교정을 휘돌아봤습니다. 그때 앙증맞은 아이들 떼구름처럼 모여듭니다. 희망동이들 발걸음 가볍습니다.
밤새 웅크렸듯 학교는, 아이들의 건강한 웃음소리에 화들짝 깨어납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교실로 향하는 아이들, 재밌는 하루 일과를 기대합니다.
#3
워낙 먹보인 저는 점심시간을 반깁니다.
매끼마다 가리는 음식 없습니다. 그래서 ‘먹구재비’, ‘묵도리’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볼따구니 불거지도록 잘 먹었습니다. 학교를 옮기고 보니 급식밥맛이 더 좋습니다. 유난히 반찬이 깔끔하고, 맛깔스럽습니다. 친절한 영양교사님과 조리종사원님 모두 정이 넘칩니다.
오늘 점심도 식판 가득 담겨진 음식 싹 다 비웠습니다.
단하나 걱정인 게 식탐을 줄이지 못하는 성급함이 문젭니다. 해서 가능한 음식을 적게 담으려고 애씁니다. 하지만 그게 맘대로 되지 않습니다. 어딜 가나 먹는 건 참기 어렵습니다.
#4
점심시간, 맘껏 뛰놀지 못하는 아이들이 골마루를 놀이터 삼아 옹기종기 모였습니다. 지하주차장 공사로 장기간 운동장을 파헤쳤기 때문입니다. 밀집 아파트뿐만 아니라 학교도 주차난으로 몸살을 앓습니다. 급기야 운동장 속에다 주차장을 만들기에 이르렀습니다.
종잡아 공사가 12월에 끝난다는데, 그 동안 아이들 힘 오른 근육을 어디서 풀어야 할까요?
시골 6학급 아이들은 더 넓은 운동장이 써늘한데, 다인수 과밀학교는 좁다란 운동장 땜에 발을 동동 굴러야 합니다. 아이들은 잘 놀아야 잘 큰다고 하면서도 말에요.
#5
오후 결재업무 챙기다보니 어느새 퇴근무렵. 정말이지 한주일이 후딱 지나칩니다. 그만큼 겨를 없이 바빴다는 얘기겠지요. 신출내기 교감 딱지 그냥 떼는 게 아닌가봅니다.
사나흘만에 책상, 책정리 마쳤습니다.
다음주부터는 자투리시간 느긋하게 책도 읽고, 삶글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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